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따라 추가탈당, 당장 없겠지만 차기 당대표 리더십 따라 달라질 것”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정책 자문기구인 국정자문회의 구성을 마치고 1월 16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국정자문회의는 과거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이후 야당으로서는 처음 운영하는 것으로,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 출신의 경제통인 김진표 전 의원이 의장을 맡았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장·차관급 고위직을 지낸 22명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경제 전문가로는 전윤철 전 부총리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정우 전 대통령 정책실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이동걸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외교·안보 전문가로는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여했다. 특히 윤증현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보수 성향의 인사다.
김 의장은 1월 17일 CNB저널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국정자문회의 구성 의미에 대해 “국정자문회의 자체는 국정의 각 분야에서 경륜과 관록이 있는 장-차관급 그리고 광역시도지사를 지낸 분들을 위원으로 구성해 정책과 정치 전반에 관해서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며 “여기에 IT-반도체 등을 망라한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뛰고 있는 20~40대 젊은 청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전문위원으로 영입해 젊은 연구원들과 국정자문회의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뤄 국정주요 이슈별로 TF팀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의장은 “문제는 현 정부의 총체적 국정실패에도 야당이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며 “추진해 온 정책을 뿌리부터 따져봐 실현성이 있고 지속가능한지 재검토해 비판할 때는 반드시 대안을 제시해야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 의장은 “당초 국정자문회의에 정당 지지와 상관없이 보수적 색채를 띠는 인물도 두루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윤증현 전 장관을 제외하고는 실패했다”며 “특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인사들도 영입하려 했으나 ‘하는 일이 있어 정당 자문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며 고사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진표 의장과 CNB저널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정자문회의는 야당으로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드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기구인가.
“국정자문회의는 우리가 열린우리당 시절 여당일 때 만들어졌고 당헌당규에도 계속 있었지만 제대로 구성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새정치연합이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이번에 구성됐다. 국민들에게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세력으로서 다음에 수권 가능한 정당’이라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여당에게도 경쟁 상대가 있기 때문에 더 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여야가 조금 더 진보적인 정책과 보수적인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최근 몇 번의 선거에서 국민들이 반드시 이기라고 지지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실패 했다. 그만큼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대안정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정책 역량이 있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정책정당으로서 역량을 키워 나가려면 10년 집권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정책이 국민신뢰를 받아 대안정당의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너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당헌당규에 있는 국정자문회의를 구성해 제대로 운영해보자는 뜻에서 만들었다. 대안이 있는 정책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국정자문회의가 큰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국정자문위원장이 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자문회의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위원들은 어떤 분들로 구성돼 있는가. 그리고 의장으로서 어떻게 운영하려고 하는가.
“우선 국정자문회의 위원들은 국정 각 분야에 경륜과 관록이 있는 장-차관급, 그리고 광역시도지사를 지내신 분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에서 ‘나이 먹은 사람들만 불렀냐’고 지적하지만 이는 취지를 잘못 이해해서 그렇다. 당헌당규에 보면 우리 당의 최고 의결기구는 상임고문회의다. 상임고문단회의는 정무적인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그 다음 순서는 국정자문회의로서, 정책과 정치 전반에 관해 자문을 한다. 그리고 당에는 연구기구로서 민주정책연구원이 있고 또 정책위원회가 있다. 또한 5개의 정조위원회가 있다. 거기에서 분야별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20~40대 젊은 자문위원들을 대거 영입해 강화하려고 한다.
따라서 당의 정조위에 있는 사람들과, 민주정책연구원의 젊은 연구원들, 그리고 국정자문회의가 함께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뤄 국정 주요 이슈별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예를 든다면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출산율 저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예산 전문가, 보육-교육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또 정조위의 현장경험이 풍부한 30~40대 전문가들, 민주정책연구원의 박사들을 정책적으로 통괄하고 리드할 수 있는 국정자문위원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간 우리 당이 체계적으로 해내지 못한 정책 개발을 해내야 한다.
경제민주화라든지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모든 현안들을 우리가 개발했는데 선거 때 모두 여당에 빼앗겨 새누리당의 어젠다가 돼 버렸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범하면 안 된다. 그러려면 우리 당이 대충대충 해서는 안 되고, 보다 조직적-체계적으로 실천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정책들을 집요하고 끈질기게 추진, 추구해야 한다.”
-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많은 국민들은 야당은 싸움만 잘하고 여당이 잘못했을 때 비판만 하고 대안이 없다는 지적들을 많이 한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대안이 없으면 비판을 안 한다. 대안을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이제는 야당도 달라져야 한다.
정책대안은 실천 가능하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런 정책을 개발해 꾸준히 일관성 있게 추진해줘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다. 정책대결을 통해 여당에 이길 수 있는, 그리고 여당이 잘못 가는 것을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그런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려고 한다.”
- 지난 16일 첫 회의부터 당에 대한 쓴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의장으로서 어떤 심정이었는가.
“나는 쓴소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기 때문에 사전 회의에서 몇몇 위원들이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얘기를 내놨으나 전부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더 이상 우리가 숨길 것도 없고 욕먹을 것도 없고 떨어질 지지율도 없다. 무슨 얘기든지 다 하라’고 얘기했다.
우리가 잘못했으면 얻어맞을 건 얻어맞고 욕먹을 건 먹고 해서 극복해야 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100% 공개했다. 오히려 좀 더 신랄하게 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 위원들이 전부 장-차관을 지내신 분들로서 대안 없는 비판을 안 하시는 분들이라 젊잖게 지적만 하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희망을 갖는다. 첫 번째 회의는 잘됐다고 본다.”
