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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의 ‘중국 비즈니스 매너와 스피치’ ④]중국식 꽌시 소통, 한국식 인맥 소통

오늘날에도 중국의 최고 상인으로 뽑히는 왕서방의 성공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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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9호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2014.05.22 08:55:43

중국친구 : 쯔위, 니짜이타이리꽁쭈어, 런부런스뚜민쮠XI야(志宇,你在台里工作,认不认识都敏俊XI呀)? 지우, 너 방송국에서 일하잖아. 뚜민쮠XI 알아?
: 뚜민쮠? XI? (都敏君? XI? 뚜민쮠? XI(씨)?)
중국친구 : 스야, 씽니더 뚜찌아오쇼우아(是啊,星你的都教授啊)? 그래, 별 그대 도 교수!
: 씽니? 나이거씽더니아? 쿠아이슈어뿌먼밍쳥 빵니다팅이시아하오러(星你? 哪个星的你啊? 快说部门名称帮你打听一下好了). 별 그대? 어느 별의 그대라는 거야? 부서이름이나 빨리 말해. 그럼 알아볼게.
중국친구 : 난따오니하이쩐뿌쯔따오 씽니더뚜민쮠XI마? 니예타이뿌까오따샹러바(难道你还真不知道星你的都敏俊XI吗?你也太不高大上了吧)? 설마, 진짜로 별 그대 도민준 씨를 모른단 말야? 너, 너무 촌스럽고, 스케일 작고, 격 떨어지는 거 아니니?
: 샤? 까오따샹(뭐? 높고, 크고, 위쪽? 啥?高大上)?

이른 아침부터 웨이신(微信) 폭주가 고요한 단잠을 깨운다. 웨이신은 한국의 카톡과 같은 폰 메신저다. 보이스 채팅과 문자가 가능한 중국인의 주요한 소통 도구다.  나의 중국 친구 중에서도 유난히 한류 마니아인 하한(哈韩)으로 호들갑스러운 커런이다. 뜬금없이 별에서 온 도민준XI와 도 교수와의 안면관계를 묻는다. 또 사인이 된 사진인 치엔밍짜오(签名照)를 구해오란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나는 어리둥절했다. “뭐? 별? 누구? 부서 이름이 뭔데? XI? 이거 중국어야? 한자가 뭐야?” 라고 물었다. 반응은 즉각적이다. “한국인인 네가 어떻게 별 그대를 보지 않을 수 있어?” 촌스럽고, 스케일 작고, 격 떨어진다는 의미인 “타이뿌까오따샹러(太不高大上了)”라고 소리를 지른다. ‘XI(씨)’는 한국어에서 이름 뒤에 붙여 예우하는 의미라고 오히려 나에게 설명을 해준다.

분명 중국어로 대화하고 어려운 사자성어를 쓴 것도 아닌데 도통 무슨 소린지 어리둥절하다. 하룻밤 사이에 중국이 아닌 화성에라도 온 느낌이다.

몇 년 전에는 ‘사랑이 뭐 길래’, ‘인어공주’, ‘대장금’ 등을 물어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드라마 별 그대인 씽니(星你)는 이제 트렌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아주 오래전 무협드라마에 등장했던 까오따샹(高大上)이란 말도 덩달아 유행이다. 까오따샹은 까오뚜안(高端, Luxury), 따치(大气, Large), 샹당츠(上档次, Level up)의 뜻으로 ‘LLL’  혹은 ‘3L’로도 불린다.

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모른다는 게 탄로 났다. 순간 안드로메다로 보내져 ‘별에서 지구로 올 그대’ 취급을 당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스러운 중국의 한류 앞에서 나는 별에서 온 그대일 수밖에 없었다.

올해로 15년 째, 중국과 여러 분야에서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느슨하면  중국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힘들다. 중국 리더들이 젊어지는 추세지만 정부 관계자는 여전히 머리가 희끗 희끗한 분들이 많다. 이들은 속마음의 직접 표현 보다는 사자성어나 문학작품을 인용한 간접 표현을 미덕으로 삼는다. 중국 주재 한국대사를 지낸 분은 칼럼에서 그들의 마음을 아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둘 더하기 둘을 ‘2+2=?’ 라는 애매하게 표현하는 중국인의 핵심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20대 청년에게는 또 다른 모습을 본다. 두뇌를 거치지 않고 말하는 20대라는 의미인 뿌찡구어따나오슈어후아더지우링허우(不经过大脑说话的90后)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상대가 무안할 정도로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내고 자기 몫을 확실하게 요구한다.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하지 않으면 바로 기브업을 외친다. 극과 극을 달리는 중국 세대들의 다른 얼굴이다.

