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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한국의 구글…전 직원에 파격 복지

스마트시계 착용한 사람들 즐길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출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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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86호 이성호 기자⁄ 2014.07.10 09:37:0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결혼 시 10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한 달에 한 번 출근하지 않고 본인의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 시간도 주어진다. 3개월 마다 3일씩 쉬고 겨울과 여름에는 각 5일간의 방학제도도 있다. 매 분기마다 전 직원들을 백화점에 데리고 가 15만원~20만원 상당의 의류를 사주고 매년 연말에는 호텔에서 직원의 가족들과 함께 송년회를 갖고 함께 묵을 수 있게 호텔 숙박 및 교통비도 지원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게임대회를 열고 우승팀에게는 상품권을 지급하고 매달 1회씩 회사비용으로 즐거운 야외·문화활동 시간도 갖는다. 사내 카페테리아에서의 간단한 조식 제공은 물론 중식·석식비 지원은 기본이다. 구글에 못잖다.

이런 직장이 대한민국에 있을까? 정답은 있다. 대기업도 아니고 총 직원 37명으로 구성된 벤처기업 ‘핸드스튜디오’가 직장인들이 염원하는 꿈의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세간의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에도 불구,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33)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경영의 일환일 뿐이라며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핸드스튜디오는 세계 최초이자 명실상부 세계 1위의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 전문회사다. 2030세대의 젊은이들이 모여 세계 일류를 선도하며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젊은 기업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각각 1명의 국내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물론 후원비용과 선물은 회사가 지원하지만 아동을 향한 사랑과 지지는 직원 각자의 몫이다.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고 훗날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행복한 CEO, 안준희 대표를 만나봤다.』


- 핸드스튜디오 설립 배경은.

회사를 설립하기 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금융이나 컨설팅 관련 회사를 2년 반 정도 다니던 중 2009년에 아이폰을 통해 국내 스마트 열풍이 처음으로 불기 시작됐다. 앞으로 스마트 세상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이거다”하고 창업을 준비를 하게 됐다.


- 잘 다니던 직장을 쉽게 그만두기 쉽지 않았을 텐데.

원래 성격이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무작정 재밌어 보였다. 2009년 그해에 바로 스마트TV 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사업구상을 했고 나와 개발자 친구 둘이서 창업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전 회사 동료 및 학교 후배 등 총 5명이 모여 2010년 2월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IT는 워낙 창업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기도 했고 멤버들끼리도 죽이 잘 맞았다.


- 무작정 스마트TV 앱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창업을 했는데, 어려운 점은.

처음에는 스마트TV 앱을 만들겠다고 창업을 했는데 네트워크도 부족하고 생소한 분야라 바이어들도 잘 모르고 해서 힘들었다. 어렵게 클라이언트를 만났는데 3달 정도 기획 작업만 했다. 기획서를 쓰면 퇴짜 맞고 또 새로 작성해 보여주면 퇴짜 맞는 일의 연속이 이었다. 투자도 안 받고 지원도 없이 두 주먹으로 회사를 세웠지만 수입도 없던 때라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러다가 결국 창업 후 5개월 만에 첫 거래가 이뤄졌다.


- 세계 최초로 스마트TV 앱을 개발했는데.

당시에는 스마트TV 앱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 참고할 만한 것은 물론 정답도 없었다. 답이 없는 길을 가야했기 때문에 자기 확신이 중요한 때이기도 했다. 반대로 양날의 검처럼 쉬울 수도 있다. 전에 없던 것을 세계 최초로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웃음). 또한 사실 첫 계약은 그렇게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익을 남길 수 없음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이때 피트니스 관련 앱을 선보였다. 집에서 스마트TV를 보면서 운동을 따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헬로코치’ 시리즈라고 총 5종 앱을 내놨는데 유럽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반응이 좋아 이후 계속해서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2013년 12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즐거운 직장, 행복한 기업’ 인증 캠페인 시상식에서 안준희 대표(맨 오른쪽)가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핸드스튜디오는 어떤 회사인가.

