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시집으로 유명, 英 ‘더타임스’ 표지모델 선정
▲통일건국민족회 주최의 ‘탈북망명자 초빙 강연’에서 장진성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란 시집으로 알려진 탈북작가 장진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 5월 8일 탈북 수기를 담은 ‘Dear Leader(친애하는 지도자)’가 해외 유명 출판사에서 발행된 이후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이 수기에서 북한의 대남공작 부서인 통일전선부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북한의 권력구조, 특히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아야 북한 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해외의 반응은 뜨겁다.
영국의 유력 언론 ‘더타임스’는 장 작가를 표지모델로 선정하고 “나는 어떻게 북한을 탈출했는가”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다뤘다. 탈북 배경과 과정 등 지금까지 쓴 수기와 2011년부터 북한전문 인터넷신문 ‘뉴포커스’를 운영하면서 북한 노동당 지도부의 실체, 장성택의 처형 사실 등을 세계 최초로 보도한 일 등에 대해 12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소개했다.
‘Dear Leader’는 출간 첫날부터 유럽 아마존 아시아 정치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북미 지역을 제외한 세계 영어권 나라들의 도서판매 순위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BBC 라디오와 미국 CNN, NBC 방송과의 인터뷰 등 바쁜 해외 일정 와중에 국내에서 통일부 후원으로 ‘탈북망명자 초빙 강연’에 참여한 그를 어렵게 만났다.
(사)통일건국민족회가 주최한 이번 강연에서 장 작가는 북한 체제와 권력구조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심각한 인권침해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장진성 작가는 5월 28일 통일건국민족회에서 가진 ‘탈북망명자 초빙 강연’에서 북한 체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북한 체제가 군부에 의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북한은 군이 아닌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흔히 군이 가장 중요한 기구로 알려져 있지만 의사결정이나 정책수립 등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노동당 조직지도부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을 통치하는 사람은 31살의 독재자 김정은이 아니다”고 했다. 사람들은 김정일 사후 그의 아들인 김정은에게 권력이 그대로 이양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김정일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주던 조직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는 것이다.
“조직지도부를 갖고 있던 김정일과 달리 스위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정은에게는 이런 기반이 없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한 후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의지해야 했지만, 이들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김정일이 졸업한 김일성대학 출신의 측근들이 맡고 있으며, 북한 사회에 방대한 감시망을 갖추고 있다”며 “북한에서 모든 길은 조직지도부로 통한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상징적인 지도자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했다. 정치적인 고아가 됐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 체제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어떻게 유지되고 있을까?
인터넷신문 창간, 탈북자 현실과 대책 다뤄
그는 “조직지도부는 단 한 사람만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돼 있다. 북한에서는 2인자나 다른 권력 분파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조직지도부는 김 씨 일가의 지배를 뒷받침하게 되어 있다. 권력을 유지하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씨 일가 이외의 다른 누군가가 권력자로 등장한다면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내부에서부터 분열될 것이고, 그들 스스로도 이러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이해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조선중앙방송위원회 TV총국 문예부 기자, 노동당 대남공작부서인 통일전선부 101연락소에서 근무했다. 2004년 탈북 후 2011년까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INSS)에서 근무하며 북한의 실상에 대해 연구했다.
▲CNN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뉴스쇼에 출연한 장진성 작가 사진 = 뉴포커스
장 작가는 이번 ‘탈북망명자 초빙 강연’에서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북한을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남북한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현실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 통일전선부에서 선전요원으로 총애를 받아 김정일을 독대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북한의 현실을 바로 보게 된 계기였다.
“김정일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 그가 정말로 신적인 존재라고 믿었다. 인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결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정일을 직접 대면한 순간 그 환상은 깨졌고 충격을 받았다. 김정일은 그냥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이를 알리기 위해 2011년 직접 북한전문 인터넷신문 ‘뉴포커스(New Focus)’를 창간했다. 북한 뉴스는 무엇보다 정확한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 소식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 평양의 주요 시설 위치, 장성택의 처형 사실 등 굵직한 사실들을 연이어 단독으로 보도했다.
