우간다 정부와 협약…우간다 원어민들과 채팅서비스 ‘TELLA’ 개발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인들이 스스로 변화시킨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최빈국 가운데 하나이고,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그 고통이 아직도 남아있는 우간다는 영어를 단독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다. 지난 1995년 10월 8일 우간다 헌법 6조 1항에 “우간다의 공용어는 영어다”라고 규정했다. 현재도 영연방의 정회원국이다.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과거에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암울했던 역사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새로운 기회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TELLA 조호연 대표(27)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지구촌 공용어로 통하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우간다 국민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점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우간다 현지인들을 교육해서 우선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영어로 채팅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기존의 전화영어 교육시스템에서 지적되고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과, 또 시간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추가적으로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에게 ‘아프리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아마도 누구든지 한 번쯤은 갈비뼈가 겉에 드러날 정도로 몸이 바짝 마른 채, 초점이 거의 없는 눈으로 사람들을 힘없이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봤을 것이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인들의 가난에 대해서는, 그것이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어쩔 수 없는 인류의 고질적인 질병과 같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이런 오래된 가난 속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탄생한 회사가 바로 ‘TELLA’다. 20대의 젊은 청년들이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창업한 소셜 벤처기업이다.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을 이용해 영어를 단독 공용어로 사용하는 우간다 원어민들과 1:1로 채팅하는 서비스 ‘TELLA’를 개발해 런칭했다. 그리고 최근 영어교육 업계에서는 좀처럼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블루오션’ 분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TELLA…아프리카인들을 자유롭게 하는 말
조 대표는 “TELLA는 합성어 ‘Tellafreeca’의 줄임말이다. 즉 아프리카(Africa)인들을 자유(free)롭게 하는 말(tell)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인들 중, 특히 우간다인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라면서 “TELLA 서비스와 관련해 이미 우간다 현지 정부와 구두 협약을 마쳤으며, 우간다 내에 있는 정부지원센터인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센터 이용에 대해 허가를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BPO 센터에는 한국인 이용자들과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련 통신 기반시설들이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 대표는 이러한 인프라를 본 계약 이후에 6개월 동안은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사업 초기에 투입돼야 하는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한층 덜어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올해 7월에는 우간다로 직접 진출해 현지인들에 대한 본격적인 교육과 고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는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튜터(tutor)로 고용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우간다에서는 고학력자들이 상대적으로 취업하기가 어려운 사회 구조적 특성이 있다. 경제구조가 1차 산업에 집중된 탓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실업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조 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고, 1차 산업이 주된 우간다의 산업구조에서 지금껏 없었던 3차 산업을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TELLA 서비스를 통한 ‘온라인 영어 교육’이라는 3차 산업이 우간다에 자리 잡게 되면, 본격적인 사업 추진은 물론 외국자본의 유입도 가능하게 할 수 있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조 대표는 판단했다.
TELLA가 구축하려고 하는 우간다의 온라인 영어 교육산업에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현지인 튜터(이용자와 1:1로 대화하는 교육자)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용자와 영어로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게 하는 튜터 뿐만 아니라, 영어 교육을 위한 컨텐츠를 개발하는 ‘컨텐츠 개발자’도 필요할 것이다. 또 이러한 컨텐츠를 관리해 나가는 전문 관리자도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우간다에 단순한 기부나 원조를 통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에서 ‘진정한 의미의 도와주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스타트업으로
조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평소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이후 아프리카를 다녀오고 나서는 그동안 알고 있었던 아프리카의 실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도 교육 수준이 높고 외국어에 능통한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래서 조 대표는 좀 더 많은 현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가운데 또 다른 아프리카의 빈국인 부룬디(불어가 공용어임) 출신의 파스칼(28)을 만났다. 그와의 만남이 TELLA의 시작이 된 것이다. 파스칼은 우간다에서 관광객 가이드 겸 버스기사로 일하던 청년이었다. 그는 영어와 불어 그리고 키룬디어(스와힐리어와 더불어 아프리카 2대 공용어) 등 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우간다 내의 고학력 청년 실업 문제로 인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러한 아프리카인들의 언어적 강점을 십분 활용해서 그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목표가 세워지면서 조 대표는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창업한 이후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TELLA 서비스는 처음에는 최근 영어 교육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던 ‘전화 영어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전화 영어 교육은 일반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하루 평균 10~20분 정도의 원어민 튜터와의 전화 통화로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벽에 부딪쳤다. 아프리카인들이 특유의 영어 발음 때문에 알아듣기가 어렵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또 아프리카의 통신 인프라 환경이 불안정한 탓에 통화가 자주 끊기는 등 교육서비스의 품질 불량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조 대표가 그간 아프리카에서 현지인들을 많이 만나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서, 우간다 왕족 출신이며 높은 교육 수준과 외국어에도 능통한 코넬리우스(29)를 현지 협력자로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와의 만남은 TELLA 서비스 구축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그를 통해서 우간다 정부의 ICT 부서 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팅을 할 수 있었다. TELLA 서비스의 소개와 비전 등을 브리핑한 뒤에 우간다 BPO 센터를 통해 비교적 잘 구축된 인프라를 6개월간 무상으로 활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오는 7월 우간다를 방문해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하나?
