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수백억 작품 척척 사들이며 '명가의 품격' 과시 vs 롯데, “인쇄그림으로 되는데 왜 진품 사나”
▲신세계백화점 회현동 본점의 외경.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가는 가운데 기업들의 미술품 활용 마케팅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국내 유통 쌍벽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전국 백화점에 화랑을 갖췄을 정도로 미술 분야에서도 경쟁 중이다. 그러나 두 기업의 전통과 행태가 다르듯, 미술품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이른바 ‘아트 마케팅’에서도 두 공룡은 닮은 듯 서로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신세계는 ‘전통의 범삼성가’답게 미술품 투자-활용에서도 선이 굵고 알차다. 수백억짜리 초고가 미술품도 필요하면 턱턱 사들인다. “외국 작가의 초고가 작품만 사들이고, 이는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오너 일가의 축재 수단”이라는 비난을 들을지언정, 초고가 미술작품을 마케팅에 이용하면서 화제와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 에비뉴엘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반면, 매출 면에서는 신세계를 크게 앞서는 단연 1등이면서도 롯데그룹은 아트마케팅에 관한한 아마추어스러운 행보를 내딛는 데 거리낌이 없다. “어차피 값싼 프린트 인쇄물로도 매장을 충분히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데 굳이 수백억이나 하는 비싼 진품을 사들일 필요가 있나?”라는 극히 실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접근의 결과, 신세계가 보유 중인 미술품은 외부로 드러난 것만 1천억 원대 이상을 호가하는 반면, 롯데 보유 미술품은 눈에 띄는 게 거의 없다. 백화점이나 명품관을 찾을 때 소비자는 ‘고급스럽게 모셔지는’ 느낌을 갈구한다. 명작 미술품이 받쳐주면 이런 느낌을 주기 좋다. 명작 미술품 취향인 신세계와, 실용추구 위주인 롯데의 아트마케팅 대결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현상황에서 점검해 본다.
“기업인들은 가난한 예술가를 돕겠다는 식의 태도를 버려라. 현대 사회에서 문화 없는 경제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 문화와 기업은 파트너 관계이다. 오늘날 문화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은 잊지 말아야 한다.”
프랑스의 세계적 미래학자이며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70, Guy Sorman)의 말처럼, 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 형성을 통해 기업가치 증대, 시장우위 효과를 누리고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대다.
▲롯데백화점 갤러리의 ‘역대 대통령 휘호전’ 관람객. 사진 = 왕진오 기자
신세계, 투자도 되고 평판도 올리는 명작 구매에 열 올려
2007년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명품관이 개장하면서 무려 350억 원대의 미술품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2011년에는 명품관 옥상에 380억 원을 호가하는 제프 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가 그 화려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재계와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화제만큼이나 “일회성 이벤트 행사를 위해 수백억 원대 예술품을 구입해 사용한 것은 단순히 마케팅 차원이라기보다는 오너의 개인적 취향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명품관에 설치된 도합 1천억 원대 미술품들의 선정 과정에 백화점 오너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비밀이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 이명희(72) 신세계 회장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고, 이에 앞서 2004년에는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에게 자신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장모 박○○씨 소유의 미술품 50점을 2000만 달러에 해외에서 팔아달라는 의뢰를 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2007년 폭로 사건도 있었다.
2007년 신세계백화점 옥상에 조성된 ‘트리니티 가든’에 설치된 고가 미술품들은 신세계그룹이, 대기업과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며 비자금 조성의 통로 역할을 했다고 지목된 바 있는 서미갤러리와 상당 기간에 걸쳐 상당한 거래를 진행했다는 반증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트리니티 가든의 작품들 중 대다수가 서미갤러리를 통해서 구입됐다는 정황은, ‘세이크리드 하트’를 구입할 당시 쿤스의 에이전트 역할을 한 서미갤러리가 이명희 회장에게 구입을 타진했고, 2010년 신세계 측이 전격 매입을 결정하면서 드러났다.
