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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새차에서 하자 발생하면? 美 “레몬법 강제환불” vs 韓 “업체가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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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9호 안창현 기자⁄ 2015.07.16 09:10:08

▲폭스바겐 공식딜러 클라쎄오토 방배전시장 내부. 사진 = 폭스바겐 코리아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수입 신차에서 발생한 명백한 차량 결함에도 불구하고 제조사의 허술한 사후 서비스와 국내 법적, 제도적 장치 미비로 소비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자동차의 하자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신광민(가명) 씨는 최근 큰 맘 먹고 수입차를 구입했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비가 좋고 경제적이라는 주변 추천을 받아 신 씨는 폭스바겐 ‘제타 프리미엄 2015’를 구입했다. 5월 31일 폭스바겐 클라쎄오토 동대문전시장에서 신차를 인수받은 뒤 문제가 발생했다.

신 씨가 신차를 받아 집으로 오면서부터 바로 문제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신 씨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량 핸들에서 태엽 감기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계속 반복됐다. 또 중앙 에어컨박스 안쪽에서 돌이 굴러다니는 듯한 소리도 났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성수 서비스센터. 사진 = 폭스바겐 코리아

이것만이 아니었다. 신 씨가 정작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2단에서 3단으로 변속 시 변속 충격이 심하고 차량이 꿀렁대며 앞으로 급하게 쏠리는 현상이었다. 또 폭스바겐의 ‘스탑 앤 고’(정차 시 엔진이 꺼져 연료를 절약하는 기능) 작동 시 브레이크를 밝은 상태에서 시동이 자동으로 켜지는 문제도 있었다.

구매 시 “주행 테스트, 내부 소음 등 검수를 직접 했고 차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던 담당 딜러의 설명과는 딴판인 증상들이었다. 

신 씨는 이런 증상들 중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 변속기 문제를 먼저 딜러에게 문의했다. “‘원래 차량의 엔진 특성이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차를 몰아보자고 생각하고 며칠 더 주행해봤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폭스바겐 공식딜러 클라쎄오토. 사진은 서울 서초구의 폭스바겐 방배전시장. 사진 = 폭스바겐 코리아

신 씨는 동일한 모델의 다른 차량을 시승해 비교해봤다. 하지만 비교 차에서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 딜러에게 문의해도 “원래 그럴 수 있다”는 답변만을 계속 들은 신 씨는 결국 위 문제들로 클레임을 제기하고 서비스센터 입고를 결정했다.

집 근처 서비스센터를 알아보던 중 그 지역의 서비스센터에는 7월 중순에나 입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신 씨는 답답한 마음에 차량을 구입한 동대문전시장을 직접 방문했고, 결국 성수 서비스센터에 가게 됐다.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신 씨는 차량에서 발견한 대부분의 증상을 수리기사, 담당 어드바이저와 함께 확인했다. △에어백을 연결하는 스프링으로 인한 핸들 소음 △주행 중 에어컨 소음 발생 △꿀렁거리면서 RPM이 급속히 상승하는 변속기 증상 △‘스탑 앤 고’ 오작동 문제 등 대부분의 문제를 점검했다.

▲최근 수입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회사들의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은 관련 내용의 뉴스. 사진 = KNN 방송영상

여기에 더해 문제가 추가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수리기사가 위 증상들을 확인하기 위해 진단 정보 시스템을 체크하다가 2개의 결함 코드를 추가로 발견한 것이다. 이 결함은 차량을 인수받기 전인 5월 29일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신 씨는 차량 하부를 확인하면서 머플러에 녹이 슨 것도 함께 확인했다.

신 씨 “폭스바겐 새 차 샀는데 온갖 문제.
폭스바겐 측은 ‘고쳐주면 될 거 아냐’ 큰소리”

신 씨는 결국 폭스바겐 코리아 측에 신차 교환을 요청했다. “10일 가량 된 차량이라고 보기엔 믿기 힘들 정도로 결함이 많았다. 더구나 차량을 인수받기도 전에 발생한 결함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신 씨는 전했다.

▲차량 점검 중 신차에서 발견된 머플러의 녹 슨 모습.

하지만 신 씨의 교환 요청을 폭스바겐 측은 거절했다. 대신 차량 결함에 대해 수리를 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신 씨는 “폭스바겐 측은 차량의 다수 결함을 인정했지만, 신차 교환은 안 된다고 했다. ‘결함이 많이 발생했어도 모두 중대한 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고치는 방법밖에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다른 결함이나 하자는 둘째로 하더라도 주행 중 발생하는 심한 변속 충격과 차량이 꿀렁거리며 앞으로 쏠리는 증상은 위험하다고 판단됐다. 같은 모델의 다른 차량에서는 찾을 수 없는 문제들”이라고 항변했다.

신 씨는 이 문제로 담당 딜러, 동대문전시장 지점장, CR팀장 등과 통화했지만 모두 “교환은 힘들다”는 답변만 했다.

▲진단 정보 시스템에 찍힌 결함 코드.

“고객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법적인 기준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차량 교환이나 환불에 대해서는 한국소비자원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번 경우는 교환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폭스바겐 측의 입장이다.

