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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한국의 쓰레기에 주목한 두 외국 작가

철거현장 쓰레기 등 모아 작업한 다케시·크루스비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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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6호 김금영 기자⁄ 2015.04.13 14:15:39

▲타케시 마치야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국내에서 첫 전시를 가지는 해외 작가 둘의 소재가 비슷해 눈길을 끈다. 일본 작가 타케시 마치야와 멕시코 작가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는 한국에서 버려지는 사물을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타케시 마치야
폐자재-버려진 가구를 재구성해 조각으로

일본 조각가 타케시 마치야가 한국 첫 전시를 위해 갤러리 담을 찾았다. 일본 오사카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이번이 열여덟 번째 개인전으로, 준비 기간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품 20여 점을 출품했다. 손바닥 크기에서 어른 키 절반 정도의 큰 조각까지 다양하다.

넥타이를 매고 서 있는가 하면 다정하게 앉아 있는 등 조각의 포즈도 다채롭다. 이 조각들은 폐자재, 바닷가에 흘러온 나무 조각, 버려진 가구 등으로 만들어졌다. 재료를 분해 및 재구성해 그 위에 색을 칠한 형태다. 작가는 “낡고 버려진 재료에 묘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작업의 주제와도 맞닿는다.

한 예로 벽에 걸린 한 작품에는 여자가 큰 그릇처럼 보이는 공간에 누워 있다. 욕조가 드물던 어린 시절, 고무대야에서 목욕했던 추억을 담았단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새 재료보다 낡고 오래 됐지만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재료가 추억과 감회를 돋보이게 한다.

▲타케시 마치야의 작품. 주재료는 폐자재, 바닷가에 흘러온 나무 조각, 버려진 가구 등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유년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쪼그려 앉아 자신에게 몰두하고 있는 조각은 일본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사소통 없이 고립된 현대인을 상징한다. 낡은 나무 재질의 조각은 세월의 흔적에 생긴 고독을 담음과 동시에 따뜻한 나무 재질로 위로를 전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작가는 “살아가면서 어떤 역풍이 불어오더라도 나는 내 일을 꿋꿋이 한다는 모토로 작업을 한다. 관객이 작품에서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따뜻한 위로를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첫 전시에 그는 만족을 표했다. “북촌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면서 근처의 갤러리 전시들을 봤는데, 한국 작가들의 작업에 많이 자극 받았다. 더 작업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작품을 보러 와주는 한국 관람객들은 질문을 하고 사진을 찍는 등 적극적이다. 앞으로 한-일 문화 교류가 더 활발해져 양국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첫 전시에 이어 그는 2016년 두 번째 한국 전시를 기획 중이다. 전시는 갤러리 담에서 4월 8~19일.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자기해체 신병 앓아야 인류회생” 말하는 ‘자가해체 8: 신병’전

재단법인 양현이 주최하는 제5회 양현 미술상(2012) 수상자인 멕시코 작가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도 한국 첫 개인전을 갖는다. 국내 작가와 미술 전공학생들이 이번 전시에 도움을 보탰다.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 작가. 사진 = Abigail Enzaldo

‘자가해체 8: 신병(神病)’ 전시장에 들어서면 깨진 벽돌, 부러진 우산, 다 타버린 연탄, 속이 빈 페인트 통, 부서진 시계 등 온갖 폐품이 널려 있다. 이게 전시장인가, 쓰레기장인가 혼란스럽지만 잘 살펴보면 폐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하나의 산책길처럼 구성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작가는 국내 재개발 지역에서 수집한 슬레이트 지붕, 벽돌, 장판, 스티로폼, 마루 등 폐자재와, 신발, 의자, 조명, 자전거, 액자, 이불처럼 사람의 체취가 묻은 폐품을 재활용해 버려진 사물에 전혀 다른 모습과 가능성을 부여한다. 원래는 각각의 독립된 사물이었던 것들이 함께 모여 새 자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로스앤젤레스, 멕시코시티, 파리, 런던 등에서 문학, 철학, 음악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며 진행해온 ‘자가해체’ 연작의 여덟 번째 작업이다.

▲멕시코 작가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의 전시장 전경. 국내 재개발 지역에서 가져운 폐자재와 폐품을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 기획에 참여한 배은아 객원 큐레이터는 “작가는 버려진 사물의 변형을 통해 끊임없이 자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아를 만들고 해체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자가 혼돈을 겪는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한다”며 “사회·정치·경제·역사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개인의 정체성과 자아가 정녕 진짜 자신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명인 ‘신병(神病)’도 이런 맥락이다. 강신 체험 현상의 하나인 신병을, 작가는 한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탈바꿈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본다. 신병은 자아의 새로운 구축과 해체 작업으로 연결된다. 한국 전시를 계기로 10월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 홀에서 새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에서 4월 11일~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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