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의 ‘비즈니스 매너와 스피치’ ⑦]한국인 의식주(衣食住), 중국인 식주의(食住衣)
중국인 황금지갑 열게 하는 방법은 있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중국고객 : 게이 워 스 티아오 바. (담배 10보루 주세요. 给我10条吧。)
한국직원 : 스 티아오? 니 따이 치엔 러 마? (10보루요? 돈 가져오셨어요? 10条? 你带钱了吗?)
중국고객 : 따이러야! 뿌란 젼머 마이 후어 아? 칸칸, 쩌 뿌 또우 스 치엔 마? (가져왔죠. 돈 없으면 어떻게 물건을 삽니까? 이게 다 돈 아닙니까? 带了啊! 不然怎么买货啊? 看看, 这不都是钱吗?)
한 단체에서 중국인의 소비심리에 대한 특강을 했다. 강의 중에 중국인 고객응대 에피소드를 나눴다. 한 판매원의 일화가 충격적이다. 중국인 고객의 구매력을 확인할 수 없어 “돈 가져오셨어요?”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중국고객이 들어오자마자 담배 10보루를 달라고 했어요. 아주 비싼 담배였습니다. 매장에 재고가 없어 창고에 다녀와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딱 봐도 10보루 살 외모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걱정이 돼 물었던 거죠.”
청중 절반가량은 공감한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머지 절반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듯 ‘어머나’하며 한숨을 쉰다. 필자는 중국인의 반응을 물었다.
“호탕한 웃음과 함께 돈을 보여줬어요. 외모는 부자 같지 않은데 지갑도 명품이었죠. 인리엔카드(银联卡)와 현금도 보여주더군요. 인민폐, 한국 돈 5만원 권이 노랗게 잔뜩 들어 있는거예요.” 인리엔카드는 중국인 고객의 주요 구매 수단으로, 주거래 은행과 상관없이 해외 어디에서도 사용가능하다.
“중국 고객의 성격이 좋았어요. 화도 안내고 농담도 했어요. 만약에 한국 고객이었으면 제가 그렇게 묻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또 고객은 당장 불만을 제기했겠죠.”
판매원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중국인은 외모로 소비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판매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매니저들이 묻는다. “돈 많은 중국인 구별법과 중국인 단체고객 중에서 리더를 찾는 법을 알려주세요.”
화면에 다양한 스타일의 중국인 남녀 각각 5명의 사진을 띄웠다. “만약에 남자들이 매장에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누구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시겠습니까?” 이구동성으로 정장을 입은 말끔한 신사를 1순위로 꼽는다. 청바지에 편안한 티를 입은 남성을 가리키자 고개를 흔든다. “구경만 하다가 그냥 나갈 것 같아요.”라고 한다.
여성고객 역시 ‘아나운서 스타일’의 말끔한 사람을 1순위로 꼽는다. “이 중년 부인은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청중은 “시골 할머니 같아요. 저런 분이 어떻게 명품 매장에 들어가요?” 라며 한바탕 웃는다.
필자는 천천히 화면을 바꾼다. ‘명품 매장에 감히 들어갈 수 없는 외모의 시골 할머니’라고 했던 사람의 신분을 밝힌다. 그녀는 월드 경제 저널인 ‘푸뿌스(FORBES, 福布斯)’와 중국내 재벌 랭킹 전문 조사 기관인 ‘후룬옌지우위엔(胡润研究院)’ 이 발표한 ‘후룬 중국 여성 갑부 TOP10(胡润女富豪榜前10名)’에 랭크된 ‘소문난’ 갑부다. 강의장이 조용해지며 무거운 기운이 흐른다. 누구 하나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숙연한 분위기로 반전됐다.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화면 가득 띄웠다. 다시 묻는다. “자 여러분, 이분 누구죠? 이분은 돈이 많을까요, 적을까요? 스티브 잡스의 옷장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스티브 잡스의 지난 10년간의 복장 변천사를 보여준다.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가 빼곡히 들어있는 옷장이 보인다. “한국에 앙드레김 선생님이 있다면 미국엔 스티브 잡스가 있습니다. 박빙이죠! 여러분, 스티브 잡스가 우리 매장에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까요? 어머나~ 잡스~~ 잡스~~하며 사진찍자고 하지 않을까요?”