이곳에는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200억 원대 ‘Le Cepe(1963년)’, 호안 미로(1893∼1983년)의 15억 대 ’Personnage(1974년)’, 헨리 무어(1898∼1986년)의 59억 원대 ‘Reclining Figure: Arch Leg(1969∼70년),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년)의 120억 원대 ’Eye Bench Ⅲ(1996∼1997년)’ 그리고 제프 쿤스의 380억 대 ‘세이크리드 하트’까지 다양하다. 이들 작품의 총액만 770억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여기에 명품관 곳곳에 교체되며 걸리는 미술품들까지 합치면 백화점이라기보다는 내용면에서 초대형 미술관 수준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옥상에 놓인 제프 쿤스의 작품 ‘세이크리드 하트’. 사진 = 왕진오 기자
1000억 원대의 미술품을 보유 중으로 알려진 신세계 측은 “명품관은 고객만족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 단순한 쇼핑공간만이 아니라 고객의 풍요로운 문화적 삶에 기여하는 복합 생활문화를 지향한 결과”라며 “회사 차원에서 미술품을 수집하기 위해 진행된 프로젝트는 아니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잡음에도 불구하고 미술품을 마케팅에 활용한 신세계는 막대한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2011년 4월말부터 한 달간 진행된 ‘제프 쿤스 마케팅’으로 신세계백화점은 한 달간 매출이 14%나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밝혔다.
▲2011년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에서 진행된 제프 쿤스 작가의 현장 사인회. 사진 = 왕진오 기자
이 같은 흐름에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시누이-올케 사이인 삼성가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과 서로 비슷한 취향과 안목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거론된다. 72세인 이 회장과 69세인 홍 관장은 비슷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 회장이 이화여고,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나왔고, 홍 관장은 경기여고,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이다.
신세계 측의 미술품 컬렉션을 살펴보면 명성이 높은 작가의 희귀하고 고가인 작품을 과감히 구입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반사이익을 노린 행보다. 미술시장의 한 전문가는 “20년 정도 소장 기간이 경과하면 일반 투자보다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미술품을 구입해 투자도 하고 평판도 좋아지는 효과를 노린 행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롯데 “저비용-고효율의 아트마케팅 프로모션이 좋아”
그간 두 백화점-유통 쌍벽 중 미술계의 큰손 역할을 한 것은 신세계다. 그러나 요즘 미술계의 초점은 온통 롯데로 쏠리고 있다. 초초대형 프로젝트인 제2롯데월드에 150억 원대 상당의 미술품을 들이는 계획의 총괄 지휘자로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72) 롯데복지재단이사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 각종 논란 끝에 저층부를 임시 개장한 제2롯데월드는, 완공을 앞두고 공공미술품도 초대형으로 설치해야 하는 입장이다. 1995년 의무화된 ‘건축물에 대한 미술 장식 제도’ 때문에 연면적 1만m2 이상 건물을 지을 때는 공사비의 1%를 공공미술품 장식에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땅값을 포함한 제2롯데월드의 총 건설비용은 3조 5000억 원이지만, 이 중 순수한 건축비는 1조 4000억~1조 6000억 사이로 발표됐으며, 이에 따라 1%에 상당하는 150억 상당의 미술품이 납품될 차례다.