- 김 의장께서는 ‘박근혜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보기에 새정치연합이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지지율은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대안세력이 될 수 없는 야당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도 믿을 건 야당밖에 없다. 야당에 희망을 걸어봐야지’라는 인식을 줘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런 면에서 국민이 무엇에 목말라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낮은 자세로 잘 경청하고 소통해 거기에 맞춰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야당이 야당다워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많이 나왔는데 야당다운 야당은 어떤 야당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흔히 진보 정치세력에서는 야당이 치열하게 싸우지 못한다고 질책하지만 우리 당이 싸움은 잘하지만 툭하면 국회는 닫아놓고 싸운 것이 문제다. 야당이 국민에게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통로가 국회인데 그 좋은 기회를 닫아걸고 밖에 나와 장외투쟁 위주의 싸움을 하다보니, 최근 언론이 보수편향 돼 있다는 평가와 함께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 되기 십상이었다. 장외투쟁을 할 수는 있지만 국회 문을 닫아놓고 한 건 잘못된 방법이었다. 야당다운 야당은 언제나 대안을 내세우며 비판하고, 그 대안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집권이 가능하다. 국민이 현실정치에 실망해도 희망을 걸 수 있는 야당이 진정한 야당이다.”
- 전당대회가 끝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도 국정자문회의는 계속되는가.
“당헌상의 기구니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누가 당 대표가 되건 국정자문회의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강조할 생각이며 새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 현재 새로운 지도부를 뽑기 위한 레이스가 한창 진행 중인데 2·8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는가.
“작년 12월 초쯤 당시 출마가 예상됐던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 ‘빅3’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이번에 전대에서 당대표를 뽑지 말자고 권했다. 그 이유는 ‘국민들은 이번에 새정치연합에서 당대표가 누가 되는지에 아무 관심도 없다. 국민의 관심은 새정치연합이 수권 가능한 대안정당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그렇게 가려면 뼈를 깎는 자기 혁신, 그리고 어떻게 희생해 개혁할 것이냐를 보여줘야 하는데 또 당대표를 뽑는다고 서로 비난하고 계파들이 분열해서 싸우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준다면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이 더 낮아져 잘못하면 당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정강정책을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제정책, 사회정책, 대북정책으로 세워 아주 구체적으로 토론해 당헌당규에 담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개혁이다. 두 번째는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선거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좋을 사람을 내세울 수 있도록 공천제도를 구체적으로 만들고 당헌에 담아 당대표 등이 크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모든 당직을 완전히 공모해 미래 정치에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들어올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자고 얘기했다.
그 분들에게 ‘당신들이 얘기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그런 말들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국민에게 새정치연합이 희생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당대표를 6개월만 밖에서 모셔다가, 이번에는 최고위원만 뽑아 모셔온 당대표와 함께 중요한 개혁 세 가지를 하도록 하고, 당대표를 뽑는 선거는 8월에 하자. 그러면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하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왕에 당대표 선거가 시작됐으므로 새로 당선되는 당대표는 그 정신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심원섭 기자와 대담 중인 김진표 의장(왼쪽). 사진 = CNB포토뱅크
- 당내 계파갈등의 심각성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번 전대를 통해 계파주의가 청산될 것으로 보는가.“계파는 어떤 정치세력에서나 있을 수 있지만 우리 당의 계파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지도자들이 당의 이익이나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계파나 계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것을 해결할 최선의 방법은 공천을 투명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두 번째로 당직도 공모해야 한다. 당직을 당대표가 전부 임명하다보니 대표가 물러나면 당직자는 실업자가 된다. 자기가 모시는 분이 대표가 돼야만 당직을 차지할 수 있으므로 계파 중심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계파 청산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공천제도의 개혁과 당직 전원 공모, 두 가지만 하면 계파는 없어진다.”
- 지난 11일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제3신당 창당에 합류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탈당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내신 분이 당이 잘못 가면 앞장서서 당을 혁신하고 개혁하기 위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서라도 함께 고쳐나가는 데 앞장서야 옳은 길이었다. 그런데 그 분은 우리 당이 너무 보수화되어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거꾸로 우리 당이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실패한 이유를, 통합진보당 같은 과격한 정치세력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좌경화된 것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정 고문의 현실정치에 대한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 고문의 탈당은 상황 판단 잘못이라고 본다.”
- 정 전 고문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가. 당내에서 정 고문의 결정에 동의하고 따를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본인의 결정에 대해 애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것은 다음 당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 새해 들어 개헌과 선거구 재획정,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정국을 달굴 3대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개헌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반드시 필요하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바꾸어내는 것이 본래 역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없는 갈등도 집권과 정권유지를 위해 만들어내고 있다. 그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다. 대통령이 입법권, 예산편성권, 인사권 등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대통령이 되는 데 우선으로 정치활동의 초점이 맞춰지고 극한 대립과 갈등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분권화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시기도 금년 아니면 현 대통령 임기 중에 할 수 없다고 본다. 여야 의원의 3분의 2정도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무엇을 담을 것이냐 하는 것은, 한꺼번에 다 담을 수는 없으니까 여야 간에 충분히 논의해 박 대통령과 합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이 블랙홀이 돼 경제살리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는데, 나는 오히려 여야가 개헌 논의를 하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박 대통령은 그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심원섭 기자 dailyp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