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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을 만나다 - 임정아 작가]유명인에 욕구 투영한 그림들에 ‘보통 사람’ 제목붙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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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3호 김금영 기자⁄ 2015.03.26 08:58:02

▲자신의 작품 옆에서 임정아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유명한 책이 있다. 임정아 작가는 누구보다도 이 말을 잘 이해하는 듯한 인물이다.

왜 작가가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꿈꿨어요” “그림을 그릴 때 누구보다 행복했죠” 식의 일반적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는 “칭찬이 좋아서였다”는 색다른 답을 내놓았다.

“전 사실 작가를 꿈꾸진 않았어요.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주위에서 잘 그린다고 칭찬해주니 신나서 더 열심히 그렸고, 상도 받으니 뿌듯했어요. 서양화과를 전공했는데 대학에 가서 사실 더 많이 했던 건 나무토막으로 하는 조형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작업하다 보니 점점 스트레스를 받고, 이 분야를 계속 해나갈 자신이 없어졌죠.”

그래서 미술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서비스 직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왜 난 내 전공을 살려 일하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에 늘 과제를 위해 하던 작업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내 마음대로 해보자는 식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그러자 지시와 간섭을 받을 때는 그토록 안 나가던 진도가 팍팍 나갔다. 그림을 SNS에 올리자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전시 제의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임정아 작가의 작품이 설치돼 있는 탐앤탐스 블랙 눈스퀘어점 전경. 사진제공 = 탐앤탐스

갤러리탐과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됐다. 2014년 신진작가 공모전에 선정돼 전시를 가졌고, 올해 두 번째 전시를 탐앤탐스 블랙 눈스퀘어점과 아셈타워점에서 열고 있다. 탐앤탐스 마케팅기획팀 김승희 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트렌디한 작가의 작품이 매장과 잘 어우러져 2014년 8월 전시에서 좋은 반응이 얻어 두 번째 전시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가 주제로 다룬 것은 ‘일반인(Ordinary Person)’ 시리즈다. 그런데 ‘일반인’이라는 주제와 달리 작품에는 나탈리 포트만, 마릴린 먼로 등 세계적 유명 인사들이 등장한다. 여기에도 칭찬받고 싶다는 작가의 욕망이 들어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칭찬받고 관심받는 데 익숙하다가 대학을 졸업하니 제가 그냥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인 거예요. 괜히 위축되더라고요. 반대로 유명 인사들은 일상 자체가 평범해도 각광과 관심을 받죠.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저들과 같았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자연스레 갖게 됐어요. 제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저의 또 다른 모습을 투영하고 마치 자화상처럼 그리는 거죠. 제 그림을 언젠가는 그들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클럽음악 튼 채 신나게 캔버스에 물감 뿌려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에서 만족 느껴


그림을 그리는 방식도 자유롭다. 유명 인사의 사진을 걸어 놓고 클럽음악을 튼 채 신나게 춤을 추면서 그림을 그릴 때도 많다고 한다. 붓을 들고 정확한 선을 긋기보다는 캔버스에 물감을 거침없이 뿌리는 편이다. 원래는 뿌리지 않고 크레용으로 작업을 했었는데 길을 걷다가 발견한 페인트 흔적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스팔트 위에 노란색 페인트 선을 긋다가 실수로 흘린 것 같은 흔적을 발견했는데 그 모습이 감각적으로 보였다고. 그래서 물감을 쫀득하게 만들어 흘려보고 떨어뜨려 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한 뒤 현재에 이르렀다.

▲an ordinary person 62-cl

목표를 구체적·계획적으로 세우기보다 이처럼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영감을 받을 때가 있다. 유명 인사를 선정하는 기준 또한 그렇다. 작품을 잘 살펴보니 해외 유명인만 있어 “왜 국내 유명인은 그리지 않냐”고 묻자 “무조건 유명하다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순간 TV나 영화에서 나에게 강한 영감과 인상을 주는 인물을 그린다”며 “특히 자유롭고 방탕한 요소를 많이 지닌 인물이 좋다. 국내 유명인은 해외 유명인보다 주위 시선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려한 색감과 구도 때문에 팝아트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 지적에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초상”이라며 “칭찬을 받고 싶어 시작한 그림이 이제 내 욕망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를 열기 시작하면서 많은 제약을 받았다. 갤러리에서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면 더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요구하고, 어떤 분은 ‘네 그림이 이런 식으로 더 발전되지 않으면 난 살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다들 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조언이었지만 예전에 학교과제 목적으로 작업했듯 다시 목적이 생기니 힘들어 방황을 했다”고 말했다. 그때 상업적으로 나가볼까 생각도 해봤고,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진행해봤지만 좀처럼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고.

“주위의 기대에 욕심이 나 부응하려는 ‘목적’이 생기다보니 그림이 의무처럼 느껴져 의욕이 사라졌을 때가 있었어요. 어떻게 그릴지 한 1년 방황한 것 같아요. 그러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릴 때 가장 신나는 제 모습을 떠올렸죠. 어떤 분들은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림을 탐구하기 위해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솔직히 말해 제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 그리는 측면이 가장 커요. 그림을 그리며 제가 느끼는 자유로움을 제 그림을 보는 분이 느낄 수 있다면 큰 영광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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