중국담당자 : 쩌스워먼시아오시아오더쳥이워(这是我们小小的诚意哦)!저희의 작은 성의입니다.
한국담당자 : 세상에, 무슨 술을 한 사람 당 두 병이나 줘요? 이게 작은 성의예요?
: 네, 중국에서는 수양시린먼(双喜临门)이라고 합니다. 좋은 일은 쌍으로 온다고 하죠. 선물은 최소 2개 쌍으로, 혹은 짝수로 선물해요.
한국담당자 : 역시 중국은 대국이야. 스케일이 달라. 우리는 하나 씩 밖에 준비 안 했는데 어떡하죠?
: 나라마다 문화가 다릅니다. 우리는 한국식으로 하면 됩니다.꼭 중국을 따라갈 필요가 있나요?

▲선물 주고 받기

한중 양국이 한류를 통해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낀다. 한국의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실시간 혹은 다음 날이면 중국 전역에 방송된다. 드라마 이름도 한국과 똑같이 ‘별 그대’ 등의 약칭을 쓴다. 한류 드라마가 중국의 트렌드가 되어 있는 현실이 재밌다. 드라마 주인공 얘기만으로도 마치 지인에 대한 안부를 묻듯,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일선에서의 그들과의 소통은 여전히 어렵다. 중국인들만 한국을 점점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도 같다. 그들은 이미 한류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인지 중년층이든, 청년층이든, 같은 직업군이든, 다른 직급이든 누구와 만나도 소통은 여전히 늘 쉽지 않다. 그들과의 소통에 기준이 없다. 한국식으로 대할 것인지, 중국 방식에 맞춰야 할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헷갈린다.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중국인이 대거 한국에 관광을 왔다. 이들 대부분은 매일같이 한류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 속의 예쁘고 세련된 한국인, 90도로 깍듯하게 인사하는 CS 강국의 한국 점원, 정갈한 웰빙 한정식, 맛있는 숯불갈비와 치맥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 현지에서 겪는 현실은 한류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안녕하세요”라며 90도 인사로 환영할 것으로 생각했던 고급 한정식당에서도 첫마디는 “니하오, 후안잉꾸앙린(你好,欢迎光临,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이다.

어렵게 노동절 휴가에 맞추어 한국에 왔는데 온통 중국인, 중국어 투성이다. 마치 비행기를 거꾸로 돌려 중국에 내린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받으면 나도 ‘앙녕하셀요, 씨에씨에습니다’ (谢谢思密达,중국인의 귀에 한국어의 ‘습니다’가 스미다思密达라고 들린다하여 중국 스미다思密达를 붙여 농담함) 하고 어설프게라도 인사하려고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도통 사용할 기회가 없다”며 속상해 하는 중국인이 의외로 많다. 그들에게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혹은 별나라인지? 애매할 수도 있다.

중국 비즈니스에서의 핵심은 꽌시(关系,관계, 인맥)다. 꽌시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중국인과의 꽌시, 어떻게 하면 최단시간에 돈독하게 형성할 수 있을까?

한국과 중국의 역사가 열리면서 우리에게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중국 스타, 중국 비즈니스 성공 롤 모델 영순위가 있다. 바로 ‘중국의 비단장수 왕서방’이다.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에게 중국의 최고 상인으로 뽑히는 왕서방.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외교관의 교류도 적고, 통신수단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그 옛날에 그들은 한국에서 성공했다. 우리 땅에 거주하며 우리의 문화를 익히고 한국인의 니즈에 부합하는 물건을 공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가장 원초적인 아이덴티티인 ‘중국색’을 잃지 않고 소통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색도 없고, 기준도 없는 소통으로 중국과의 꽌시가 뚫릴 수 있을까?

-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정리 =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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