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⑧ 금천서 민원봉사실 윤현정 경사]민원인 고충 해결 ‘팔방미인’…“한 발만 물러서면 풀리는데…”
민원 최전선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경찰 위상 높여
▲금천서 민원 봉사실 윤현정 경사.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경찰서 민원봉사실은 일반 시민이 경찰과 만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엄마와 지문 등록을 하러 온 갓난아기부터 잘못 산 물건을 반품해주지 않는다며 하소연하는 어르신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서울 금천경찰서 민원봉사실도 하루 종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15년간의 경찰관 생활 중 민원업무에 잔뼈가 굵은 윤현정(39) 경사는 “민원실을 보면 경찰의 업무가 평범한 우리 일상과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CNB 이번호는 온갖 사연을 가지고 경찰서를 찾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민원봉사실의 윤 경사를 만났다.』
금천경찰서 민원봉사실을 찾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250여 명에 달한다. 하루 종일 걸려오는 전화 민원까지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고 의지하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윤현정 경사는 “군대 갔다 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찰서 민원실은 군대로 보면 ‘의무대’ 같은 곳이다. 아픈 사람은 지휘여하를 막론하고 모두 치료해주는 곳이 의무대라면, 민원실은 피해자와 가해자, 참고인, 혐의자 할 것 없이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문을 여는 이곳은 다른 경찰 부서에 비해 행정적 느낌이 강하다. 경찰서 내부에서 대민 서비스 성격을 갖는 곳이다. 경찰서 하면 으레 떠오르는 딱딱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동네 주민센터 모습을 연상시킨다.
민원실에서는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윤 경사는 “사실 민원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무언가 불만이 있는 사람, 불편을 해소하고 큰소리로 따지러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민원실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깨지는 일은 다반사다. 무작정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경찰서장이나 청문감사관실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이들은 자초지종 없이 짧은 시간에 자신의 억울한 일을 일방적으로 쏟아놓기 마련이다.
“일단은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리고 ‘아, 그러셨군요’하고 상대방 말에 호응한다. 민원인을 설득하거나 자세히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민원실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게 된다.”
다양한 민원인 고충을 경찰서 해당 부서로 연결해주는 일도 민원실의 중요한 업무다. “접수된 민원을 종합적이고 신속하게 판단해 관할 부서에 연결한다. 민원인이 두 번 걸음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화상수화통역 서비스’ 모습. 사진 = 금천경찰서
경찰서 업무를 파악하고 다양한 민원을 조율하는 윤 경사는 “민원실에서는 팔방미인이 돼야 하는 것 같다. 워낙 다양한 일들이 있고, 이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경찰서 정문에서 젊은 여자가 전화기를 들고 울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화기를 붙들고 울면서 경찰관만 찾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으로 달려간 그는 순간적으로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이미 보안카드와 개인정보를 유출한 상태였지만, 신속히 은행에 지급정지 조치를 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장애인 민원 서비스에 보람
민원인 가운데는 법적 문제와 연관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개별상담을 해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자연스럽게 카운슬러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중국 여성이었는데,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민원실에 찾아온 경우가 있었다. 남편을 아직 사랑하는데 슬프다고 했다. 그때 법적인 잣대보다는 한 명의 여자로서 상담을 해준 적도 있다.”
민원실은 시민들의 일상적인 고충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윤 경사는 “청각․언어장애인들이 27만여 명을 넘는다고 한다. 경찰서에서 이들도 민원 서비스를 보다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난 10월 서비스 설치를 완료했다. 예전에는 청각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는데, 이 서비스를 통해 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어 “민원실에서 근무하며 느끼는 점이 많다. 쉽게 돈을 벌려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며 노동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또 가족 문제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새삼 가정의 소중함도 느낀다”고 했다.
덧붙여 “우리나라를 ‘욱’한민국이라고 했나? 한 발 물러서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많다. 사람들이 서로 조금만 양보한다면, 민원실은 지금보다 한결 여유로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