북한에 대한 정확한 뉴스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신과 같이 탈북한 사람들의 삶이었다. 그는 뉴포커스가 탈북 정착에 성공한 다양한 인물을 발굴 소개하고 탈북자들의 인권실태, 권익주장, 정책제언 등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탈북사회의 부정적 실태도 과감히 취재하면서, 탈북사회의 윤리와 원칙을 요구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함께 했다.
장 작가는 “탈북자들은 먼저 온 미래”라고 말했다. 지금의 탈북자 2만여 명은 미래의 통일 이후에 남한과 북한 사회에서 겪게 될 일들을 미리 겪고 있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진정한 통일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통일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적 통일이다. 그런 전제가 없이는 설사 국토통일이 이루어져도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그로 인한 통일비용의 낭비는 결국 남한의 통일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뉴포커스의 탈북자 국내외 지원 뉴스를 통해 현재 탈북자 지원 단체, 종교 기관 등의 다양한 활동과 정보, 북한 인원 활동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13년 태국아시아문학축제에 참가해 영문판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를 수쿰핸드 파리바트라 방콩시장에게 선물한 장진성 작가. 사진 = 뉴포커스
北 변화 첫걸음은 실상과 인권침해 알리기
장진성 작가가 국내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7년에 펴낸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라는 제목의 시집 때문이다. 특히 표제작인 이 시는 2007년 초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 네티즌에 의해 UCC 동영상으로 제작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초췌했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 종이를 목에 건 채/ 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그는 벙어리였다/ 팔리는 딸애와/ 팔고 있는 모성을 보며/ 사람들이 던지는 저주에도/ 땅바닥만 내려보던 이 여인은// 그는 눈물도 없었다/ 제 엄마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고함치며 울음 터치며/ 딸애가 치마폭에 안길 때도/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던 그 여인은// 그는 감사할 줄도 몰랐다/ 당신 딸이 아니라/ 모성애를 산다며/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어주자/ /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그는 어머니였다/ 딸을 판 백 원으로 /밀가루빵 사 들고 어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전문
그는 이 시에서 북한에 있을 때 어느 시장에서 직접 목격한 비극적인 모성에 대해 말했다고 설명했다. 배고픔과 싸우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에 대한 갈망과 고통이 담겨진 시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시집 전체를 통해 고통과 절망 속에 사는 북한 주민들의 슬픔과 눈물을 그렸다. 북한의 참상을 폭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북한에서 메모했던 글들을 가슴에 품고 두만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이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밥과 굶주림, 생존을 위협당하는 북한의 참상을 고발했다. 자연재해도, 전쟁도 아닌 일상 속에서 300만여 명이 굶어 죽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시를 통해 알린 것이다.
그는 “북한의 정확한 실상을 전하는 언론의 역할, 북한에 대한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노력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또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책이나 방송과 같은 문화콘텐츠가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통일건국민족회 주최의 ‘탈북망명자 초빙 강연’을 마치고 기념 촬영
그가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시를 쓰고, 자신의 체험담을 수기로 전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실천들이 조금씩 북한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작은 노력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문화운동으로 확산하길 바란다. 북한은 철저하게 폐쇄되고 고립된 사회이기 때문에 외부의 새로운 정보나 문화는 큰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현실을 알리려는 장 작가의 다양한 노력과 실천들이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얻는 것은 역설적이다.
그의 시집이나 수기들은 이미 국내에도 출판되어 있지만, 현재 해외에서와 같은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의 탈북수기 ‘Dear Leader(친애하는 지도자)’는 미국의 사이먼앤슈스트 출판사가 26만 부, 영국의 랜덤하우스가 10만 부로 초판을 출간했다.
출간 이후에는 이 책은 아시아 정치 분야에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영국 가디언에서는 ‘북한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은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다’는 제목으로 장 작가와 진행한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장 작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 주민이 잘못된 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외부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아직 피상적인 수준으로 북한 인권을 알고 있는 해외에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다양한 활동과 노력은 분명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전히 피상적인 수준에서 북한 인권을 알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