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5-406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11.27 08:46:2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지방 재판이 있어 하루 종일 사무실을 비워야 했던 날, 회사에서 급한 문자가 왔습니다. ‘OO 스파 원장님이 급히 연락을 달라고 하십니다.’ ‘재판이 길어져서 전화를 못 받으니 사무실로 전화를 하셨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원장님 목소리는 매우 다급했습니다. “변호사님 지급명령을 한통 받았습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일인지 감이 올 때가 있습니다. 또 연예인 사진이구나! “초상권 침해로 1천만 원을 내놓으랍니다. 어찌 해야 하나요.”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했습니다. “일단 관련된 글을 모두 내리시고 전화 주세요.” 잠시 후 원장님께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글 모두 내렸습니다.”
“문제된 연예인이 누구인가요?” “김OO입니다.” “혹시 OO 법률사무소에서 보낸 것인가요?” “네. 맞습니다. OO 법률사무소에서 보낸 서류입니다.” 미용 관련 업종, 성형외과, 치과 등이 광고목적으로 연예인 사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표님들이 광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광고 대행사에 광고를 맡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대표님들이 억울해 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대표님들로부터 이런 전화를 많이 받다 보니, 내용증명이나 소장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나름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물어보면 어느 법무법인에서 보내왔는지 대략은 알 수 있습니다.
일부 법률사무소, 법무법인이 너무한 것은 맞습니다. 정말 잠깐 올렸다고 지웠던 연예인 사진을 어떻게 찾아내었는지, 캡처 화면을 증거로 보내옵니다. 저도 변호사이지만 변호사나 법무법인 이름으로 오는 내용증명이나 소장은 정말 독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는 상대에 따라서 그리고 우리가 사용한 사진의 개수, 기간, 어떤 방식으로 사용 되었는지를 고려하여, 적절히 합의를 권하기도 하고, 좀 더 세게 대응하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무조건 소송에 들어갈 경우,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소송비용이 배상비용보다 커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명인을 모델로 한 광고가 문제될 경우 신문지상에 많이 등장하는 용어가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입니다. 이중에서 초상권은 말 그대로 초상 즉, 사람의 얼굴과 몸에 드러나는 외형에 대한 이미지를 촬영, 전송, 방송 등을 통하여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이러한 초상권은 법적 권리로 인정되고 있고 일반인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개념입니다.
반면에 조금은 생소한 개념인 퍼블리시티권은 주로 미국 등 자본주의국가에서 자신의 외형에 대한 이미지의 사용권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가치적 측면이 있고, 이러한, 인격권적 측면을 벗어난 재산권적 측면을 초상권이라는 단어와 구분하여 지칭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따라서 이 두 권리의 관계에 대하여서는 이설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재산권적 성격을 갖는 초상권이 퍼블리시티권”이구나 정도로 개념을 잡고 있으면 될 것입니다. 이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례가 나오거나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판사마다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산권적 성격 갖는 초상권, 퍼블리시티권”
배우 장동건과 송혜교 등 유명 연예인 35명이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패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재판부가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서 패소한 사건입니다.
반면에 가수 백지영, 남규리 씨가 제기한 소송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여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현 시점에서 판결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위의 장동건 씨의 패소 사건도 고등법원에서 승패가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초상권이나 성명권의 침해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퍼블리시티권과 달리 초상권이나 성명권은 확립된 권리입니다. 다만, 연예인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주로 주장하면서 소송을 하는 이유는 그 배상액이 초상권이나 성명권 침해 보다 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습니까? 광고 대행사는 대부분이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고 나면 연락도 되지 않을뿐더러, 책임질 능력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구나 많은 대표님들이 광고 대행사와 계약한 계약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연예인 사진을 함부로 써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이야기는 벌써 몇 년째 계속되어온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법원에서도 “저는 잘 모르고 썼습니다.”라는 말은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