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명성,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에브리 우먼 에브리 차일드’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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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 뒤에서 하는 일을 잘하는 것, 대상을 바라보는 고찰과 성찰 후 셔터를 누르면 사각의 프레임에 이미지가 쌓이게 됩니다. 휴머니즘이 입력된 뇌가 있으면 무엇을 찍어도 아름답게 보이죠.”

뉴욕을 주 무대로 세계적인 패션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는 사진가 케이티 김(KT KIM 김경태, 53)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10월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쿤스트할레에서 열리는 ‘모자 보건 프로젝트’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 ‘EVERY WOMEN EVERY CHILD, ACT NOW!’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세계적인 패션계 스타들과 독창적인 관점의 백 스테이지 등을 망라한 35점의 대표작품을 소개한다.

그가 유엔 협력재단인 F4D(Fashion 4 Development)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것은 4년 전 유엔이 지정한 ‘월드 말라리아 데이’와 관련이 있다.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로 모기장을 보내는 운동 ‘Fashion Net’s Go!’를 후원하면서 부터다.

이후 개발도상국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단돈 몇 달러가 없어 주사를 못 맞아 죽어가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돕자고 패션계 인사들과 힘을 모았다. 그 결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에브리 우먼 에브리 차일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여성을 예쁘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진을 찍는 재능만 있죠. 아트디렉터 일은 나에게는 기회였습니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더 열심히 일을 하면서 큰 무대가 아니더라도, 내 분야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심정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케이티 김은 32세 되던 1993년에 흑백의 조화를 추구하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의 작품에 매료돼 독학으로 사진가의 길에 입문했다. 1998년 갤러리 샘터에서 서울을 주제로 한 첫 개인전 ‘나의 1990년대’를 열었다.

2002년에는 뉴욕과 아바나에서 촬영한 ‘스트리트 스마트’를 펴냈다. 이 작업을 ‘마담 휘가로’에 기고한 것을 계기로 패션 사진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2004년 구찌의 톰 포드로부터 그의 회고록 격인 사진집 ‘TOM FORD’에 사진 두 컷을 싣고 싶다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 애니 레이보비츠(Annie Leibovitz)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사진가로는 그가 유일하다. 

패션사진작가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5년 수술 생존가능성 50%라는 ‘신장암 2기’ 수술을 받았다. “저를 살려주시면 꼭 좋은 일을 하겠다고”고 기도한 후 2011년부터 봉사와 나눔으로 인생 2막을 활기차게 열었다.

“덤으로 사는 인생, 더 좋은 일을 하자”는 의지가 강해졌다. 53세 나이에 불구하고 아예 뉴욕으로 이민을 떠났다. 전 세계인과 패션계 친구들과 어울려 큰일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빈곤타파를 위한 재능기부로 제2의 삶

아트디렉터 업무 외에도 뉴욕에서 아이들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가르치는 과정을 열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 뉴욕에서 두 번의 자선 전시를 치루고 난 후 “돈이 많이 들어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조수 없이 작업 하는 것 자체도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의 재능기부에 대한 소신은 제2의 삶을 사는 것 이상이다. “재능기부는 거룩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하는 것입니다. 마치 발전소 터빈을 움직이는 작은 베어링이 필수품이지만, 빛은 나지 않죠.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게 됐죠.”

2015년 10월 월드와이드 프로젝트로 전 세계 여성들을 촬영한 사진전을 유엔 로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패션사진작가로서 패션을 접목해 여성으로서 숭고한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 프로젝트입니다. 여왕, 스포츠 선수 등 전 세계인들이 대상입니다”

10년 전 그냥 뉴욕에서 개인전을 하겠다는 꿈이, 지금은 엄청난 무대에서 펼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이 전시 이후 순회 전을 펼치고 나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 질  것 같습니다.”

패션사진작가로서 달인이 되고 싶다는 케이티 김, 그의 목표는 세계 중심 뉴욕에서 제대로 하면 목표로 세운 것을 빨리 달성할 수 있겠단다. 

자신의 현재보다는 미래의 젊은 패션사진가들에게 “나는 꿈이 없었다. 매일 매일 열심히 연습 하듯, 오늘을 살아야 한다. 도를 닦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러야 한다. 고뇌도 없고 성찰도 없으면 사진가가 아니다. 누구나 쉽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케이티 김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연 타석으로 세상을 놀래게 해야 한다”는  의지처럼, 재능기부도 열심히 하고 세상 속에 우뚝 서려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CNB저널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