올해로 5년차로 접어든 스마트TV의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다. 현재 서비스 중인 앱은 200개다. 주로 TV쪽으로 많이 서비스 하고 있으나 지난해부터는 TV를 넘어서 컨버전스 서비스를 개척하고 있다. 컨버전스는 TV하고 이종 기기간의 연동으로 보면 된다. TV하고 스마트폰, TV하고 세탁기랑 결합하는 등 넓게는 스마트 홈 솔루션 분야 쪽에 집중하고 있다.


- 개발한 스마트TV 앱들이 세계시장의 표준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주안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해 나가고 있지만 보다 사업이 확장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스마트TV 산업자체가 성장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봤자 소용이 없다. 따라서 항상 이 산업 자체의 트렌드나 변화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지난해 매출 및 올해 목표는.

지난해 40억원 매출을 올렸다. 매출 목표는 없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매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 설립 때부터의 회사 방침이다. 다만 신사업으로 컨버전스쪽에 더욱 치중하려고 한다. 현재 컨버전스 분야에서 아주 도드라지는 서비스를 내놓는 회사가 없다. 트렌드만 읽는 수준이다. 스마트TV 앱 시장처럼 이 분야에서도 선도적 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집중할 방침이다.

또한 최근 스마트시계가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흥미로운 서비스는 없다. 이에 올 여름 스마트시계를 착용한 사람들을 연결시켜 운동은 물론 미션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하는 흥미진진한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 복지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사원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구글에 빗대 ‘대한민국의 구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데, 직원들 복지에 얼마를 투자하고 있나.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의 잉여금이 남으면 그중 80%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10억원이 있다면 2억원은 회사에 남기고 나머지 8억원을 직원복지로 돌려준다거나 상여금으로 지급한다. 회사가 첫해부터 순이익이 났지만 우린 배당금제도가 없다. 주식을 대부분 내가 가지고 있었고 다른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면서도 상장을 하기 전까지는 배당금이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즉 배당금이 없으니깐 자기가 일한만큼 급여로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다. 모두가 똑같아 지는 것으로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 같이 먹어야 한다.


- 쉽지 않은 발상인데.

대표도 다를 바 없다. 직원들의 복지나 급여수준 혜택에 대표의 위치를 동등하게 두면 된다. 대단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원복지는 사회활동이 아니다. 단순히  경영상 하나의 수단이다. 나는 아주 전략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복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복지로 인해 축적되는 직원들의 긍정적 에너지가 회사에 응축돼 다시 매출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가없이 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것이다. 고도의 경영전략이라고 말하고 싶다. 회사가 이 부문에 있어서 유명세를 탄 것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못한 회사들로 인해 반사적으로 부각된 것뿐이다.

핸드스튜디오에서 하는 모든 사업 아이템은 직원들 스스로 낸다. 복지경영으로 인한 창의적 조직 문화가 주는 힘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와 아이디어를 언제든지 제안할 수 있는 것은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억압된 분위기가 아니라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반영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내 회사인 것이다.


- 성과제도도 실시하고 있는데.

성과제도는 초창기 직원 5명이 있을 때부터 시작, 현재까지 아주 공정하게 실시되고 있다. 직위하고 상관없이 1년에 2번 초과수익을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입사 후 바로 6개월간의 수행한 프로젝트가 많거나 혹은 잘 했거나를 따져 과장보다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대기업들이 1년에 1번 성과제도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2번 실시함에 따라 성과에 대한 보상을 빨리 받을 수 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복지만 중요하다 생각하면 그건 NGO다. 복지를 통해 축적된 에너지를 매출로 이어지게끔 유도하고 있다. 즉 열심히 일한만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대표로서의 몫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만들어졌어도 열심히 하고 안하고는 개개인의 자유다. 다만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으로, 그것을 가져갈지 말지는 각 개인의 판단이다.

▲핸드스튜디오는 직원 복지에 힘쓰며 사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 성과평가가 직원들에게는 자칫 부담으로 작용될 수도 있지 않나.

성과를 평가하는 항목에 업무평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역량평가도 있다. 업무평가는 상대비교도 해야 하고 매출에 따른 비례 계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역량평가는 핸드스튜디오에만 있는 것으로 지난 평가 때의 자기 자신과 비교하는 것이다. 과거의 자신과 비교해서 이후 새로운 일을 했거나 영어공부 등 자기계발을 위해 해온 노력을 스스로 적는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성과급으로 돌려준다. 이는 자신과의 싸움이라 기분 나쁠 것도 없고 패널티를 주는 것도 아니다.


