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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이너 열전] 슈라이어 이어 동커볼케까지 한국행?

서울로 속속 오는 자동차 디자인 ‘전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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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7호 이진우 기자⁄ 2015.07.02 09:06:14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발터 마리아 데 실바. 사진 = 위키피디아 ▲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언 칼럼. 사진 = 위키피디아 ▲ BMW 성장을 이끈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 사진 = BMW 코리아 ▲ 지난 2012년 9월 19일 오전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기아자동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페터 슈라이어가 자신의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세계적인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페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현대·기아차), 발터 마리아 데 실바(Walter Maria de Silva, 폭스바겐), 이언 칼럼(Ian Callum, 재규어) 및 크리스 뱅글(Cris Bangle, 전 삼성전자)을 꼽는다. 이 중 뱅글은 이제 현직에서 떠났다. 그런데 이들 세계적인 거장들 가운데 2명이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 2006년 슈라이어 영입 이후 디자인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슈라이어의 후임으로, 그에 못지않은 폭스바겐 벤틀리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루크 동커볼케(Luc Donkerwolke)를 영입한다는 소식이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동커볼케까지 현대·기아차에 합류한다면 슈라이어 이후에도 지속적인 디자인 경영을 통해 한국이 자동차 디자인 메카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1930년대 유럽에서는 자동차 경주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이에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를 연구하다보니 맞바람을 줄여야 스피드를 높일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날렵하면서도 납작한 형태의 쐐기 디자인으로 제작된 스포츠카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울러 공기저항을 줄이는 항공기 디자인이 자동차에 차용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디자인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다.

▲고성능 핫 해치의 6세대 골프 GTI. 사진 = 폭스바겐 코리아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엔 자동차 제조사들이 실용적인 자동차의 중요성을 깨닫고, 경차 개발에 전력을 쏟게 된다. 특히 경차의 경우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폭발적으로 이어지며, 자동차 메이커들은 경쟁적으로 각 사의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 이후 자동차는 다양한 디자인의 변화에 따라 발전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페터 슈라이어는 아우디 TT 디자인 개발로 잘 알려진 독일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다. 현재는 기아자동차의 사장과 현대자동차까지 아우르는 최고 디자인 책임자(Chief Design Officer, CDO)를 맡고 있다. 아울러 그가 지난 2006년에 선보인 아우디 TT에 대해 카 디자인 뉴스는 “근래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 디자인의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디자인만으로 자동차 브랜드 알 수 있어야”

슈라이어는 1953년 독일 바이에른 주 바트라이헨할에서 태어났다. 그는 화가인 할아버지의 화실에서 놀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적인 감수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었다. 1975년 영국 국제왕립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으며, 1979년에 공업 디자인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그는 대학교 재학 중인 1978년부터 아우디에서 인턴으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슈라이어는 아우디 장학금을 받았고, 졸업 직후인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런던 예술대학에서 수송 디자인학과를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BMW7 시리즈. 사진 = BMW 코리아

1980년에 슈라이어는 아우디에서 외장, 인테리어, 콘셉트 디자인 담당으로서 일하기 시작했다. 1991년에는 아우디의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로 옮겼고, 1992년엔 아우디 디자인 콘셉트 스튜디오로, 1993년에는 폭스바겐의 익스테리어 디자인 부문으로 이동했다. 이후 2006년 8월 정의선 부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기아자동차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영입됐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거장의 손을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현대·기아차는 그간 약점으로 지적되던 디자인 부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업체로 거듭났다. 2013년부터 현대차 디자인까지 총괄하면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대·기아차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재규어 콘셉트카 C-XF. 사진 =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특히 슈라이어가 주도한 기아차 ‘K시리즈’는 기아차의 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에서 대성공을 거둔 브랜드로 꼽힌다. 대표 모델인 K5의 경우 세련된 디자인으로 중형차 소비 연령대를 2030세대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거뒀으며, 지난 2010년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130만대 이상 팔렸다.

이 과정에서 ‘슈라이어 룩’이라고도 불리는 K시리즈의 호랑이 코 그릴은 슈라이어가 “브랜드를 보지 않고 디자인만으로 기아차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현실화시키며 기아차만의 독특한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출시돼 불과 3개월 만에 누적 계약 3만여 대를 기록한 히트 상품 현대차 ‘올 뉴 투싼’도 슈라이어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알려졌다.

슈라이어의 대표 작품으로는 지난 1998년에 내놓은 아우디 TT, 아우디 A6, 폭스바겐 골프 Ⅳ 등이 있으며, 기아차에 와서 선보인 쏘렌토 R(2009), K7(2009), 스포티지 R(2010), 모닝(2011), K9(2012) 등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예술대학으로 꼽히는 미국 ‘아트 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CCD)’ 운송기기디자인학과 임범석 교수는 “최근 글로벌 브랜드로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브랜드 고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면서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에 대응하기보다는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51년 이탈리아 레코(Lecco)에서 태어난 발터 데 실바는 소년 시절에 건축가인 부친이 종이와 연필을 주고 건물 그림을 그리라고 주문했지만, 그는 언제나 자동차를 그리며 그 디자인을 통해 미래를 꿈꿨다고 한다.

