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 주목 작가 - 정경자]현실을 벗어나 영화를 만들다
한진그룹 제5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작가’ 전시 부문 선정
▲29일 일우스페이스에 전시된 작품과 함께한 정경자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왕진오 기자) 삶과 죽음, 우연과 필연 등 주변의 사물과 일상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담긴 사진들이 전시장 벽면에 걸렸다.
익숙하지만 각기 다른 지역의 장소를 카메라에 담은 이 사진들은 하나의 퍼즐처럼 맞추어져 또 다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한진그룹 일우재단이 마련한 제5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작가’ 전시 부문에 선정된 정경자(41)작가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1층 일우스페이스에 걸어 놓은 ‘우연의 뿌리’전의 모습이다.
정 작가는 자신 주변의 개인적인 일상에 주목했다. 무심코 지나쳐버린 공간에 담긴 삶의 존재와 흔적들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한다.
버려진 공간을 카메라에 담은 정 작가는 “용도가 폐기되어 사용하지 않는 건물들은 시간이 정지한 모습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는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느끼지만 표현하지 않았던 내면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서, 집안에서, 자연에서, 도시에서, 인물 속에서 혹은 사물들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연출한 장면이 아닌, 스트레이트 기법에 충실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진은 현실을 벗어나 잘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의 현실을 사진에 반영하면서도 이를 자신만의 시간으로 분해하고 발췌하여 추상화해 현실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10월 30일부터 12월 24일까지 진행되는 ‘우연의 뿌리’전에는 2010년부터 5년여 간 작업한 50여 점의 작품과 슬라이드 영상이 4개 부분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Story within a Story’ 섹션에는 2010년 작가가 영국 유학 시절부터 작업한 현실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감각을 사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Language of Time’, Digital Pigment Print, 100x100cm, 2014
‘Speaking of Now’에는 작가 자신이 겪어낸 삶과 죽음의 경험들에 대한 고백을 담았다. 특히 자신의 친구가 암과의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냈던 시간을 이중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대상들, 창가에 놓인 신발, 줄에 걸린 빈 옷걸이 등을 통해 죽음이란 단어가 떠오르게 사각의 프레임 안을 채웠다.
“암 환자가 겪는 다양한 느낌을 드러내는 대상을 찾았죠. 무의식 속에서 바라볼 때는 단지 예쁘게만 보였지만, 그들이 놓인 공간에서 발산하는 새로운 의미를 포착해 보고 싶었습니다.”
▲Speaking of Now_05, Digital Pigment Print,100x100cm, 2012
일상에서 걷어 올린 ‘우연의 뿌리’ 전
전시장 마지막 공간을 채우고 있는 200여장의 사진과 다큐멘터리에서 발췌한 글을 재구성한 영상 작업으로 서정적인 사진들과 함께 다큐멘터리에서 가져온 강한 텍스트를 병치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2013년 제5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작가’ 전시 부문에 선정된 정경자 작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유학한 뒤 한국에 돌아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일우사진상은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지닌 유망한 사진가들을 발굴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세계적인 작가로 육성하고자 2009년에 처음 제정되었으며, 일우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호다.
지난해 제5회 일우사진상 공모에는 국내의 열정적인 사진작가들이 대거 응모했다. 현대미술 분야의 유력인사들이 참여한 국제심사위원단이 24인의 1차 심사 통과자들을 일대일 포트폴리오 리뷰를 하는 방식으로 최종 선발자를 선택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