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수능 전날, 필자는 한 컬렉터에게 전화했다. 전시에서 작품을 구매한 분에게 배송하기 위해서인데, 약속을 잡은 날이지만 딸의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에 작품배송 시기가 적절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이다.
당일 방문해도 된다는 답을 듣고 작품을 직접 가서 무사히 전해드렸다. 불연 듯 떠올랐던 것인데 어떻게 따님의 수능일도 알게 되었을까. 필자는 자신에게 더 궁금하다.
이 분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미술애호가이다. 바쁜 일정이 없으면 전시가 열릴 때마다 갤러리에 방문하고, 작가와 작품 전시에 대해 큐레이터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를 나누면서 미쳐보지 못한 작품의 느낌, 생각 등의 많은 정보 외에도 큰 일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그만큼 공감대가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대화인 것 같지만,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그분의 대소사도 전달받게 된 것 같다.
이와 같은 미술애호가를 만나는 일, 사소한 부분까지 알고 챙길 수 있도록 공감대와 친밀감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큐레이터에게 엄청난 힘이 되는 것 또한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미술애호가의 존재이다.
이런 친밀감은 작품에 대한 솔직한 미술애호가와의 대화를 이끌어 낸다. 이것은 하나의 중요한 피드백이 된다. 이처럼 큐레이터들에게는 미술애호가들과 소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술애호가들의 정보는 신뢰할만하다. 전시회나 아트 페어 등의 현장을 먼저 누비고 다니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과 정보를 보고 듣기 때문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한 미술애호가가 좋은 작가를 미리 알아보고 갤러리에 소개해주는 경우도 많다. 작가성장에 컬렉터가 차지하는 기여도도 대단히 크다. 꾸준한 관심으로 시작되어 작품을 사고, 주변에 또 다른 미술애호가에게 작가와 작품을 소개해준다.
어느 지역에서는 젊은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미술애호가가 모여 상을 제정하고 수상자를 발표한다. 수상자에게 전시를 열어주고 작품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젊은 작가를 후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물 한 공간을 작가의 작업실을 위해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큰 재정이 필요한 일도 있지만, 펀드나 계와 같은 협동으로 작가를 후원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