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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 국립산림과학원 이선영 박사]나무에서 배터리 만들다…원천기술 세계최초 확보

나무에서 추출한 나노셀룰로오스로 리튬이온전지 종이 분리막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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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4호 정의식 기자⁄ 2014.11.13 09:15:32

▲사진 = 신상호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소재로 휘어지는 최첨단 배터리를 만든다? 꿈같은 비전을 한국의 한 과학자가 현실로 만들었다.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가공과 나노신소재연구실 이선영 임산공학박사(50)가 그 주인공이다.

이 박사는 나무에서 추출한 첨단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로 리튬이온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다공성 셀룰로오스 나노종이 분리막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종이나 천처럼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플렉시블 배터리’의 개발이 가능하다. 이미 시제품을 개발 완료했고,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배터리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그의 연구 성과를 들여다봤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국립산림과학원은 도심의 흔치않은 녹색 공원이다. 늦은 가을날 오후 색색의 나무가 가득한 조용한 숲길 안에 감춰진 이선영 박사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세계 최초의 종이배터리 원천기술 개발자답게 연구복 차림으로 취재팀을 맞은 이 박사는 바쁜 가운데 다양한 실험도구와 나노셀룰로오스 생산 현장을 보여주며 친환경 소재로서 나무가 갖는 이점을 역설했다.

이 박사는 고려대학교 농과대학(현 생명과학대학)출신으로 미국 워싱턴대학, 루이지애나 주립대 등에서 제지공학을 연구하고 임산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목질재료를 이용한 첨단 신소재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과기대와 공동으로 나무를 이용한 플렉서블 종이 리튬이온전지 개발이 가능한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하는 성과로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과연 이 박사가 개발한 나노셀룰로오스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떤 응용이 가능할까?


- 일단 나노셀룰로오스가 뭔지 궁금하다.

셀룰로오스는 식물체 세포막의 주성분으로 흔히 섬유소라 부른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생가능한 고분자 물질로 목재의 약 35~40%를 차지하고 있다. 특정한 수종의 나무에서만 추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무에서 다 추출할 수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셀룰로오스를 기계적으로 처리해서 얻을 수 있는 첨단 소재로, 지름이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한 초극세 섬유다. 참고로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에 해당한다.

우리가 만든 나노셀룰로오스는 물에 0.5% 농도로 분산시킨 셀룰로오스 분말을 약 1400기압의 고압 균질기로 10~20회 정도 통과시켜 만든 직경 10~30나노미터, 길이 300~500나노미터 크기다.


- 나노셀룰로오스를 어떻게 배터리 제작에 사용하는가?

기존 리튬이온전지는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전지로 음극 전극, 양극 전극과 분리막, 전해질 등 4대 핵심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보는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대개 리튬이온전지인데 많이 보셨겠지만 4각형의 납작한 케이스에 이 4가지 요소가 들어있다. 내부를 뜯어보면 필름 형태의 양극-분리막-음극 3장을 순차적으로 포갠 후 전해액이 주입된 구조다. 전극들과 분리막은 다공성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금속 등으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리튬이온전지가 물리적 유연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웨어러블’을 표방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는 유연성이 필수적인데, 리튬이온전지는 잘 휘어지지 않는다. 열에 취약한 문제도 있다. 배터리 발열 및 폭발사건이 종종 일어나는 이유다.

우리는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해 금속보다 강한 나노종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또, 셀룰로오스 나노섬유로 리튬이온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다공성 셀룰로오스 나노종이 분리막’을 개발했다.

새로운 셀룰로오스 나노종이 분리막은 이온전도도 및 전자전도도가 우수해 고용량, 고출력 구현이 가능하다.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뛰어나 고온에서 수축이 일어나지 않아 발화나 폭발의 위험도 없다.

올해 개발한 종이배터리는 나노셀룰로오스, 탄소나노튜브 등으로 양극 및 음극 소재를 제조한 후, 나노종이 분리막과 일체화시킨 것이다. 테스트 결과 기존의 리튬이온전지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하며, 잘 휘어지고, 심지어 접을 수도 있어 사용영역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체 개발한 종이배터리를 시연하는 이선영 박사. 사진 = 신상호 기자


-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기술이 개발된 사례는 없는가?

나노셀룰로오스가 아닌 일반 종이를 이용한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연구되어왔지만, 우리처럼 나노셀룰로오스를 전극의 바인더로 대신 적용한 연구는 보고된 바 없다. 나노셀룰로오스를 분리막으로 개발한 연구도 우리 그룹이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나노셀룰로오스 분리막-전극 일체형 연구는 세계최초다.


