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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렌즈와 붓으로 그려낸, 유리창과 풍경의 의미

영은미술관, 이원철·하지훈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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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1호 왕진오 기자⁄ 2015.03.12 09:07:54

▲하지훈, ‘Coast #1’. 캔버스에 오일, 53x65cm, 201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영은미술관 운영 창작레지던시에 1년여 입주해 창작에 매진해온 작가 이원철과 하지훈이 그간의 결실을 2월 28일∼3월 22일 경기도 광주시 영은미술관에서 내놓는다. 두 작가가 사용하는 매체가 각각 카메라(이원철)와 물감(하지훈)으로, 세상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도 독특하다.

이원철 작가는 ‘유리창’이란 타이틀로 그가 바라본 세상을 투영시킨 사진 작품을 통해 실존과 미지에 대한 그리움을 찾고, 비가시적 의미와 개념을 표현한다. 이는 곧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공간 안팎의 실체 혹은 그와 상반된 의미들의 공존이며,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10여 년 전부터 기록해 온 작업부터 영은 레지던시 기간 중 작업한 최근작까지 흐름을 한 눈에 보여준다. 전시는 무덤, 풍경, 밤, 시계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나뉘며, 작가는 이 대상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상이한 의미를 보여준다.

▲이원철, ‘Circle of Being’ 경북 경주, 75x112.5cm, C-Print, 2008.


이 작가는 자연성과 인공성의 이중적 공간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대부분 장시간 노출로 촬영해 대상 속에 존재하는 시간의 흐름을 지극히 감성적인 정서로 이끌어낸다.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공간도 야간 장시간 노출 촬영을 통해서는 보인다. 실재하는 대상이 아닌, 초현실적인 것에 대한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작가는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작업의 표현방식이다. 나에게 유리창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 시구는 내가 어떤 감정을 작품에 내포시키고 싶은지를 알게 해줬고,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정서가 됐다”며 전시 타이틀로 ‘유리창’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한 이번 신작 전시를 통해 이 작가는 이전 작업 시리즈와는 또 다른 가시적 전환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 역시 유리창처럼 안과 밖이 공존하고, 실체와 의미가 공존하는 맥락을 형성한다.

▲이원철, ‘Time’ 체코 프라하, 120x154.2cm, C-Print, 2011.


하지훈 작가는 과거 장소에 대한 수집과 기록에서 비롯된 풍경을 표현하며, 그 속에 작가의 기적과 감정을 투영시킨다. 그곳은 익숙하면서도 익숙지 않은 모호한 상상을 야기하는 풍경 너머의 새로운 세상이다.

‘풍경’은 흔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가시적 자연의 모습을 일컫지만, 하지훈 작가의 풍경은 일반적 풍경과는 상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작가가 풍경을 표현함에 있어서 사실적 재현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시간과 의식의 흐름과 함께 그의 내면에서 변화해온 과거 장소에 대한 감정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작업하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원철, ‘Time’. 서울, 120x160cm, Pigment Print, 2014.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이원철의 ‘유리창’.
지금도 아니고 과거도 아닌 하지훈의 ‘풍경’

하 작가의 작품에는 유년시절부터의 잦은 이사를 통해 축적돼온 기억의 편린들이 집약돼 있다. 화면 속 자연은 어디선가 본 유럽의 명화 속 자연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작가의 개인적 기억 속의 자연의 조각들을 새롭게 재구성한 ‘가상의 자연’이다.

풍경의 전체적 분위기는 묵직하면서 이국적이고, 현실적 공간이 아닌, 초현실적 색과 톤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작가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감정적 편린의 집합체로서 풍경을 그려낸 것이다.

▲하지훈, ‘Coast #3’. 캔버스에 오일, 73x73cm, 2014.


작가의 방식에 입각해 정의를 내린다면, 실제로 자연은 풍경이 아니며, 풍경은 자연을 바라보는 주관적 시점을 드러낼 때 비로소 명확해진다. 결국 그에게 있어 풍경이란 축적해온 개인적 경험만큼 보이는 것이며 이러한 표현 영역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재생되는 현재진행형이다.

전시 제목 ‘풍경’은 사전적 의미로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상상해볼 수 있는 감정의 결정체로서의 의미다.

이렇듯 이원철, 하지훈 두 작가는 ‘유리창’과 ‘풍경’이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개념을, 또한 사진과 그림이라는 전혀 다른 매체로 작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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