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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 주목 작가 - 심승욱]불꺼지면 세월호 바다에 떠오르는 “나를 잊지마”

심승욱 ‘부재(不在)와 임재(臨在) 사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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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기자⁄ 2015.03.16 11:56:48

▲‘Between Absence and Presence’ 작품과 함께한 심승욱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학창시절 수련회나 모임에서 즐겨 부르던 노래 ‘연가’의 가사다. 한국 버전은 유쾌하지만 이 노래의 원곡은 슬픈 사연을 가진 뉴질랜드 민요다.

심승욱(43) 작가의 ‘부재(不在)와 임재(臨在) 사이’전에 들어서면 이 노래가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세월호 사건 주제의 설치작업과 어우러져 슬픔과 죽음의 감성을 증폭시키는 소리다.

심 작가는 2014년 사치 & 프루덴셜 아이 어워즈 조각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가. 수상작 ‘구축과 해체’는 검은색 합성수지를 이용해 구축과 해체 사이의 모호한 지점을 포착한 형태로, 인간의 모든 행위들이 결국 욕망에서부터 생겨난 상호관계 속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조형적으로 뚜렷했던 그의 작품 주제는 3월 12일∼4월 8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대표 이동재)에서 진행하는 ‘부재와 임재 사이(Between Absence and Presence)’전 을 통해 내용적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심승욱, Between Absence and Presence, 가변 크기, 설치, 혼합재료, 2015. 사진 = 아트사이드 갤러리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우리들이 느낀 슬픔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조각과 사진, 네온, 미디어 그리고 동료 작가가 육성으로 부른 ‘연가’를 통해 표현했다.

목재로 비스듬히 세워진 전망대 위 4개 면에 설치된 낡은 확성기. 조용히 반짝거리는 성탄절 전구. 천정 높은 곳엔 구명동의와 구명환이 걸려 있다. 벽에 걸린 네온사인은 링컨의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을 “자본의,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으로 바꿨다. 사람보다 돈이 더 귀하다는, 섬뜩한 한국의 현실이다.

확성기와 함께 세워진 구조물 주변에는 허리케인에 의해 허드슨 강에 떠내려 온 폐자재들을 캐스팅해 만든 잔해들이 널려 있다. 조명이 비치는 휘어진 낡은 합판엔 불이 꺼질 때마다 야광물감으로 “나를 잊지 마!”라는 글귀가 정체를 드러낸다. 앞으로 계속 한국인을 따라다닐, 망령 같은 문구다.

“국민의, 국민 위한, 국민에 의한 아니라
자본의, 자본 위한, 자본에 의한
대한민국은 만들고 부수기만 계속 반복 중”


심 작가는 “많은 아이들이 덧없이 생명을 잃고 난 슬픔 감정과 죽음에 대해 접근하려고 고민했다.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작업이다. 하지만 당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대형사건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슬픔에 대해 작가로서 접근을 해 봤다”며 작품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나는 작가로서 이 사건을 사회적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정부의 무능함 같은 피상적인 이야기로서보다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큰 상실감과 우울함이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구축과 해체’ 조각품들은, 회화적이고 즉흥적인 느낌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합성수지라는 재료를 갖고,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 낳은 구축과 해체라는 개념, 그것들의 모호한 상관관계를 표현했다.

▲심승욱, Object A, 74 X 60.5 X 41cm, 폴리비닐, 아세테이트 레진, 나무, 아크릴릭 물감, 2015. 사진 = 아트사이드 갤러리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그의 설치 작업에도 인간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관통한다. 심 작가는 “한국 사회를 보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은 구축과 해체의 연속인 것 같다.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사회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난다. 현대사회에서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거나 전복해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가운데서 작가의 존재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매번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 시각적 요소로 선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자신의 작업 생활을 표현했다.

심승욱 작가는 2015년 현재 아르떼 라구나 프라이즈(Arte Laguna Prize) 파이널 리스트에 오른 유일한 비EU 지역 작가로서, 베니스 나파 아스날 주전시장에서 전시를 준비 중에 있다.

한편, 심승욱 작가가 수상한 ‘사치&프루덴셜 아이 어워즈’는 아시아 지역의 컨템포러리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 사진 각 부문에서 작가를 선정하고 그 중 최종 우승자 1명을 선정해 시상한다. 아시아 30여 국가 500여 작가가 후보로 올랐으며 이 중 조각 부문에서 심승욱이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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