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4호 안창현 기자⁄ 2014.09.04 09:18:20
▲광주지역 미술인 50여 명이 지난 18일 오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엔날레재단의 개혁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민주와 인권의 도시라고 자처한 광주에서 온당치 못한 은유와 현학으로 오월정신을 감금시키려는 자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 인권과 문화의 도시 광주는 껍데기만 남았다. ‘죽어버린 광주’에서 앞으로 절대 작품을 전시하지 않겠다.”
홍성담 화백이 지난 24일 광주비엔날레에서 이용우 대표이사·윤범모 책임큐레이터와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1980년 그 이후’에 작품을 전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홍 화백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은 작품 속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 등 주최 측의 수정 요구를 받은 홍 화백은 허수아비를 닭으로 고쳐 그렸고, 결국 전시가 유보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예술을 정치의 잣대로 검열할 수 있느냐, 지나치게 정치적인 작품을 예술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을 낳았다. 국내외 참여 작가들은 항의의 뜻으로 작품을 철수하고 재단 대표이사는 사의를 표명하는 등 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파행이 계속됐다.
이날 홍 화백이 작품을 자진 철회하고, 이번 사태에 항의해 철수했던 다른 작품들도 재전시 될 것으로 보여 파행으로 치닫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은 형식적으로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시감독 선정 문제로 이미 논란을 야기했던 부산비엔날레에 이어 광주에서도 여러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어 한국의 비엔날레 행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광주시와 비엔날레 재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어 거센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성담 화백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은 아기를 출산하는 그림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광주시와 비엔날레 재단은 홍 화백의 성향으로 보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작품을 내놓을 것이 예상되는데도 참여 작가로 선정한 것이다. 결국 그가 제출한 작품 ‘세월오월’에 대해 비엔날레 주최 측은 “풍자를 넘은 정치 편향적 표현이 전시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홍 화백이 결국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맞서면서 파행의 발단이 됐다.
물론 한국 비엔날레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것은 지자체나 비엔날레 재단의 미숙함을 질타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 이전에 이미 한국의 대표 비엔날레들이 많은 문제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홍성담 화백이 24일 오후 광주비엔날레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전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 광주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