제2롯데월드는 2016년 높이 555m의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완공을 끝으로 공사가 막을 내리며, 이에 전후해 롯데 측은 실내외 장식 미술품을 구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의 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영자 이사장에게 여러 화랑들이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화랑가에 파다하다. 신 이사장은 과거 화랑을 운영했고, 최근까지 수시로 그림을 구입했다. 재벌회사 신규 사옥의 공공미술품 결정은 ‘총수의 직접 결정’사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초대형 공공미술품 구매를 앞두고 작년 11월부터 한 달간 석촌호수 위에 롯데 측이 띄운 ‘러버덕’ 프로젝트 추진비용도 제2롯데월드의 공공미술 의무구입 예산에서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와 운영비를 포함해 10억 원 정도가 소요됐다지만,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성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미지 개선을 위해 진행된 프로젝트치고는 관람객 360만 명이 다녀가면서 국내 언론과 SNS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행사기간 중 제2롯데몰과 에비뉴엘 면세점 매출과 방문객이 20%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적은 비용으로 효과는 짭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백화점 본점 갤러리의 ‘유약의 미학’ 전시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큰손’ 신세계 이명희 회장에 비한다면, 롯데 신영자 이사장은 지인들과의 행사에서 또는 개인 비치용으로 미술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손’이라는 게 화랑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롯데 측과 미술품 거래를 진행했던 화랑의 대표 S씨는 “신 이사장은 과거 오너 부인들과의 친분 관계 때문에 그림을 구입했다. 그래서 집에 걸어 놓은 그림들의 대다수가 아마추어 수준의 작품들이다. 경기도 양평의 딸 장선윤 집에 잘나가는 팝아트 계열의 젊은 작가들 작품이 다수 걸려 있는 것 외에는 고가의 그림을 사들인 경우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롯데는 여느 대기업과 달리 미술품을 고가의 투자 재화로 보는 게 아니라, ‘아트워크’로 부르며 백화점-호텔에서 사용하는 인테리어 비품 차원에서 그림을 구입한다. 경비 절감 차원에서 유명 그림의 인쇄물이나 무명작가의 저렴한 작품을 요구한다”며 “상위 1%를 위한 초호화 전원형 리조트라는 선전문구와 함께 수십억 원대 분양가를 기록한 롯데 제주리조트 아트빌라스조차도 내부장식용으로 겨우 몇 십만 원짜리 복사 그림을 구해달라고 부탁할 할 정도로 미술품 구입에 인색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양대 유통공룡인 신세계와 롯데가 아트를 활용한 마케팅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상업적이며 자산 축적의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점”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 그룹의 오너 일가가 주목하는 미술품의 대다수가 ‘돈이 되는’ 외국 유명작가들의 작품에 한정되며, 무리수가 따르는 방법으로 작품 수집에만 전력을 기울임에 따라 국내 미술인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미술계는 긴 침체기를 걷고 있다. 화가들은 작업실에서 창작하는 시간을 줄이고 돈벌이가 되는 일을 찾는 데 시간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화가들과 상생하며 미술계를 뒷받침하는 화랑들마저도 문을 닫거나, 업종의 다양화를 꾀하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많은 고객이 몰리는 백화점에서 펼쳐지는 아트마케팅이 암울한 국내 미술시장에 한줄기 생명수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간의 행태처럼 한국 미술계의 설 땅을 좁혀나갈지를 미술계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라이벌 백화점의 화랑, 이렇게 다르네
신세계 “VVIP 유혹 공간” vs 롯데 “판촉 위한 시설일뿐”백화점 업계의 두 라이벌이 백화점에 설치한 미술전시 공간에서도 차이는 두드러진다. 신세계는 현재 전국의 백화점 중 대형도시 딱 네 곳에만 화랑을 두고 있다. 서울본점과 인천점, 부산 센텀점, 광주점이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전국 11곳, 즉 주요 도시 소재 백화점에는 거의 모두 화랑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화랑 숫자에서의 차이뿐 아니라 운영 방법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신세계 “전국 딱 네곳만 화랑…최고급 지향”
신세계는 ‘문화 백화점’을 표방하면서 각 점포에 테마성 ‘아르데코(Art Deco)’를 콘셉트로 국내외 유명 작가 미술품을 설치-전시하고 있다. 매장과 전시장이 결합된 본점에는 ‘아트 월 갤러리(Art Wall Gallery)’를 운영한다.