- 기존 리튬이온전지도 플렉시블 가능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 개발되고 있는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는 기존 전지 소재 및 기술들의 연장선상에서 일부 변형을 하는 차원에 불과하다. 상업적으로 의미있는 플렉서빌리티를 확보했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 기술의 강점인 고용량, 고출력, 고안전성, 저가화 등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방식은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에서 전지 핵심 소재를 만들 수 있으므로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할 때 경제성 측면에서 우위가 있고, 안전성과 성능도 뛰어나다.


- 나무에서 첨단 소재를 추출하는 연구에 착안하게 된 계기는?

현재 임업은 단순히 목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을 넘어 서비스와 문화 등 3차 산업 영역까지 진출했다. 앞으로 임업의 가치를 좀 더 높이려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1차 산업인 임업을 첨단 분야인 전기공학, 생물공학, 의공학 분야와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다.

특히 다른 첨단 분야에서 기존의 고분자, 금속, 무기물 등을 넘어선 바이오 물질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파악하여, 나노셀룰로오스 같은 나노 바이오물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007년 최초로 나노셀룰로오스 제조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응용분야를 탐색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나노섬유다. 예를 들어 소량의 나노섬유를 고분자에 보강시키면 고분자의 기계적 특성이 크게 향상되어 나노고분자 복합재료를 만들 수 있다. 나노섬유로 만든 종이는 금속보다 강하다. 그리고, 나노종이에 나노크기의 공극을 부여하면 리튬이온전지의 분리막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 연구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2007년 국내 최초로 목질계 나노복합소재 개발 과제를 시작할 당시 우리나라는 나노셀룰로오스 같은 첨단 신소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관련 산업도 존재하지 않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구를 시작해 7년이 지난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기술은 미국, 스웨덴, 캐나다와 일본에서 진행중인 연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나노셀룰로오스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 중 한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울산과기대의 리튬이온전지 연구팀, 순천향의대 의공학 연구팀과 함께 이룬 성과다.

▲나노셀룰로오스 제작 공정을 설명하는 이선영 박사. 사진 = 신상호 기자


- 개발 기술의 수요와 활용전망,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리튬이온전지의 분리막 소재인 다공성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은 전량 수입되고 있으며, 관련 시장 규모만 지난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다공성 셀룰로오스 나노섬유 분리막으로 대체할 수 있다.

삼성, LG, 애플 등 국내외 전자업체들이 모두 관심가지고 있는 분야라 산업화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본다. 우선 최근 많이 출시되고 있는 손목시계형 스마트폰에 채용될 수 있고, 구글 글라스 등 각종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사용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소위 ‘아이언맨’ 프로젝트라 해서 각종 전자기기들을 미군들이 쉽게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게 하는 대형 과제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웨어러블 전원으로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가 적용될 수 있다. 슈퍼나노종이는 금속보다 강한 재질로 제지산업, 의학, 자동차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제조공정 개선 및 원가절감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 논문이나 특허, 기술이전 같은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우선 첨단분야의 여러 유명 저널에 연구논문이 발표됐고, 산업재산권도 획득했다.

2012년 나노셀룰로오스와 탄소나노튜브 전극 및 고분자 전해질에 기반을 둔 플렉시블 슈퍼축전지 개발 논문이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나노기술 관련 세계 탑5 저널 중 하나인 ACS 나노지에 게재되었고, 다공성 셀룰로오스 나노섬유 분리막으로 기존 분리막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 논문도 같은 해 영국왕립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저널 오브 매터리얼스 케미스트리에 게재됐다.

2013년에는 실리카 나노입자를 첨가해 나노셀룰로오스 분리막의 성능을 개선하는 원천기술 논문이 저널 오브 파워 소스지에 게재됐다. 2014년에는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만든 분리막과 양극 소재 및 음극 소재를 일체화한 종이배터리 제조 원천기술이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나노기술 관련 세계 탑5 저널 중 하나인 나노 레터스에 게재될 예정이다.

주요 산업재산권으로는 고강도 나노종이(2010년 국내특허등록), 나노셀룰로오스 분리막(2011년, 2012년 국내특허등록)이 있고, 국제 특허도 최근 3년간 3건을 출원했다.


- 향후의 과제와 포부는?

단기적으로는 나노셀룰로오스 제조를 연구실 수준이 아닌 대량생산체제로 바꾸기 위한 최적의 국내 수종 선발, 요소단위 공정별 대형화 반응기의 제작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저장소자, 의공학 신소재, 나노복합소재 등 첨단 신소재 개발에 더욱 주력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또, 국립산림과학원에 나노셀룰로오스 연구센터를 만들어 임업 분야의 첨단 신소재 연구를 주도하고 세계적인 연구센터로 성장시키고 싶다.

(CNB저널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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