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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 ‘자동차 전문가’ 김필수 교수]“자동차 보상 문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미국처럼 전문성과 인력 갖춘 소비자단체, 보상기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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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7호 신상호 기자⁄ 2014.09.24 17:06:5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차량 결함과 관련된 기사나 TV 프로그램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다. 복잡한 차량 결함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 명료하게 기술적인 원인을 제시한다.

그는 대기업 눈치를 보지 않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는 전문가로 유명하다. 차량 구조상 원인일 가능성이 높으면 “더 조사해봐야 한다”는 말 대신 “차량 결함 가능성 크다”고 말한다. 업체에서 항의가 들어오면 “그렇다면 기술로 제대로 따져보자”고 한다. 그래서 기자들은 문제가 있을 때면 그를 찾는다.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잦은 언론사 인터뷰에 등장하는 김필수 교수는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장, 전기차리더스협회장, 한국이륜차관리협회장을 비롯해 산업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기관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기 강의를 하고 있는 와중에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교수를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의 학교 연구실에서 어렵게 만났다.』


최근 김 교수는 ‘자동차 소비자 피해 보상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분쟁조정위원으로 10년째 활동하다보니 우리나라의 제도적 허점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하소연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게 지론이다. 

“소비자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곳이 한국소비자원인데, 소비자원도 전문가가 없다. 분쟁에 대해서는 권고 조치를 내리는데, 이 조치도 의무사항이 아니니까 자동차회사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끝난다. 결국 소비자는 방송에 제보를 하거나 회사를 방문해 항의를 해서 보상을 받는 방법 밖에는 없다.”

김 교수는 자동차 관련 정책이나 방향이 ‘제작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모델로 미국의 도로교통안전청을 꼽았다. “미국의 도로교통안전청은 전형적으로 시민들의 편에서 일한다. 결함 1건당 최대 보상 금액이 1000억원에 달하는 징벌적보상제도 있으니까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열심히 하게 되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어 “국내에 징벌적 보상제를 도입하자고 하면 기업체에서 반발이 심할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한국형 소비자 보상 모델이 생겨야 한다”며 “차량 문제가 생기면 업체에 과징금을 물리는 것보다는 개인이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319만 대의 중고차 부문을 국토부의 주무관 1명이 담당하고 있는 등 정부의 인력이 너무 적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사진은 서울 장안평 중고자동차 매매전시장 전경. 사진 = 연합뉴스


김 교수는 소비자 분쟁에 대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대응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일단 버티고 보자는 것이 습관처럼 됐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그렇게 버텨도 손해 볼 게 없고, 소비자가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것을 안다. 법적으로 하면 다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회사뿐만 아니라 외국 회사들도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외국 자동차업체들도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시장 대응을 다르게 한다. 무조건 버티고 보자는 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차량 분쟁으로 법정에 가더라도 차량 결함을 소비자가 밝혀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소비자와 업체가 거꾸로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어떻게 차량 결함을 입증할 수 있는가? 거꾸로 자동차 업체가 자동차 결함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도요타가 2조 3000억원을 배상하기로 한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반대다. 법원에서 소비자가 이야기했을 때, 업체가 적절한 답을 못하면 업체에게 보상하라고 한다. 도요타 급발진도 도요타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서, 결국 법원에서 보상금을 내기로 합의한 것이다.”

자동차 관련 보상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뀔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물었다. 자동차 분쟁을 다룰 수 있는 전문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답이었다. 현재 정부의 자동차를 담당하는 인력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지금 중고차가 319만대인데 이 중고차 부문을 국토부의 주무관 1명이 담당하고 있고, 국가미래전략위원회에서도 자동차 전문가는 하나도 없다. 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이 정책을 담당하니까 문제가 큰 것이다.”

▲김필수 교수는 “차량 문제가 생기면 업체에 과징금을 물리는 것보다는 개인이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국토부 자동차결함센터, 별도 기구로 독립시켜야

이어 “국토부에 자동차결함센터가 운영 중인데, 이것을 별도의 산하 기관으로 독립시켜서, 미국의 도로교통안전청과 같은 기관으로 키워야 한다”며 “한국소비자원의 경우도 권고가 아닌 강력한 이행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 산타페의 연비 보상 문제를 두고도 쓴소리는 이어졌다. 자동차 연비를 담당하는 산업부와 국토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현대차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한 목소리로 잘못했다고 해야 하는데, 정부 의견이 갈리다보니 현대차가 잘못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없어졌다”며 “현대차가 소비자에게 40만원을 보상하겠다고 한 것도 소비자에 대한 ‘배려’ 차원이지, 자신들이 잘못해서 보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이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 집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가해자가 없는 웃기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정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현대차는 가해자가 되지 않게 된 것”이라고 했다.