- 기업에서 ‘선수익 후복지’ 인식이 강한데.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올해로 5년차로 접어든 벤처이지만 매해 조금씩 성장, 지난해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에는 회사 사무실도 확장했다. 대부분 CEO들이 먼저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복지는 차후로 생각하고 있지만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핸드스튜디오도 처음부터 돈이 많이 들어가는 복지는 없었다. 가치판단의 문제다.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현재 못하면 나중에는 더욱 못한다. 뒤늦게 아무리 훌륭한 복지제도를 도입해도 효과는 돌아오지 않는다.


- 눈에 띄는 ‘복지경영’을 꾀하고 있는데 주변 반응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박수를 보내주고 있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런 식으로 하다간 회사가 오래 못갈 것이라는 말도 종종 듣는다. 사실 복지제도가 있건 없건 어차피 모든 회사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즉 직원복지 때문에 회사가 오래가고 못가고 이런 차원이 아닌 것이다. 핸드스튜디오가 지금처럼 앞으로도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복지제도는 항상 유지될 것이다. 상상컨대 회사에서의 마지막 하루까지 일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러고 싶다.


- 결혼지원금 1000만원 지원 등은 파격적이다. 복지제도의 변화가 있는가. }

현재 결혼 적령기 직원들이 많아 회사에서 100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대부분 결혼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예산은 없어지지 않고 새로운 복지에 재투입된다. 자녀를 낳으면 1000만원을 주는 식으로 확대할 것이다. 또한 육아지원 제도도 만들 생각이다. 출산을 하고 나면 경력단절 여성이 돼버리는 현실에서 회사를 계속해서 다닐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이를 가진 직원 3명씩을 묶어서 같이 있을 수 있는 공간과 보모를 제공하고 1명씩 돌아가면서 휴무를 내 보모와 함께 아이를 돌보는 방안 등을 찾고 있다.


- 행복한 직장을 추구하고 있는데,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경우 의미가 퇴색되지 않나.

수입도 없고 주머니에 1000원 밖에 없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1만원을 주우면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다. 반면 한 달에 수백만원의 수입이 있는 사람이 1만원을 주우면 그냥 소소한 즐거움밖에 안 된다. 오히려 누가 쳐다보지는 않나하고 불안할 수도 있다. 이렇게 행복은 늘 상대적이다. 복지가 아무리 많고 잘 돼 있어도 그보다 마음의 기준이 더 높으면 더 이상 행복한 직장이 아닌 것이다. 회사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순 없는 것으로 직원들의 마음가짐에 따른 것이다. 행복한 직장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초심이 중요하다.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우리가 언제부터 잘 살았나?” 스스로 자문하면서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


- 바라는 인재상은.

첫 번째 자기분야에서의 ‘탁월함’을 지향한다. 그 탁월함을 위해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는 친구들을 원한다. 자기 정체성이 확실해야 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회사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두 번째는 동료애다. 직원들 간의 화목과 신뢰를 중시하기 때문에 트러블을 용납 안 한다. 서로 생판 모르는 남인데 트러블이 생길수도 있지만 채용시 단단히 못 박고 있다. 화목하게 지낼 자신이 없으면 들어오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것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 회사만의 고유한 색깔이라 할 수 있다. 정치게임을 하려는 사람은 발을 붙일 수 없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새롭고 재밌는 것을 좋아한다. 스마트TV 앱을 개발한 것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아서 마이너한 기류를 메이저한 기류로 바꾸고 또 그 다음으로 점핑하고 싶다.


-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꼭 한번 점검을 하고 나서 창업을 했으면 한다. 직장인이든 대학생이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고정으로 들어오는 월급·아르바이트비 등 말고 자기가 가진 실력만으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어보길 권유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스스로의 능력을 팔아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 때, 창업을 할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고생을 해보라는 것도 있지만 혼자서도 돈을 못 버는데 책상을 놓고 인원수를 모아 회사를 차리면 어떻게든 돈이 벌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낮 꿈같은 소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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