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빛의 예술가 한호]‘동상이몽’으로 베니스비엔날레 선다
▲Eternal Light-ARK, 1500x200x500, rice Paper, LED, 201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미디어를 회화로 끌어내는 작업을 펼치고 있는 빛의 예술가 한호(43) 작가가 오는 5월9일∼11월2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팔라조 벰보에서 ‘동상이몽’ 타이틀의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품을 공개한다.
‘개인적인 구축(Personal Structures)’이란 주제로 꾸려지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무대에 올리는 ‘동상이몽’은 작가의 영원한 빛 시리즈 작품 중 하나로, 한국사 속에서 절규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상처 받은 자, 죽은 자와 산 자, 앞으로 살아갈 자 그리고 과거와 현실이 한 공간 안에 존재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현실의 한 공간에서 이념과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는 교차점을, 빛과 시간 그리고 또 다른 공간의 환영을 통해 빛을 통한 치유의 공간으로서 연출해낸다.
▲Eternal Light-mandala, 300x300x900, LED, 2011
한호 작가는 “하나의 빛으로 회화이면서 미디어인 설치 작업을 보여주려 합니다. LED 캔버스 안에 인공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과정을 15초 사이에 관람객이 볼 수 있게 해 시간의 개념까지도 담아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지난 17년 간 빛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랜 시간 빛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는 빛이 주는 인간의 현실인 희망, 몰입, 카타르시스 등을 화면에 담아낸다.
미술평론가 장-루이 푸아트방은 한 작가의 작품을 ‘마음의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다’고 표현했다.
▲Eternal Light, 393x393x157, rice paper, LEDlampe, 2011
그의 작품은 두 가지 방향으로 펼쳐지는데 그 방향은 서로 상반되지 않는다. 그 주제는 땅, 흙, 역사,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초기 근원으로의 귀환을 끊임없이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 근원이란 유럽식 우주관인 태양광이 아니라, 제2의 천체, 반사하여 빛나지만 동시에 어둠을 밝히는 존재, 동양 시구에서 우주의 중심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바로 ‘달’이다.
동양 철학 및 시, 그림에서 달은 중요한 존재였다. 현대미술에서 달을 표현한 작가를 예로 들자면 백남준이 있다. 그는 인간이 꿈을 꾸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달이라고 표현했다.
한호는 빛을 영감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달은 우리에게 하늘로 향하는 방향을 제시하려 작품 속에 존재한다. 작가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되고 우리는 그를 통해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Eternal Light-Well of Jagob, 110x110x110cm, Black mirror, LED, 2013
2011년 소피아 종이 국제비엔날레에 공개된 한호 작품은, 직접적으로 투영되는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시와 예술의 신화적인 역사를 표현하는 데 그 힘이 있다. 작품에 부여된 일관된 제목이 ‘Eternal Light - 영원한 빛’인 것처럼, 인간을 이야기하는 모든 작품은 시작의 의미와 연관돼야 한다.
독일 낭만주의 시인 프리드리히 휠덜린은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함께 있다”라고 했다. 작가는 이러한 ‘창조와 파괴’의 중간자적 입장을 고수한다.
▲2015 베니스 비엔날레특별전 출품예정작, 낮과 밤의 이미지
“오늘날 인간의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이를 때면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간은 파괴의 역사를 넘어서 세상의 시작, 즉 파괴 후 다시 재창조하는 입장에 있다’고 대답하는 듯하다. 얇게 잘린 한지들이 모여 하나의 세상이 재창조되듯.
몇 천 개의 대나무로 제작된 하늘에 박힌 배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곧 노아의 방주를 포스트모던한 감각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그 섬세함, 불안정함은 희망의 매개물이 되기까지 한다.
지적 인식의 상징인 달 아래에서 입에 붓을 물고 하는 퍼포먼스에서는, 어머니 뱃속의 순수하고 경이로운 탯줄을 연상시키는 듯 흰색 줄이 그 달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적인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고도의 기술적 키네틱 아트를 혼합한 이 상징적 우주는 세상의 시작인 것이며, 한호는 작품을 통해 그 우주로 우리의 시선을 이끌어 낸다.
한호의 ‘영원한 빛’은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인간의 심장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그래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태초의 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디어를 회화로 끌어내는 한 작가는 프랑스 국립 파리8대학 박사준비 과정 수료 후 13년 동안 파리, 뉴욕, 베이징으로 옮겨 거주하면서 작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15회의 개인전과 함께 2005 프랑스 시제 비엔날레 초대전, 2007 뉴욕 허치슨 갤러리 기획초대전, 2011 소피아 종이 국제비엔날레, 2012 광주비엔날레 연계프로젝트 국제미디어퍼포먼스 페스티벌, 2013 드로잉 비엔날레 DMZ, 2014 우루무치 비엔날레, APEC 정상회담 초청전, 2014 워터 소마미술관 10주년 기념전 등의 기획전 활동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