어떻게 보면 카카오톡을 이용해 원어민과 채팅을 한다는 것이 이용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직관적인 이용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자체 제작한 컨텐츠와 교재들을 매일 이용자들에게 발송하고, 이용자들과 원어민 튜터들이 해당 컨텐츠를 토대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때 제공하는 컨텐츠에는 특정 이슈에 관한 토론, 상황극 설정을 통한 대화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용자가 카카오톡으로 원어민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원어민이 해당 문장에 대해 우선적으로 첨삭을 해준 뒤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형식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TELLA는 2012년에 소셜 프로젝트 팀으로 시작해, 같은 해 11월에 열린 제3회 소셜 벤처 아시아 경연대회에 나가 3위에 입상한 것이 시작이 됐다고 한다. 또한 2013년에는 사회적기업 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AYTEC(Asia Youth Tech Entrepreneurship Camp)에서도 입상을 하는 등, 출전하는 각종 사회적 기업 경연대회 및 벤처 대회 등에서 상을 휩쓸며 TELLA의 창업 멤버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조 대표는 “올해 2월 정식으로 런칭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용자 300명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루며, 스타트업 기업으로서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아울러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7월에 우간다 출장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곳에서의 체류 및 숙박비용은 기존에 받은 지원금을 포함해 앞으로 기대되는 수익 및 모자라는 경우에는 팀원들이 각각 사비를 털어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간다 변호사 사무실. 우간다 내에 TELLA 법인을 설립하였다.
친구 같은 선생님과 하루 한잔 커피 값으로
조 대표는 과거에 본인이 직접 전화 영어 교육을 약 3개월간 수강한 적이 있었으며, 이때 무척이나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통화 시간(하루에 10~20분 제공)은 왜 그리 짧은지, 통화 후에는 늘 아쉬움이 뒤따랐다. 또 비용은 통화에 비례하기 때문에 통화 시간을 늘리게 되면 교육비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TELLA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 때문에 시간에 굳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 가격도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정액제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전화 영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이와 관련해 최인홍 홍보팀장은 “하루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영어 회화를 공부한다”는 전략으로 마케팅을 한다고 귀띔했다.
조 대표는 “TELLA는 현재 전화로 직접 통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영어로 주고받으면서 단문인 경우에는 바로 첨삭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 하루에 1~2시간의 채팅을 통해, 또는 대화 없이도 사진을 설명해 보라는 식 등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직접 쓰게 되면, 이에 대한 첨삭을 통해 교육과 대화를 병행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의 모토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에는 우간다를 방문해 현지에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이때도 현지의 한인네트워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인 선교사와 교민들의 지원과 격려도 많이 받았다. 특히 우간다 내 PC카페 장미나 사장의 도움으로 인터넷 라인도 구축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조 대표는 또 TELLA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몇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우선 정부지원의 경우에 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이 국내가 아니라 아프리카다 보니, 증빙자료나 영수증이 없어 비용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고 했다.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검토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어려움은 아무래도 소셜 벤처기업으로 운영되다 보니 사업 확대를 위한 신규 팀원을 구인하기가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고용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TELLA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지 못해 이와 관련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최 팀장은 “TELLA의 비전은 ‘Change Africa by African!’이다. 2년 뒤에는 한국 시장을 통해 온라인 영어 교육 시장을 확장하고, 일본, 중국 등 수요가 많은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며 “이후에는 언어의 확장 측면에서 불어, 스페인어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