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시대의 아이콘 헵번, 진솔한 휴머니즘 조명
영화배우에서 유니세프 친선대사, 현모양처 등 사랑실천 기록 가득
▲‘오드리 헵번, 뷰티 비욘드 뷰티’ 전시회는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지녔던 다양한 모습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영화 ‘로마의 휴일’(1953)에서 딱딱한 왕실을 벗어나 거리로 뛰쳐나와 천방지축 뛰놀던 공주를 기억하는가? 이 공주를 연기하던 여배우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는 웃음기 없는 시크한 표정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후엔 영화배우가 아닌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3년 타계할 때까지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베트남 등 많은 나라를 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굶주린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했다.
이 다양한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그의 인생을 재조명하는 ‘오드리 헵번, 뷰티 비욘드 뷰티’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했다. 이 전시는 화려한 영화배우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자녀와 함께하는 엄마의 모습,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노년의 모습 등 휴머니즘이 가득한 헵번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진지하게 되새겨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오드리 헵번, 뷰티 비욘드 뷰티’ 전시관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의 총감독을 맡은 최요한은 “7년 전부터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과 접촉하며 이번 전시를 준비해 왔다. 세계적인 스타 헵번 개인의 삶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관람객들이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타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데 주력한 그의 삶이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전시된 작품 개수가 거의 1000점을 넘는데 총 5개의 콘셉트로 구성했다. 영화배우로서의 삶, 그리고 평범한 엄마로서 살아온 삶을 보여준 뒤 그가 입었던 영화 의상들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전 세계의 소외받는 어린이들의 엄마가 된 헵번, 마지막으로 그의 친구들 11명의 인터뷰 내용들을 모니터로 보여준다”고 전시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패션 디자이너 지방시가 오드리 헵번을 위해 직접 디자인한 다양한 의상들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를 위해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과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힘을 모았다. 재단 소유 물품 뿐 아니라 로마, 밀라노, 미국 등지에 있는 개인 소장가들의 소장품들이 한국에 처음 공개된다. 헵번 가족들의 8mm 홈 비디오와 그가 실제 가족들에게 요리해준 레시피들과 식탁세트, 출연했던 영화들의 한정판 오리지널 포스터 80여점을 볼 수 있다. 또 영화 ‘로마의 휴일’로 수상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직접 그려 온 그림 등도 전시된다.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로 수상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가 전시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전 세계 아이들에 사랑 실천
헵번의 둘째 아들이자 현재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 회장직을 맡고 있는 루카 도티는 이번 전시에 특별한 관심을 표했다. 직접 전시 현장을 방문해 “내게 어머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나를 데리러오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바깥에서는 시대의 아이콘, 유명한 영화배우로 알려져 있어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어머니가 80년대 이르러 유니세프 친선대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가족과 편한 삶을 살 수 있었겠지만 어머니는 전 세계 아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길을 택했다. 어린 마음에 다른 아이들을 질투하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그 따뜻한 마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 그 아름다움과 감동을 최대한 많이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과 관련된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단순히 외적인 부분 뿐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보여주는 데 주력한 이 전시가 다가오는 연말, 차가운 날씨에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불씨를 지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2015년 3월 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