사실 신 씨처럼 신차에 대한 소비자 민원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수입차의 경우는 허술한 사후 서비스로 소비자가 더 곤란을 겪기 십상이다. 조사연구기관 ‘마케팅 인사이트’의 김영호 연구원은 수입차의 A/S가 최근 더욱 열악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도 환불 기준 있지만 강제성 없어
“선진국에선 제조사가 ‘하자 없음’ 증명,
한국에선 소비자가 ‘하자 있음’ 증명해야”

“수입차의 서비스가 최근 크게 나빠졌고, 이에 대한 소비자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다. 수입차 시장은 계속 커져가고, 이에 비례해 서비스센터를 찾는 빈도도 높아졌지만, 국내 서비스센터 확충은 미비할 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 또한 높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수입차들의 사후관리나 서비스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신차 교환이나 환불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수입차 회사들의 서비스 문제에 앞서 국내의 제도적, 법률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 씨가 폭스바겐 신차를 인수 전에 발생한 결함 내용.

현재 불량 신차 교환 및 환불 기준으로는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이 있다. 이 해결 기준은 △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 주행 및 안전 등과 관련된 중대 결함이 2회 이상 발생 △12개월 이내 주행 및 안전도 관련 중대 결함에 대해 동일 하자 4회 이상 발생 △수리가 30일 이상 지속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교환 및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신차 결함과 관련해 판매사 측이 소극적으로 나올 때 소비자가 하소연할 곳이라고는 한국소비자원뿐이지만, 소비자원의 이러한 분쟁 해결기준은 매우 애매하다. 우선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된 중대 결함’이라는 기준이 애매하다. 중대한 결함인지 아닌지를 도대체 누가 어떻게 판단한다는 것인가?

현재 중대 결함에 대한 판단은 자동차 회사의 판단에 의존할 뿐이다. 신차 교환과 환불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교환 및 환불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분쟁조정기구인 소비자원이 교환 또는 환불 판단을 내려도 법적인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자동차 회사가 무시하면 그만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에 자동차결함신고센터가 있어, 신고를 할 수는 있지만, 각각의 신고에 대해 교통안전공단이 중재 역할을 할 법적 권한은 없다. 단지 신고 사례가 많아지면 정부기관 주도로 자동차 회사와 합동으로 조사를 벌여 원인을 찾고 제조사 자체 결함이 밝혀지면 리콜 명령을 내릴 뿐이다.

▲신 씨의 폭스바겐 ‘제타 프리미엄 2015’에 대한 성수 서비스센터의 작업 지시서.

신 씨 역시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넣는 동시에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신고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소송을 해도 소비자가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영호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제조사 측에서 자동차에 결함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지만, 우리의 경우 소비자가 차량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차 관련 불만에 대한 처리율은 매우 낮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차 결함 시 교환-환불이 이뤄지는 경우는 5% 수준에 불과하다.


美법원, 벤츠에 “레몬법 안 지켜? 9배 배상해” 판결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강제성이 없는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기대고 있는 한국과 달리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결함에 의한 교환 및 환불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레몬법’이 있다. 1975년 소비자 보호법이 제정됐고, 이는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산 소비자를 불량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오렌지인줄 알고 구입했는데 집에 와보니 시디 신 레몬이었다는 데서 유래한 법이다.

미국의 레몬법은 자동차와 관련해 △신차의 경우 2만 9천㎞ 주행 이전이나 18개월이 되기 전에 운행 시 사망이나 중상해를 초래할 수 있는 하자가 2회 이상 발생한 경우 △일반 고장으로 4번 이상 수리를 받았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수리 기간이 30일을 넘은 경우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조항이다. 소비자는 구매 시 차량 가격에다 세금 등 기타 비용까지 반영해 교환을 받을 수 있고, 환불 시에는 수리 비용 등 각종 부대 비용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컨슈머리서치의 최현숙 대표는 “주마다 다르지만 구매가의 2배를 보상하는 것과 더불어 법정 소송비까지 물게 하는 곳도 있다. 이 법을 도입할 때는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자동차 회사들이 극심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레몬법을 믿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새 차를 살 수 있기에 미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물건을 산 뒤 하자가 발생하면 제조-판매회사는 거의 절대적으로 반품 또는 교환을 해주지 않고,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해도 보상을 받을지 못 받을지가 가물가물하고, 변호사는 이런 소소한 일은 수임을 거부하고, 설사 어렵사리 변호사를 구해 법정에 간다고 해도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기 딱 좋은 구조의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소비자 보호 제도가 정립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기에 한국에선 자동차 등 공산품을 구입하려면 미리 산 사람의 온라인 경험담을 수집하는 등 온갖 궁리를 해야 하고, 이런 과정이 귀찮은 사람은 “안 사고 만다”고 선언해야 한다.

미국에서의 한 예를 보자. 지난 2010년말 메르세데스-벤츠는 거액의 손해배상금 지불 판결을 받았다. 2005년 벤츠 E320 신차를 5만 6천 달러에 구입한 미국의 한 소비자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상 증상이 반복적인 수리에도 개선되지 않자 환불을 요청했다. 배상이 지연되었고, 이 소비자는 벤츠 사를 레몬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법정 공방 끝에 판사는 구입가의 2배에 이자를 합친 16만 8천 달러와 소송 비용을 포함해 총 48만 2천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국판 레몬법 도입은 언제나?

국내에도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돼 2015년 1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자동차 부품 하자에 대한 제조사의 고지 의무를 규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처벌도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는 차량을 구입할 때 최대한 꼼꼼하게 차량 검수를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신 씨처럼 값비싼 수입 신차를 사 놓고는 마음고생만 하기 십상이다. 신 씨는 “문제 있는 차를 출고시켜 놓고 서비스센터에서 고쳐주면 그만이라는 식인데, 참 어이가 없다. ‘결함? 인정하지만 고쳐주면 되잖아’ 식으로 느껴져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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