▲왼쪽부터 영국 재규어 매니징 디렉터 지오프 커즌스,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언 칼럼, 스코틀랜드 자동차 기자 협회장 스티븐 파크. 사진 =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실바는 1972년 불과 21세의 나이에 자동차 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먼저 피아트 디자인 센터(Fiat Design Center)에 디자이너로 입사했다가, 프랑코 만테가자(Franco Mantegazza)가 설립한 이데아(I.DE.A Institute·자동차 디자인 전문 업체)에서 9년간 일하며 디자인 실력을 쌓았다. 이후 밀라노에서 고성능 자동차를 주로 생산하는 알파 로메오 디자인 실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이어 1999년에 폭스바겐그룹 내 세아트(Seat) 사업 부문 디자인 센터 총괄 책임자로 부임했다.

기능과 낭만의 조화…미래를 디자인하다

실바는 이곳에서 활기차고 스포티한 세아트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오토 이모션’(auto emotion)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확립했고, 이 개념은 다시 콘셉트카 개발로 이어지며 세아트의 살사(2000)와 탱고(2001)를 선보이게 됐다. 탱고의 경우 혁신적인 바디 디자인으로 2001년 오토니스 어워드(Autonis Award) 콘셉트카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세아트 성공을 뒤로 한 채 실바는 2002년 3월 아우디 브랜드 그룹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승진했고, 이곳에서 5년간 일하면서 아우디 브랜드뿐 아니라 고성능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벤틀리, 부가티, 슈코다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당시 실바는 폭스바겐 경영진의 ‘아우디 브랜드에 싱글프레임 그릴 도입과 날렵하지 못한 외형에 좀 더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혀 달라’는 주문에, 이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 우아한 선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래서 탄생한 모델이 2004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the most beautiful car in the world)’로 선정된 아우디 A6(2004)다. 또한 Q7(2005)을 선보인 데 이어, 슈라이어가 아우디에 재직할 당시 디자인한 아우디 TT 2006년형, A5(2007), 람보르기니 프레임을 토대로 새롭게 빚어낸 첫 슈퍼카 아우디 R8을 잇달아 내놓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독일의 기능주의와 이탈리아의 낭만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것으로 평가받으며, 현재도 그가 만든 역작들이 자동차 시장의 핵심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오는 7월 중순 출시 예정인 신형 K5의 주요 사양 및 제원과 가격대를 공개하고, 6월 22일부터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 = 기아자동차

한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 인터뷰에서 실바는 “폭스바겐은 미래를 위해 기준을 정하고 각각의 브랜드에 맞는 감성적이고 개성 강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골프’에 대해서는 “비틀과 같이 진정한 아이콘으로 남을 차”라며 “브랜드는 디자인을 통해 전달돼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수많은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였지만 브랜드가 지닌 개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확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실바의 디자인 원칙은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확연히 다른 패밀리룩 디자인을 완성시키는 계기가 됐다.

베엠베(BMW)의 성장을 이끌었던 크리스 뱅글은 1956년 10월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피아트 센트로에서 쿠페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1992년 BMW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후 미국인 최초로 수석 디자인 팀장으로 승진했고, 1992년부터 2009년까지 BMW에서 일하며 BMW 7 시리즈를 디자인했다. 뱅글은 특히 BMW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단순한 직선의 아름다움’을 파괴한 혁신적인 디자이너였다.

처음 BMW 7 시리즈가 나왔을 때는 마치 치켜 올라온 엉덩이를 연상시키는 트렁크 라인으로 인해 소위 ‘뱅글 버트(엉덩이)’라며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BMW 7 시리즈는 꾸준한 매출 성장과 이익이 증가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아울러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디자인에도 많은 영감을 주면서 업계의 공통적 추세로서 새로운 유행을 선도했다.

임 교수는 “독일 사람들도 1990년대 말까지 BMW 3·5·7 시리즈에 대해 ‘같은 소시지인데 길이만 다르다’라고 헐뜯었다”면서 “BMW는 과감한 디자인 혁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전통의 고급 브랜드였던 메르세데스-벤츠와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혹평으로 시작해 호평 받으며 유행 선도

이후 뱅글은 2009년까지 17년간 함께 했던 BMW를 떠나 디자인컨설팅 업체인 크리스뱅글 어소시이츠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1년부터는 삼성전자 마스터 디자이너로 가전제품 디자인 부분에 관해 협력을 해오며 국내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뱅글의 디자인 감각을 통한 예술성과 창의성을 조직에 이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해진다.

한편, 지난 2014년 10월 7일 이언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가 기아차 디자인을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칼럼은 ‘2014 파리 모터쇼’가 열린 프랑스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세단 디자인 중에선 기아차와 아우디, 포르쉐 디자인이 가장 좋다”면서 “이들 3개 브랜드 모두 디자인 측면에서 현대적인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어 “새 차를 디자인할 때마다 아예 새로운 형태로 시도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 디자인에서 여러 영감을 받아 참신한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전체적인 디자인 철학은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칼럼은 또 재규어가 파리 모터쇼에 처음 공개한 스포츠 쿠페 ‘XE’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XE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 XE가 재규어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F타입과 같은 성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 브랜드는 소비자 층이 넓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고급 브랜드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럼은 미국 포드와 영국 스포츠카인 애스턴마틴 등을 거쳐 1999년 재규어에 입사했다. 재규어의 대표 세단인 XF와 XJ를 디자인했으며, 스포츠카 F타입으로 2013년에 여러 단체로부터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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