피카소와 스페인 거장전, 리히텐슈타인과 앤디워홀, 장 뒤뷔페, 호안 미로 전 등 화제성 대형 전시회를 통해 이목을 끌고 왔으며, 전통 미술 시리즈 전시도 함께 펼치며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한다.
▲작년말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베어브릭’전. 사진 = 왕진오 기자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 유치는 물론 회화, 조각, 사진 등 전통 장르에서 건축, 디자인, 패션, 영상, 앤티크, 공예 등 다양한 미술장르를 포괄하며 늘 새로움을 창출하고 제안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호안 미로, 헨리 무어, 루이스 부르주아, 이우환, 김환기 등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던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컬렉션하는 한편, VVIP 고객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꾸미기 위한 행보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피카소, 모딜리아니, 르느아르 등 국제적으로 작품성과 소장 가치를 인정받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미술을 통한 고급 지향’이라는 아트마케팅 방침과 무관치 않다.
작년말 신세계가 지갑이 두둑한 키덜트들을 공략하기 위해 마련한 ‘베어브릭’(곰bear와 벽돌brick의 합성어) 전시도 눈여겨 볼만 하다. 키덜트(kidult)는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말한다. 키덜트 용품의 국내 시장만 7천억 규모로 추산된다. 전시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려는 움직임이다.
‘미술을 통한 VVIP 고객 유치‘를 지향하는 신세계는 전용 문화공간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에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구입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대지면적 8719㎡(2640평) 규모의 땅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원래 풍림산업이 고급빌라형 실버타운을 세우려던 땅이었다. 각종 규제와 내부 사정으로 사업이 중단된 채 시장에 나온 큰 땅을 신세계가 700억에 사들였다. 현재는 구매 당시 그대로 상태로 방치돼 있어 앞으로 활용 방향이 주목을 끈다.
롯데 “11곳에 화랑…그림 빌려도 사지는 않아”
롯데그룹은 재계 서열 5위로, 국내 유통산업에서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롯데백화점은 ‘문화백화점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취지 아래 1979년 서울 본점에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는 갤러리를 오픈했다. 이후 현재까지 전국 백화점 11곳에 미술 전시공간을 확보했다.
전국적으로 설치된 전시공간의 숫자만큼 운영인력도 상당수에 이르지만, 통일된 지휘체계 없이 각 사업장 단위별로 문화마케팅팀 안에 문화사업 담당이 있고, 3∼5년 이상의 경력직 큐레이터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별 갤러리의 전시 형태는 백화점 이벤트와 연계돼 있고, 관련 전시를 자체 기획하기보다는 외부의 대형갤러리나 기획사에게 납품받는 형태를 취한다.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 각종 이벤트 데이와 맞물려 펼쳐지는 전시는 본점에서 시작해 전국을 순회하는 양태를 띠며, 100여 개가 넘는 전시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이 등장한다.
▲잠실 석촌호수 위에 떠 있는 러버덕. 사진 = 왕진오 기자
이처럼 갤러리의 독자적 기능보다는 백화점의 판촉 행사 차원의 상업적 전시에 치중하던 롯데가 작년말 대형 프로젝트인 ‘러버덕’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말도 많았다. 제2롯데월드의 개장과 맞물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안전성 문제에 대한 이목을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러버덕이 ‘힐링의 전도사’라는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홍보 마케팅용으로 사용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러버덕 프로젝트는 국민의 힐링이 아닌 신격호 회장과 롯데 직원의 힐링을 위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며 “마케팅 측면에서 롯데 측이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다고 본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문화사업팀 관계자는 “저희는 백화점갤러리이기 때문에 고객이 좋아하는 것, 대중적인 것, 어렵고 철학적인 생각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해 쉽게 즐기는 장르에 치중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위해 젊은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상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필요한 경우 그림을 빌려오기는 하지만 다른 기업처럼 그림을 소장하지는 않는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며 “행사를 마친 러버덕도 현재는 경기도 모처에 보관하며 다른 지자체가 사용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