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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부둣가에 낡은 창고를 개조한 레스토랑 노마(Noma)가 있다. 2003년 문을 열었고 테이블은 고작 11개뿐이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이곳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한 해 100만명이 예약을 시도한다. 그 결과 덴마크 관광산업을 11%나 성장시켰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식재료만 사용해 농업과 어업, 낙농업까지 부흥시켰다.
둘째, 오너셰프(주방장 겸 주인) 르네 레드제피(37)의 명성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주방장이 글로벌 리더에 선정되기는 사상 최초다. 그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석해 고견을 쏟아냈다.
덴마크 관광산업 성장시킨 셰프의 신토불이 전략
레스토랑 노마는 세계요리업계 선정 ‘세계 50대 식당’에서 3년간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레스토랑가이드 미슐랭에서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았다. 레드제피의 성공비결은 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을 선보인 것이다.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곳이 등장하기 전까지 코펜하겐 최고급 식당들은 정통 프랑스 요리를 주로 내놓고 있었다.
레드제피가 자랑하는 독특한 음식이란 자기 나라에서 얻는 식재료만 사용하는 거다. 신토불이 식재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식당 요리에는 유럽에서 흔한 올리브오일이 없다. 이유는 이곳에서 올리브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개미를 이용해 올리브 맛을 낸다. 신토불이 식재료의 결정판이다. 꿀은 벌이 꽃의 수분을 먹고 토해낸 거와 같은 이치다.
레드제피는 한식의 세계화와 관련해 “당신 주변의 것들을 포용한다면 엄청난 가능성과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유행을 좇거나, 그래야만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직관을 무시하는 게 얼마나 실망스런 건지를 일깨워줬다. 하찮게 보이는 우리 음식도 재료와 방법을 어떻게 특화시키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식의 재발견이 필요한 이유다.
한식의 세계화를 거론할 때마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만한 인물이 없다. 한식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기 위해 최초로 고급화 전략을 구사한 주인공이다. 2007년 미국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 관계자들에게 한 끼에 300만원이 넘는 한식 정찬을 대접했다. 고급 한식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데 사재를 털었다. 신개념 한식당 저변을 확대하고 화요라는 고급소주를 개발했다.
맥도널드 진출 못한 미얀마에 롯데리아 6개나 개설
조 회장은 저서 ‘조태권의 문화보국’을 통해 한식에 대한 자긍심이 결국 국익창출의 첩경이라고 봤다. 한식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면을 경계했다. 다른 나라의 비싼 명품을 사고 비싼 음식을 소비하는 건 품격이 높고, 우리나라 좋은 식당과 음식, 좋은 그릇에 대한 소비는 사치냐고 따졌다. 1963년 설립된 광주요는 식탁 위 국격을 지향한다. 한식에 고급화 옷을 입힌다.
한식은 한민족 5000년 문화유산이다. 2030년 세계식품산업 규모는 무려 1경원(1조의 1만배)이다. 사물인터넷이나 자동차, 반도체, IT시장은 비교가 안 된다. 한식을 산업으로 키울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중산층 인구 절반을 10억명이라 볼 때, 그들이 한 달에 한 끼만 한식을 먹어도 1년이면 120억인분이다. 한 끼 당 20달러만 잡아도 시장규모가 240억 달러가 된다.
한식은 단순한 밥장사가 아니다. 한식의 세계화 전략을 프랜차이즈에서 찾자. 발효와 숙성의 과학이 숨쉬는 한식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학에 한식 프랜차이즈 전략과정을 시급히 도입하자. 우리나라 자영업 외식업 비중이 세계 1위라는 건 한편으로 큰 자산이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우리나라 10대 그룹보다 높다. 한국판 맥도널드·스타벅스를 키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맥도널드가 진출하지 못한 미얀마에도 우리나라 롯데리아는 6개나 개설돼 있다. 우리에겐 그만한 문화적 자산과 역량이 있다. 한식 세계화 프랜차이즈가 국익창출의 길이다. 남에게 받으려면 내가 먼저 나에게 절해야 옳다.(향아설위 向我設位)
(CNB저널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