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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대구미술관, 무엇이 문제인가?

대구시와 대구미술관 측, 구체적 해명이나 반박 안 해 의혹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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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9호 안창현 기자⁄ 2014.05.22 08:49:44


잇따른 계약직 큐레이터 해고 ‘파행인사’
미술관 “해고 아닌 계약해지, 법적 문제없어”


『대구미술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월 6일 한국큐레이터협회가 ‘대구미술관은 큐레이터 파행인사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다. 계약직 큐레이터 인사 문제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는 공립 미술관의 운영과 실태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미술관 사태’는 비단 한 지역 미술관 문제라기보다 국공립미술관들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라 볼 수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공립미술관과 공공성의 위기’를 테마로 연속기획을 마련한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한국큐레이터협회가 제기한 문제점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한국큐레이터협회는 지난 1월6일 “대구광역시가 2012년 4월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을 임용한 이후 1년 9개월 동안 계약직 큐레이터 4명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며 “이는 사실상 해고한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재 공립미술관 전문계약직은 1년에서 5년까지 계약과 재계약을 반복하며 미술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재임기간 중 특별한 징계나 귀책사유가 없는 한 재계약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평균 5개월마다 4명의 큐레이터를 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협회 측 주장이다.

협회는 “미술관과 대구시는 이들에게 재계약 불가 사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하고 말았다”며 대구미술관의 이번 인사를 ‘파행인사’로 규정했다.

전문계약직 공무원 조례에 따르면 당사자는 근무평가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조례에 따라 계약만료 통지를 받은 한 큐레이터는 지난 연말 자신의 근무평가 서류를 보여줄 것을 대구시와 미술관에 요청했으나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구시와 미술관 측은 “해고가 아닌 계약해지로 업무실적에 따른 결과”라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큐레이터협회 윤범모 회장은 “김 관장이 귀책사유도 없는데 인사권을 남용해 공립미술관의 공공성을 해치고 있다”고 반론했다.

윤 회장은 “공립미술관은 이익보다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미술사 연구의 초석을 다져야 하는 곳이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향수시설로서의 역할이 본연의 목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관의 핵심인력인 학예연구실 큐레이터들에 대한 처우와 인사 파행은 이들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크게 저해한다”며 “불합리한 미술관 운영이 공립미술관 본연의 공공적 목적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관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드러내

협회가 지난 2월 14일 개최한 한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여한 장동광 전 서울대 학예연구실장은 파행인사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꼽았다. 그는 “현장 경험이 없는 공무원들이 미술관 인사권을 결정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법안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은 월급에 1년 밖에 안 되는 채용기간의 압박감은 큐레이터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전시의 질도 저하시켜 공립미술관의 공공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미술관의 이번 파행인사는 전문계약직이 갖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용한 사례라며, “문화예술기관장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을 더욱더 쌓아야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를 ‘공공성’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술관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은 미술관의 역할과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협회는 지난해 7월16일부터 11월3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열린 ‘쿠사마 야요이’전이 지역 미술관으로서 대구미술관의 정체성을 소홀히 여겼다고 지적한다.

대구미술관의 ‘쿠사마 야요이’전은 33만여 명의 관객이 다녀가고 10억원이 넘는 입장료 수입을 거둬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벤트성 전시로 관객 동원의 숫자 올리기에만 전력한 나머지, 이번 인사 문제와 같이 미술관 조직 내지는 학예연구실의 정상적 기능이나 미래지향적 연구 활동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협회측은 이러한 문제는 관장 선임의 제도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관장은 공모나 특별한 선임 절차에 의해 2년에서 3년 정도의 임기로 임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임기중 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중지향적인 블록버스터 전시에 집중하게 된다.

지역 공립미술관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로 해당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연구하고,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있다. 협회는 대구미술관은 이런 지역미술관의 기본적인 역할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지역 미술사와 화단에는 서둘러 연구해야 할 작가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 대구미술관 전시 경향을 보면 대중적인 평판이나 외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내실 있는 연구 사업에는 관심이나 비중을 두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지역성을 담보하는 전시를 많이 열어야 한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대구미술관 관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전시작품의 매매를 중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공립미술관 기획전의 미학적, 공공적 성취와 상업적 매개 역할을 혼동하거나 그 경계를 무너뜨린 사례로, 대구미술관의 일련의 사태들과 무관하지 않다”며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전문직 윤리강령을 명백히 어기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대구미술관에 대한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구시와 대구미술관은 적절한 해명이나 반박을 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음호에는 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과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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