연비 보상 기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운행 거리에 대비해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맞다. 1년간 만 킬로미터를 운행했다면 그 거리를 따져서 공인연비와 차이점을 보상해주는 것이 맞는 것”이라며 “아직 우리나라에선 그런 기준이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업체의 수출용 차량과 내수용 차량의 차이점도 문제라고 꼽았다. “미국의 경우 컨슈머리포트 등 민간에서 강력한 목소리가 들어간 기준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개념도 없다”며 “옛날에 내수용 차량의 경우 철판을 두드리면 소리가 들렸는데, 요즘에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최근 현대차가 내수용 차량에 대해 100% 아연도강판을 쓴다고 한 것과 관련해 “나중에 철판을 못으로 한 번씩 다 그어볼 거다. 부식이 되나 안 되나(아연도강판은 흠집이 나도 부식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근 차량 급발진 원인 분석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차량 급발진이 브레이크 진공 배력 장치의 공진 현상과 관련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공진 현상이란 특정 진동수를 가진 물체가 같은 진동수의 힘이 외부에서 가해질 때 진폭이 커지면서 에너지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지난 2011년 강변 테크노마트의 건물 흔들림 현상도 건물의 진동 주기와 건물 내 헬스장의 진동주기가 일치해서 발생하는 공진이 원인이었다. 지난 1940년 미국의 타코마 다리는 가장 튼튼하게 건설된 다리라고 했지만, 이 공진 현상 때문에 붕괴됐었다.

▲지난 7월 7일 자동차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종 구입자 1700여명이 서울울중앙지법에 제조사들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 연합뉴스


대학생 때 자동차 조립, 실무와 이론 익혀 전문가 길로

급발진이 났을 때, 브레이크 등 제어 장치가 먹히지 않는 것도 공진 현상으로 인한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공진 현상은 복합적으로 올 수 있으며, 결론적인 이야기다. 다만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을 때,  브레이크 진공 배력 장치가 무력화되는 것은 확인했다”며 “다른 원인이 가미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발진과 관련해 9월에 추가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급발진은 우선 원인을 확실히 규명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급발진이 운전자가 원인인지, 차량의 결함인지 밝힐 수 있는 차량 장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급발진이 생기면 방지할 수 있는 차량 시스템도 개발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현재는 급발진 당사자가 제시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소송을 가더라도 100% 패소하고 있다”며 “급발진에 대한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자동차회사가 책임을 질 부분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가 소비자단체 만들면 무섭죠. 그런데 부담이 되요.” 소비자 단체를 만들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첫 마디였다. “학계에 있으니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 업체들을 채찍질 하고 끌고 갈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한데, 시민단체 만들면 상당히 쏠리니까 그것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쓴소리를 내놓았지만 국내 자동차회사의 업적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톤을 낮췄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다 선진국이고, 그런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차량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국내 업체의 대단한 성과다.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풍부하게 하고 메이드인 코리아의 위상을 올린 것에는 자부심을 느낀다.”

기술적 차원에서도 발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프리미엄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친환경 차량의 원천기술 확보, 친환경·고연비 이렇게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런 것을 다 할 수 있는 정책,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김 교수는 전기차와 관련해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술 격차가 선진국에 비해 벌써 3~4년가량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생산되는 소울 전기차는 기존 플랫폼에 엔진 대신 배터리만 넣은 개조 전기차”라며 “양산 전기차를 만들면 비용과 무게 절감 측면에서 훨씬 이득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꺼내봤다. 그가 자동차에 빠지게 된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조립하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 가서도 종로 근처에서 대학생 신분을 밝히지 않고, 차량 조립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게 실무 경험을 하고 공학과 관련된 이론적 지식도 쌓다보니 자동차 전문가가 됐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올해 목표가 ‘마음껏 놀자’”였다. “사단법인 5개를 맡고 있고, 정부 자문위원, 강의, 인터뷰까지 쉴 틈이 없었잖아요. 틈틈이 여행도 다녀옵니다.”라면서도 “여행을 가더라도 노트북을 들고 가요. 일도 하면서 노는 멀티플레이를 하는 거죠”라고 했다. 아무래도 김 교수에게 ‘놀이’는 ‘일’인 것 같다.

- 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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