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中서 부진 현대기아차, 남미-인도서 만회할까
‘빅마켓’ 중국서 잇단 악재, 남미와 인도에서는 시장점유율 약진
지난 12일 중국 톈진항 물류창고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항만에 적재됐던 제네시스, K9 등 현대기아차 4100여 대가 전소했다. 1600억 원대로 추산되는 피해액은 전액 보상된다지만, 피해 차종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고급 모델들이라 이후 수급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 그룹은 이미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전체 해외 판매량 중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올 해 들어 매달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 여파로 인해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했지만,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비해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유독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중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8만 4168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3월 16만여 대에 달했던 현대기아차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는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 내 점유율 10% 선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지난 5월부터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렸다. 6월에는 점유율 7.3%를 기록해 5월 9.1%에서 1.8% 포인트 감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중국 진출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10% 달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중국 자동차 시장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경쟁업체인 GM이나 폭스바겐 등은 중국 현지 합작회사들과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치열한 판촉 경쟁을 펼쳤다.
중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원한 것이 한 몫 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강력한 저가 공세가 현대기아차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한 상황과 유사하게 현대기아차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의 프리미엄 정책과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 사이에서 시장 형성에 실패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기존의 거대 자동차 격전지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지만, 남미나 인도 등 떠오르는 신흥 시장에서는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여 주목을 끈다. 이들 신흥 시장은 향후 현대기아차의 실적 개선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특히 멕시코는 지난 한 해 322만 대를 생산해 브라질을 제치고 중남미 최대 자동차 생산국에 올랐다. 현재 세계 7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2012년 99만 대에서 2014년에는 114만 대 수준으로 시장 규모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과 수출의 거점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으로 평가했지만, 여전히 미개척 시장으로 남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과 달리 브라질이나 멕시코,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꾸준히 판매량이 오르고 있는 추세”라면서 “현지 전략 차종 등 신차 효과로 3분기 이후에도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간 현대기아차는 남미와 인도 등 신흥 시장 개척을 꾸준히 추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브라질 시장 점유율은 2012년 3.0%였지만 브라질 현지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2013년 6.0%로 뛰었고, 지난해는 7.1%를 기록하는 등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형성되기 시작한 신흥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현지화 전략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안창현 기자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