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⑥ 강남서 여성청소년과 김미숙 경장]아동 성폭력 급증, 예방이 최선 대책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 진행…“9월부터 아동학대특례법 제정돼 다행”
▲서울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김미숙 경장.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최근 아동 성폭력 관련 이슈가 주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아직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학교 정문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CNB 이번호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여성청소년과 김미숙(35) 경장을 만났다.』
지난 5월 강남의 한 초등학교, 3학년 오빠와 함께 집으로 가던 1학년 여자아이가 강제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백주의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수시로 다니는 길목에서 오빠와 함께 있는데도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이 사건과 관련해 김미숙 경장은 “이렇게 우리 아이들은 뭐라 저항도 할 수 없이 순식간에 당하고 만다. 특히 방과 후나 늦은 밤, 휴일 같은 때에 아동 성폭력과 같은 범죄가 일어날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순수한 아이들이 한 번의 상처로 씻어내지 못할 상처를 평생 가지고 살아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 사건 당시 관할구역인 청담파출소에 근무했다. 지금은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는 3세와 6세 두 아이를 둔 엄마이다. 아동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아이들이 그 상처를 감당하기엔 후유증이 너무 커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해 직접 아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지난 8월부터 직접 관내 어린이집, 유치원 등 아동 시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범죄 예방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총 8회에 걸쳐 600여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먼저 아이들에게 우리 몸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해준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역할극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아동성폭력 예방 교육 프로그램 현장. 사진 = 강남경찰서
역할극에서는 아이들이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싫어요! 하지마세요!”를 외치도록 유도했다.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첫 번째로 진행했던 신사어린이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동들과 보육교사의 뜨거운 반응에 큰 보람을 느꼈다.
그는 “아동 대상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어른들의 꾸준한 관심과 교육이 중요하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서 현장 교육뿐만 아니라 경찰서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 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600여명 아이들에 성폭력 예방 실전 교육
실제로 경찰서에 직접 찾아오기 어려운 부모들을 위해 아동 사전지문등록 행사를 대형 백화점이나 코엑스 등 다중이용 시설과 보육 시설에서 꾸준히 진행하는 등 아동 범죄 예방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김 경장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이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얼마 전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한 16살 여고생이 아버지를 접근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직접 법원에 청구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사건이 있었다.
지방에 사는 한 여고생이 중학교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학대, 성추행을 당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여고생은 가출을 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고, 아버지는 경찰에 딸의 가출신고를 했다.
그가 경험한 성폭력 관련 충격 실상은 끝이 없다. “가출 신고된 여고생을 찾았는데, 그 학생이 그동안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딸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긴급임시조치를 발동했지만, 관할 문제로 받아주지 않았다”
현행법상 긴급임시조치는 학대가 벌어진 장소나 가해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법원이 관할하게 돼 있다. 여고생은 이미 집을 떠나 서울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아동보호시설에서 친권을 가진 아버지에게 딸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난 9월 29일부터 시행된 아동학대특례법의 ‘피해아동보호명령’ 제도 때문에 이 여고생은 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 경장은 “아동학대특례법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학대 피해 아동이 아버지를 떼어놓아 달라고 직접 청구해 받아들여진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학대 사건에서 피해 당사자인 학대 아동들의 목소리는 뒷전이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할 때도 아이의 입장에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한다. 다행히 아이들이 경찰 제복을 좋아해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며 활짝 웃었다.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