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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정혜연 스페이스 비엠 디렉터) 봄이 오면 일렁이는 것은 봄처녀의 마음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전시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며 미술계도 긴 동면에서 깨어나 술렁이기 시작한다. 특히나 3월로 날짜를 옮긴 아트바젤 홍콩은 본격적인 미술 시장의 봄을 알리는 신호탄 같다.
2008년부터 시작된 ‘홍콩 아트페어(Art HK)’는 슈퍼 브랜드인 아트바젤-홍콩으로 거듭나면서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페어가 열리는 기간을 전후로 크리스티를 비롯한 경매 회사들이 앞 다투어 대규모의 경매를 열고 홍콩에 지점을 둔 대형 갤러리들이 세계적 작가들의 전시를 오픈하면서 다양한 볼거리, 살거리를 제공한다.
컬렉터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3월에 들어오면서 곧 시작되는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하는 갤러리나 컬렉터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해마다 시장의 분위기와 트렌드를 확인하기 가장 핫하다는 해외 아트페어를 꼭 챙겨보고 있는데, 특히나 작년 아트바젤 홍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트바젤 홍콩 vs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
바젤의 원조인 스위스 아트바젤이 홍콩에 역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작년부터 아트바젤 홍콩은 페어 기간을 5월에서 3월로 앞당겼다. 6월에 열리는 스위스 아트바젤과 기간을 더 벌려놓음으로써 유럽의 저력 있는 갤러리들의 참여를 더욱 용이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보인다.
이 전략은 아시아의 다른 아트페어에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페어는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이지 않았나 싶다. 1월 21일 VIP 오프닝을 시작으로 25일까지 마리나베이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에 그 어느 해보다 많은 한국 갤러리들이 부스를 차렸다. 아라리오 갤러리를 비롯해 이화익 갤러리, 갤러리 스케이프, 스페이스비엠 등 총 13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그런데 아트바젤 홍콩이 3월로 기간을 옮기면서 올해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에는 많은 홍콩 갤러리들이 참가를 포기했다. 한 달 반 뒤면 열리는 홍콩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홍콩 갤러리들이 참여를 안 하니, 홍콩 손님들을 초대하기 만무하다. 게다가 이번 페어에 지원했던 많은 인도네시아 갤러리들이 페어 측의 심사기준에 미달해 참가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 대해 인도네시아 갤러리들이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를 보이콧 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이는 갤러리스트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인도네시아의 큰 손들의 방문을 막는 사태로 이어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를 개인 자산 관리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부자들을 끌어들이면서 금융 분야 외에 강력한 지원을 하고 있는 분야는 문화 분야이다.
▲2014년 홍콩아트페어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