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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2014 광주비엔날레]“터전을 불태우라”

창설 20주년 맞아 세계의 역사적 사건을 예술적 맥락에서 해석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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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5-396호 왕진오 기자⁄ 2014.09.18 08:48:25

▲스털링 루비 ‘난로’ 설치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 최초의 순수 예술 비엔날레로 출발해 창설 2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터전을 불태우라’를 주제로 38개국 103작가들의 작품 413점이 9월 5일부터 11월9일까지 새로운 예술의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주제인 ‘터전을 불태우라’는 1980년대 미국 밴드 토킹헤즈의 대표곡 ‘버닝 다운 더 하우스’에서 얻었다. 미국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저항 의식을 상징했던 이 노래는 제도권에 대한 저항과 도전,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회화와 설치, 퍼포먼스, 뉴 미디어, 영화, 연극, 음악, 건축 등으로 표현돼 문화적 다양성을 드러낸다.

2014 광주비엔날레는 5.18 광주민주화항쟁 이후 국제사회 속에 널리 알려지지 시작한 광주 민주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는 세계 전역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예술의 맥락에서 끌어들여 재해석하는 작품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중국 작가 류 샤오동은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했던 구 전남도청을 배경으로 5명의 10대들을 그린 프로젝트 대형 그림을 4전시실에 걸었다. 김영수 사진작가는 1980년대 군부독재 정치의 억압 하에 왜곡된 현실을 앵글에 담은 ‘사람-고문’ 시리즈를 전시한다.

임민욱 작가의 ‘내비게이션 아이디’는 대규모 광주비엔날레 오프닝 퍼포먼스로 6.25의 비극과 광주의 비극이 만난다.

▲임민욱 작가의 퍼포먼스 ‘내비게이션 아이디’에 함께한 유족들. 사진 = 왕진오 기자


경북 경산과 진주에 방치되어 있는 피해자 유골이 담긴 컨테이너 2개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마당까지 호송하고 경산 코발트 광산 사건 및 진주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유가족을 광주 오월어머니회에서 맞이하는 퍼포먼스이다.

눈길을 돌려 전시관 앞마당에 미국 작가 스털링 루비가 설치한 대형 스토브 두 대에서 피어로는 연기는 광주비엔날레의 주제 ‘터전을 불태우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시카 모건 예술총감독은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사운드나 움직임의 실천적 역동성을 추구하면서 현 상태를 ‘불태우는’ 급진적인 정신을 아우른다.”며 “연극적인 요소,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가 펼쳐내는 마치 거대한 현대미술의 집에 방문한 것처럼 보고 느끼고 진지하게 사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완 ‘내게 만약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설치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벽면에는 불타는 건물에서 탈출하는 식민 권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문어가 전시의 분위기를 상징한다. 제레미 델러의 ‘무제’인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가로 29.2m* 세로 15.8m 규모 대형 배너 설치 작품이다.

비엔날레 전시관 5개 전시실은 화재가 발생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벽지 작품이 설치되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엘 울티모 그리토의 신작 ‘미장센’으로 6606㎡ 규모 대형작품이다. 실제 집에 들어온 듯 효과를 연출하는 작품들과 불에 탄 잔해들이 곳곳에 배치되면서 주제를 더욱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옛것을 불태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신진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여 작가 가운데 90% 이상이 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이완, 최수앙, 옥인 콜렉티브, 정금형 등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작가들과 이불, 윤석남, 성능경 작가 등 중견 작가들도 비엔날레 본 전시에 처음으로 참여한다.

예술총감독 제시카 모건은 “‘터전’은 말 그대로 어떤 제도나 우리가 사는 집일 수도 있다. 굉장히 은유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술가들은 물리적이거나 자신이 가진 것들을 불태우려고 시도했다”며 “전시장에는 터전을 불태우는 행위를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고 전했다

▲광주비엔날레관에 전시된 제레미 델러 ‘무제’ 설치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6·25와 광주의 비극이 만나기도

이 밖에 현대 미술계 스타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광주비엔날레 미학적 담론 생산에 힘을 더하고 있다.

2004년 영국 터너상을 수상하고 2013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대표 작가였던 제레미 델러, 현대미술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는 스위스의 우르스 피셔, 독일 출신 로즈마리 트로켈, 영국의 설치미술가 코넬리아 파커, 슬로바키아 출신으로 불평등과 규범을 다양한 매체로 탐구해온 로만 온닥, 피에르 위그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용우(62)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비엔날레는 단순한 현대미술 전시장이 아니다.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인류학적, 미학적 담론을 형성하는 곳”이라며 “광주의 전통이 세계와 교감하고 광주에서 발산하는 다양한 미학적 언어와 문법이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비엔날레로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 대표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에 출품하려는 홍성담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의 전시유보 결정과정의 논란 책임을 지고 5일 비엔날레 개막 후 사퇴했다. 예술가 보호를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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