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작가입문 위해 밟아야할 스텝 1·2·3
더 이상 청년작가 아니라면 미술시장 진입 위한 기본 갖춰야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연말·연초는 작가 검색이 많아지는 시기다. 새롭게 등장하는 작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평소 아트페어와 전시에서 신선하게 보았던 작품을 휴대전화기 카메라에 찍어 두었다가 어디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네오룩, 아트허브 혹은 전시했던 갤러리 홈페이지에 접속해 찾아본다.
요즈음 연락처를 알아보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길을 터득했다.
바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이다. 이것을 이용하면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금방 해당 작가를 찾기 쉬우며, 관계가 맺어지면 작가가 직접 새롭게 올려놓은 작품이미지와 작업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관심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내 답변이 오면 연락처와 이메일을 알 수 있다.
미술시장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활동무대로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입문을 위한 중요한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미술대학과 대학원 졸업생을 가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학교 나오면 이제 냉정한 미술시장 들어선 것
요즈음 청년을 위한 미술축제 및 대형전시가 생겨나면서 이들의 미술시장으로의 기회와 경험이 늘었다. “K 작가는 미술대학 작업실에서 열심히 작업해 미술축제에 참가해보고, 나름대로 인정을 받으면서 작품판매의 성과도 올렸다. 좀 더 넓은 무대의 활동을 생각해 연락을 받았던 갤러리와 활동을 결심한다. 하지만 갤러리 전시와 아트페어에서는 계속되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아무도 자신을 예전의 청년작가로만 보고 있지 않을뿐더러 졸업 이후 학교를 나오면 작업공간이 사라지게 된다.”
▲작업실에서 작업 중인 서양화가. 사진 = 왕진오 기자
청년미술축제에서 주목을 받고, 갤러리 관계자들이 손을 뻗으면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활동 승낙을 할 경우 그때부터 더 이상 청년작가가 아니다. 냉정한 미술시장에 입문한 것이다.
갤러리와 작품 판매액을 나누어야 하고, 많은 작가와 경쟁하는 가운데 작품 값을 올려야 한다. 이처럼 작가입문을 위한 터닝 포인트 시기에 잠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갤러리들은 기획전의 급한 일정에 작가를 섭외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아트페어 출품을 앞당긴다. 시장에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갤러리가 작품을 사들이면서 작가를 지원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일은 흔치 않고 좌절감만 생기기 쉽다.
작가로의 입문에 앞서 몇 가지 체크해 보자. 어느 누구도 해 줄 수 없는 판단과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첫 번째,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조언을 받아보자. 미술평론가와 인연이 닿으면 좋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지도교수와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선배를 찾아가 작품을 보여주며,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배우자.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잘 연결되고 있는지, 작품의 완성도는 어떤지에 대해 질문하고 세부적으로 5년 이상의 활동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조언을 들어보자.
두 번째, 작품 가격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도 짜보자. 예를 들어 미술축제에서 100만 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갤러리와 활동하게 되면 두 배로 올리거나 자신의 몫을 낮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작가가 되면 갤러리, 작품제작비, 경비 등의 다각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작품가격 책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세 번째,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그려서 모아라.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신중한 갤러리라면 작가의 한 작품이 좋아서 작가를 섭외하지 않는다. 더 많은 작품이 궁금해질 것이고, 갤러리 관계자가 작품을 더 볼 수 있는지 물을 것이다. 작품 수량이 갤러리 공간을 채울 정도로 충분하다면 바로 전시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또한, 중간에 작품 판매가 이뤄져 작품이 없다면 갤러리는 어떤 곳(갤러리)에서 판매되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거래하고 있는지는 갤러리가 꼭 확인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작품제작을 하면서도 꾸준히 현장을 찾아보자. 갤러리, 아트페어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자신의 목적에 맞게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아트페어는 대부분 주말에 바쁘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는 입장객이 없고, 급한 일이 없으면 갤러리스트는 다른 부스의 작품을 보러가거나 현장에서 작가를 만나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시간이다. 반응이 시원치 않아도 다른 갤러리를 찾아가보자. 갤러리마다 다른 콘셉트가 있고 매년 바뀌기 때문에 한 갤러리의 차가운 반응으로 용기를 잃지 말자. 현장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는 일이 중요하므로 그것에 집중하자. 세상에 잘 팔리는 작품제작 공식은 없다. 5년 이상을 열정과 절실함으로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업하는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갤러리스트에게 자신을 알리는 기본 노하우
이 모든 준비가 되었다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보자. 몇 가지 작품제작에 있어서 기본적인 것을 지키자. 완성된 작품에 작가 사인을 하고, 작품 제목, 크기, 재료, 제작연도를 작품에 기재해 두자. 완성된 작품을 사진촬영해서 작품 목록을 준비하자.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다. 포트폴리오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와 작품을 잘 설명해주는 작품 이미지와 캡션 그리고 설명 글이 보기 좋게 만들어져 있으면 된다. 전시가 잡히면 문화부 미술기자에게 이메일을 넣어보고, 전시 웹 아카이브를 활용하고, 광고를 생각해 보자. 물론 모든 홍보와 광고는 갤러리가 주가 되어 움직이겠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면 갤러리에 확인하고 최소한 웹 아트아카이브에 자신의 전시를 홍보하는 것이 좋다.
작가는 많은 전시경험도 중요한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와 그에 따른 수익이 생기면 자신과 잘 맞는 갤러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속작가가 아니라면 활동하는 갤러리 외의 다른 곳에서 섭외를 원해도 지역적으로 나누어 활동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작은 일이라도 자신과 함께한 갤러리와 상의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면 더 큰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정부의 미술시장 중장기정책, 가격제한 기준을 두는 아트 페어 확산 등으로 작년보다 비교적 낮은 가격을 형성하는 미술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 작품 판매와 활동에서 시장에 입문하는 작가라면 자신의 위치를 알고, 신중하게 미술시장 진입 시기를 저울질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리 = 왕진오 기자)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