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⑤ 광진서 학교전담경찰관(SPO) 안종옥 경사]학교폭력 없애는 ‘경찰샘’,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강력계에서 자원, 폭력서클 해체 등 문제 학생 선도에 앞장
▲광진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안종옥 경사.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갈수록 심해지는 학교폭력 문제는 정부가 4대악 중 하나로 거론할 정도로 심각하다. 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도 문제지만, 때론 엄하고 부드럽게 학생들을 보듬는 어른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일선 교사들에게 모든 걸 맡기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생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CNB 이번호에서는 ‘경찰샘(선생님)’으로 불리며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광진경찰서 아동청소년과 안종옥(36) 경사를 만났다.』
강력계 형사였던 안종옥 경사는 지난 해 7월 학교전담경찰관(SPO, School Police Officer)에 자원했다. 흉악범들을 상대하다 왜 학생에게 다가왔을까? “경찰관이 돼 처음 광진경찰서로 발령받았을 때 1년 정도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며 말문을 열었다.
당시 전과자가 되는 학생들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정말 심한 문제 학생이 한 명 있다면, 그 학생을 따르는 주변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 학생 한 명 때문에 그 친구들이 경찰서로 끌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다 같이 전과자가 되는 것이다.”
친구 따라 전과자가 된 학생들 가운데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선도했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학생들이 많았다. SPO 제도가 생긴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당시의 경험이 떠올라 주저 않고 자원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이 된 후 매일 자신이 담당하는 광진구의 8개 학교들을 방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니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안 경사는 지난 8월 ‘베스트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선정돼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3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중학교 폭력서클을 해체시켰는데, 그 이후 폭력서클에서 활동하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변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광진구의 한 공원 일대에서 초·중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하는 학교 내 폭력서클이 있다는 정보를 그가 입수한 것은 지난 해 10월이었다. 수사 끝에 주범 격인 학생 한 명을 찾아냈다. 그를 중심으로 모인 61명의 학생들이 서클 후배나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한 폭행, 금품 갈취 등 20여 건의 범죄를 일일이 밝혀냈다. 이 일로 서클을 주도했던 학생은 구속되고 폭력서클은 해체됐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주범 학생은 구속시켜 더 이상 피해자들과 마주치지 못하게 했지만, 함께 범행에 가담했던 60명 중 30여명은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또다시 폭력서클을 결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실제로 이전에 가해학생들에게 피해를 당했던 학생들은 불안해했고, 무엇보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경우 이번에 이들은 단순한 훈방 차원이 아닌 형사처벌을 받게 돼 영영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었다.
“한 순간 잘못으로 이들의 미래가 망쳐진다면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똑같이 보호받아야 할 학생이니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우선 가해학생 중 재범 우려가 높은 학생들을 선별해 수시로 상담을 하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다가선 학생들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상담만으로는 불안했다. 고민 끝에 이들과 함께 매월 학교 주변 우범지역을 합동 순찰하고 등산을 함께 하면서 가깝게 다가서기 시작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줄까 걱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경찰관인 양 적극적으로 순찰했고 마치 형, 동생 사이처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 학교와 구청, 자원봉사단체가 함께 진행하는 ‘붓으로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란 프로그램에도 학생들과 참여했다.
그는 “학교 주변의 낙후된 벽면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건전한 청소년 문화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됐는데, 여기에 당사자인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람된 일을 한 것 같아요.” 문제 학생으로부터 이 말을 들은 그는 뿌듯했다. “벽화를 그리면서 자신의 손으로 거리 환경이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폭력서클에서 활동했던 가해학생들과 강원도 평창군으로 1박 2일 캠프를 떠나 레프팅도 하고 바이크도 타면서 이 얘들도 특별한 것 없이 그냥 평범하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제 13개월 된 아이의 아빠로, 학교전담경찰관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끝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없었을 뿐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