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이 사람 - 서용선 작가]테마는 역사, 상상은 자유

28년 전 접한 단종일화가 계기, 역사적 인물 통해 역사적 작품 창작

  •  

cnbnews 제379호 왕진오 기자⁄ 2014.05.22 08:50:34

▲서용선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CNB=왕진오 기자) 잊혀진 역사 속 인물을 28년째 그리고 있는 중견화가 서용선(63)은 역사적 사건과 도시인의 삶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가지고 작업을 펼치고 있다.

디지털 문명시대에 600년이 지난 역사, 그리고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인물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서 작가는 “역사적 교훈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서양의 역사화와도 다르다“고 했다.

또 “권력자의 입장에서 기록을 남기는 방식인 동양의 역사화와도 사뭇 다른 것이다. 기록 속에 지워진 인물을 통해 역사와 비극에 대하여 시도하려 했던 작품 주제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한다.

1986년 우울한 감정을 가지고 방문했던 영월의 청령포에 발을 담그고 친구로부터 그 장소의 연원을 들었던 것이 단종 연작의 계기가 됐다.

그곳이 단종이 유배되었던 장소이고 죽음을 맞이하여 영월의 지방 관리인 엄흥도에 의해 시신이 수습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강물에서 노산군 일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단종 시리즈 초기에는 비극의 주인공으로서 단종의 얼굴을 상상해서 그린 인물화들과 청령포의 물결 속에 단종이 잠겨있는 모습,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메고 가는 엄흥도의 모습 등이 집중적으로 그려졌다.

▲백성들의 생각_정순왕후, 300x500cm, Acrylic on Canvas, 2014


계유정난과 단종 복위운동에 따른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을 통해 서 작가는 그 시절 단종은, 세조는, 엄홍도는, 김시습은, 안평대군은, 정순왕후는 어떤 생각과 마음이었을까, 당시의 시대상황 속에서 각자의 운명을 살았던 이들의 실존적인 선택을 깊이 숙고해 보는 것이 서용선의 방식인 것이다.

그가 더듬으며 재현하는 단종의 비극은, 명확한 시작과 끝이 있고 이유와 결과가 있어서 마침표를 찍으며 해소되는 비극이 아니다. 모호하게 순환되는 실존적 고통이다.

단종 이야기가 머무르는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사건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하는 작품들은 시간은 과거에 머물고 있고, 역사가 존재했던 풍경들을 묘사할 경우 현재의 관점이다.

과거 사건의 시간적 격차가 있는 사실들은 몽타주와 같은 스펙터클한 공간 형식으로 사건에 대한 작가적 해석의 발판을 제공하지만, 그 역사들이 사라지고 난 공간은 현재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단종이 사망했던 장소로 알려진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 단종의 영혼과 세조를 반대하다 희생된 자들의 혼을 모신 숙모전이 있는 공주의 동학사, 금성대군의 단종복위 거사에 실패하여 죽은 원혼을 달래기 위해 ‘경(敬)’자를 써 넣었다는 경자바위 등은 우리의 현재 속에 살아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들이다.

얼핏 풍경화로 보이는 역사적 장소들의 그림들에는 과거 사건들을 대상으로 할 때 화면을 장악하는 극적인 볼거리보다는 담담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어 격세지감을 더욱 강화한다.

▲처형장가는길, 750x480cm, Acrylic on Canvas, 2014


20년째 안평대군 연구에 몰두

서용선이 20 여 년째 몰두하고 있는 역사화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안평대군이다. 안평대군은 세조에 의해 희생된 인물이다.

서 작가는 “계유정난과 무오사화 당시 세조의 친형 안평대군의 의뢰를 통해 안견은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되는데, 그의 생애에 대해서 기록이 별로 없다는 것에 주목했죠. 안평과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에 대해 조선시대 내내 언급한 기록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게 됐다”며  또 하나의 잊힌 역사에 대해 주목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풍경화이면서 동시에 역사화인 독특한 경지에 이른 서용선 작가가 5월 2일부터 7월 27일까지 ‘역사적 상상_서용선의 단종실록’특별전을 경기도 헤이리 아트센터 화이트블럭(대표 이수문)에서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단종 관련 사건의 주변 인물로 알려졌던 안평대군에 포커스를 맞춘 신작과 함께,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거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를 그렸다.

서용선은 마치 학자처럼 관련 서적과 논문을 찾아 읽고 역사적 사실들을 작가적 입장에서 그려내기 위한 기초 자료들을 모은다. 역사적 인물과 그 배경이 되는 장소를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 지역들을 답사하는 일도 30년 가까이 계속 해오고 있다.

단종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던 시대는 이미 먼 과거로 흘러갔지만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들은 우리나라 전역에 남아 있다. 그것은 비석이나 사당 등의 모습으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비극적 사건을 기념하는 한 방식으로 특정 장소를 그려내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풍경화이면서 동시에 역사화인 독특한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진행되는 서용선의 전시에는 단종 관련 작품들과 함께 수십 년간 지속해 왔던 역사화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품 뿐 아니라 작가가 모은 자료들 그리고 그의 답사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기록물과 관련 지역의 역사서들, 단종 관련 연구서적들이 함께 공개된다.

- 왕진오 기자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