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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큐레이터 다이어리]갤러리 변신은 무죄

변신의 미학 보여준 ‘앤디워홀 에디션 출시 기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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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7호(창간기념호) 신민 진화랑 실장⁄ 2014.12.04 08:41:2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팔색조 같은 여자, 매력이 넘친다는 의미이다. 때마다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여성은 왜 주목을 받는가? 다양한 색감을 표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녀는 자신을 개발하는 즐거움을 아는 자다. 당연히 보는 이에게 귀감이 된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나머지 과감한 스타일의 옷을 평생 한 번도 입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의 옷만 평생 입는 사람도 있다. 단정함 또는 간소함 속에도 분명 미학은 있다. 하지만 자신을 탈바꿈하는 시도에서 비롯한 에너지가 생동감 있는 인생을 만든다는 점에서 나는 변신의 미학을 선호한다.
 
여행이 사람의 일생에 있어 꿈의 목록 최고 순위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내 외관은 바꿀 수 없지만 내 눈과 가슴에 담겨지는 세계가 다양할수록 내 사고는 유연해지고 창조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풍경을 경험하는 동안 자신의 새로운 면 또한 발견 가능하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예술가의 아이디어는 무한하다. 그만큼 새로운 세계가 끝없이 형성된다. 실제 여행은 시간과 경제적 비용 면에서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반면 예술은 다채로운 풍경을 우리 삶 가까이에서 경험하도록 하는 이점이 있다. 예술을 여행의 대안으로 생각한다면 이상적인 삶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앤디워홀과 친구들 전을 설명하고 있는 신민 큐레이터 사진 = 왕진오 기자


필자는 이번에 값진 예술 여행을 했다. 앱솔루트 보드카의 ‘앤디워홀 에디션 출시 기념 전시’를 갤러리에서 개최하기까지의 여정이 그것이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30년 전 미국 미술계의 영웅이었던 팝 아티스트 앤디워홀과의 협업으로 감성마케팅을 처음 시작했다.

앤디는 콜라병과 캠벨스프 깡통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시킨 장본인이다. 친숙한 사물, 상업적 산물을 새롭게 보이도록 한 시도는 엄청나게 특별한 결과를 가져왔다. 더 이상 콜라는 단순 기호 식품이 아니라 예술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앤디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마시는 듯 한 기분을 향유하게 됐다.

▲앤디워홀과 친구들 전이 펼쳐진 진화랑 외경. 사진 = 왕진오 기자


진화랑에서의 황홀한 그날 밤

앱솔루트는 앤디를 선두로 이후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함으로써 예술과 펼칠 세계가 기대되는 대표 주자로 거듭났다.

앱솔루트의 병 모양은 그대로지만 그 위에 다양한 예술의 옷이 입혀지면서 무한히 새로운 맛이 창출되는 것이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과감히 지우고 각 분야의 메커니즘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일으킨 마케팅의 귀재 앤디. 앱솔루트는 그의 정신을 잇는다.  

이번 행사는 더 이상 예술과 상업을 각각의 카테고리에 묶어두기 보다 여러 가지 요소를 믹스매치 할 줄 알아야 발전이 가능한 시대상을 보여준다.

갤러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 초대전이 동일한 형태로 반복되기만 한다면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처럼 존재감이 약해진다. 갤러리도 팔색조 매력을 선보이는 마케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앤디워홀과 친구들 전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 = 왕진오 기자


진화랑은 43년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인 만큼 변화시키기 어렵다. 청와대와 경복궁이 둘러싼 환경은 한 몫을 더한다. 경찰들이 곳곳에 경비를 서있고, 유흥가 하나 없는 조용한 동네, 고즈넉한 갤러리에서 시끄러운 클럽음악을 틀고 술을 마시는 행위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다수가 의구심을 품었다. 강남 상권 한복판도 아니고 강북의 가장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그런 행사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다분하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편견이고 한계를 설정 할 뿐이다. 예술이 사고의 틀을 넓혀주는 매개라고 설파하면서 나조차 어떠한 틀을 벗어나기 두려워한다면 내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앱솔루트 측에서도 기존의 행사와 뚜렷이 차별화 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진화랑을 선택했고, 우리는 함께 배를 띄웠다. 역시나 도전은 의미 있었다. 진화랑은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파격 변신했다.

앤디가 뉴욕에서 즐겨갔던 클럽 ‘스튜디오 54’에 온 것만 같은 기분에 취할 수 있고, 동시에 앤디의 뮤즈가 될 만한 아티스트 10명의 작품을 만나는 공간이 됐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진화랑 오프닝 사상 최다 관객 입장을 기록했다. 보통 갤러리 행사에 관객이 1시간 이상 머무르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날 밤은 내내 즐기는 관객들로 열기가 뜨거웠다.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황홀한 밤이었다. 현실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 변신은 무죄다.

(CNB저널 = 신민 진화랑 실장)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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