청중의 한숨이 더욱더 깊어진다. 한국인 생활의 조건은 ‘의, 식, 주’이다. 보여지는 ‘의’를 중시한다. ‘백의민족’답게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것을 으뜸으로 여긴다. 지방에서 특강할 때다. 백화점에서 본 중년 부인들이 한결같이 세련되고 예뻤다. 부티가 줄줄 흘러 딱 봐도 백화점을 애용하는 VIP 느낌이었다.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 동네 중년 부인들은 하나같이 다 멋쟁이네요. 백화점 매출도 많겠어요.” 관계자는 피식 웃는다. “저리 안하고 나오면 대접 못 받습니다.” 겉치레에 유난히 신경 쓰는 시민과 외모로 판단하는 판매사원의 입장을 설명한다.
이에 비해 중국인은 ‘민 이 스 웨이 티엔(民以食为天)’이라고 했다. 먹는 것이 하늘이라는 의미다. 중국 TV를 보면 아침밥마저도 외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우지앙(두유의 일종, 豆浆)’과 ‘요우티아오(꽈배기의 일종, 油条)’ 혹은 시아오롱빠오(만두의 일종, 小龙包)로 꼬박꼬박 잘 챙겨서 ‘잘 먹고사는’ 중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소개된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손님에게 손수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는 게 예의다. 그러나 중국인은 ‘쭝구어런 하오 커(중국인은 접대하는 것을 즐긴다. 中国人好客)’라고 해 외식을 하는 게 손님을 정중히 모시는 것이다. 츠아호 흐어하오(잘먹고 잘마시다, 吃好喝好)해야 직성이 풀린다.
중국을 방문했던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비싼 식당에서 코스 요리로 너무나 융슝하게 대접을 잘 받았다. 마치 내가 황제가 된 느낌이다. 그 친구가 그렇게 잘 사는지 몰랐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비싼 식당이 아닌 경우도 많다. 다만 한국의 고급 코스요리처럼 순서대로, 여러 번 들어오며 음식의 이름을 말하거나, 요리법을 소개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다. 이는 중국에선 흔한 모습이다.
중국인은 외국을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편안한 복장을 제일로 한다. 심지어 옷 한 벌을 여행 내내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먹는 것은 가이드에게 웃돈을 줄 정도로 적극적이다. 여행지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에 데려가 달라고 한다. 비싼 쇠고기로 포식하고 몇 십만 원의 청구서를 보며 “얼마 안 나왔네”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20대 친구들은 한류스타가 오픈한 음식점을 찾아가 매장의 모든 메뉴를 다 시켜 먹어본다.
중국어에는 높임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어에도 엄연히 존경어가 있다. 상대방을 나타내는 ‘니(너, 你)’라는 단어를 나의 마음과 정성을 나타내는 心으로 받혀 ‘닌(고객님, 您)’이라고 표현한다. 성조도 단순히 ‘너’에 해당하는 ‘니(你)’라고 발음할 때는 음을 최대한 낮추지만, 마음을 더하게 되면 닌(您, ↗)하고 화살표 방향으로 목소리 톤도 높여 발음한다. 마음을 더해 상대를 존중하게 될 뿐만 아니라 성조와 발음도 함께 높아지니, 화자는 자연스레 공손하게 되고 청자는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중국인 고객이 외모로는 구매력이 보이지 않는가? 그럴 땐 먼저 눈을 감고 마음을 다해 “닌(您), ↗”이라고 한껏 소리를 높여보자. 눈을 뜨고 중국인 고객을 다시 바라보자. 지갑을 활짝 열고, 인리엔카드와 5만원 권 지폐를 잔뜩 들고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정리 = 이성호 기자)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