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7호(창간기념호) 송행근 중국문화학자⁄ 2014.12.04 08:49:2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정물, 데이지와 양귀비 꽃병’이 11월 4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176억5000만 달러(670억 원)에 낙찰되었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거장 인상파 화가 빈센트 고흐가 죽기 전 1890년 완성한 작품이다. 이를 매입한 사람은 중국인 왕중쥔(王中軍)이었다.
왕중쥔은 영화사 화이브라더스(華誼兄弟)의 회장이다. 중국에서 미술품 컬렉터로 유명세를 탔다. 그의 집에는 우관중(吳冠中), 양페이윈(楊飛云) 등 중국 국내 유명 미술가 작품이 걸려있다. 우관중의 수묵화 한 점은 2005년 베이징의 경매 시장에서 3천만위안(당시 39억 원)에 팔려 중국 수묵화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국 최고의 부동산 갑부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도 중국의 대표적인 예술품 소장가다. 그는 1990년대부터 미술품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푸바오스(傅抱石), 류하이쑤(劉海粟), 리커란(李可染), 판톈서우(潘天壽), 황빙훙(黃賓虹), 우관중(吳冠中) 등 중국 저명한 화가의 작품을 대부분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그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클로드와 비둘기’를 2820만 달러(307억원)에 구입했다. 이미 폴 고갱,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등 세계적인 유명 화가 작품들도 컬렉션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로 성장했다. 중국 근현대 미술품 시장에서 완다 그룹의 영향력은 부동산 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하다. 올해 그는 1450억 위안의 재산을 보유하면서 알리바바 마윈에 이어 중국부호 2위에 올랐다.
미술품 투자 즉, 아트테크는 중국 재벌들의 특권이자 취미이며 또 다른 자아 구현이다. 그런 탓에 중국부자들 사이에서 미술품 투자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된지 오래다. 왕제린과 왕중인을 비롯한 중국부자들이 예술품에 돈과 열정을 바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배경을 이룬다. 하나는 중국사회의 일면이며 하나는 중국부자의 단면이다. 먼저 중국사회는 전통적으로 ‘체면’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중국인들은 남에게 보여 지는 것. 다시 말해 ‘체면’을 위해서는 과소비도 불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1949년 10월 신중국이 탄생되면서 마오쩌둥은 중국 역사상 수천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인민이 평등한 사회주의체제를 확립했다. 하지만 덩샤오핑이 80년대에 잘사는 사회주의를 만들고자 도입했던 개혁개방이 성공하면서 부(富)의 평등이 깨지는 불평등한 사회로 변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자가 탄생되고 가난한 자가 생겨나면서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부자가 하나 둘 씩 생겨나면서 다시 고개를 든 것이 바로 중국문화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인 ‘체면’문화이다. 그리고 ‘체면’문화의 결정체인 과시욕구가 어느새 사회적 풍조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카르티에, 루이뷔통, 프라다 등 해외명품을 소유하려는 행위도 자신의 경제력과 능력을 타인에게 과시욕구의 하나라고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각종 명품, 고급차량, 해외여행 등으로 자기를 과시할 수 있는 부분에 돈을 쓰던 중국 부자들이 최근에 오래 보유할수록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보관형 재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와인을 비롯한 클래식 악기, 중국 전통 고가의 장식품 등에 대해 ‘투자’의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장시간 보유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골동품 및 예술품 재테크 에 관심을 쏟는 것이다.
특히 왕제린 회장처럼 거대한 그룹을 경영하는 기업 총수는 문화를 추구하고 개인품위를 제고시키기 위해 예술품에 열을 올렸다. 고급 예술품 수집은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고 개인의 품격을 높이는데 큰 선전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고대의 예술품 소장을 좋아한다고 해서 중국부자들이 고리타분하거나 아날로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중국부자들은 ‘케케묵은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그 누구보다도 빨리 수용하여 활용하는 최강의 디지털 휴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