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인글로벌은 올 12월 ‘넥스트 투 노멀’을 선보이고, 두 번째 작품으로는 ‘쓰릴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두 작품 모두 박용호 프로듀서가 뮤지컬 해븐에서 성공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2017년 공연을 목표로 대극장용 뮤지컬도 제작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고래고래’ ‘공동경비구역 JSA’ 등 장르 넘나들어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작품도 나오고 있다. 공연이 영화화되거나, 반대로 영화가 공연화 되는 사례들이다.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는 뮤지컬 버전 ‘고래고래’가 먼저 11월 15일까지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선보인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 동아리였던 영민, 호빈, 민우, 병태 네 친구가 성인이 돼 각자의 삶을 살다가 오랜 꿈이었던 ‘자라섬 밴드 페스티벌’에 지원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극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다뤄 사랑받은 연극 ‘춘천 거기’는 영화로 만들어진다. 영화 ‘관상’ ‘우아한 세계’ 등을 만든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사진은 연극 ‘춘천 거기’의 한 장면. 사진 = 스토리피
‘고래고래’ 측은 “국내 최초로 기획 단계부터 영화 개봉과 뮤지컬 오픈을 동시에 계획했다”며 “뮤지컬 라이브가 갖는 매력과 영화만의 영상미를 각각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오픈하는 뮤지컬 버전은 5인조 라이브 록 밴드가 연주하는 서정적인 선율과 콘서트의 신나는 사운드가 어우러져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한지상, 김신의, 김재범 등이 뮤지컬에도 출연한다.
영화 ‘김종욱 찾기’와 ‘살인의 추억’도 공연을 영화화한 사례로 유명하다. 올해 9주년을 맞이한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환상,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여성의 심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2006년 대학로에서 초연됐다. 총 3500회 공연으로 6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2013년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2013년 중국 라이선스 공연에 이어 2016년 일본 라이선스 공연을 확정했다. 인기에 힘입어 2010년 공유, 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고, 같은 해 동명 소설도 발간됐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원작은 연극 ‘날 보러 와요’다. 연극에서 영화로 이어지는 장르 초월 성공이다. 연극 ‘유도소년’ ‘극적인 하룻밤’ ‘춘천 거기’ 등도 영화화된다.
‘유도소년’은 199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영화 ‘국제시장’을 제작한 JK필름이 영화 제작을 맡았다.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녀 이야기를 그리는 ‘극적인 하룻밤’은 대학로에서 꾸준히 공연되는 인기 작품으로, 올 하반기 동명의 영화가 개봉 예정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춘천 거기’는 영화 ‘관상’ ‘우아한 세계’ 등을 만든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매력 있는 소재로 영화와 공연의 특성 살리고 대중 흥미 유발하는 효과
반대로 영화를 공연으로 만드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음악극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은 영화로 흥행성을 검증받은 뒤 공연으로 재탄생했다.
근작으로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만추’가 있다. 송강호, 이병헌 주연의 영화로 유명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2013년 뮤지컬로 첫 선을 보였다. 영화의 원작이었던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를 바탕으로 배경과 주제, 영화의 휴머니즘적 정서를 적절하게 섞어 뮤지컬만의 매력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2013년, 2014년 공연에 이어 올 9월 18일 개막한다.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는 개봉 이전에 뮤지컬 버전인 ‘고래고래’를 먼저 선보인다. 영화 개봉과 뮤지컬 오픈을 동시에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현빈과 탕웨이가 출연한 영화 ‘만추’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관객을 찾는다. 해외 유수 영화제를 석권하며 총 6번의 리메이크 작업을 거친 영화 ‘만추’는 7번째 리메이크로 연극이 된다. 뮤지컬 ‘셜록홈즈’ ‘빈센트 반 고흐’ ‘살리에르’ 등의 창작 뮤지컬을 선보인 HJ컬쳐의 첫 연극 작품으로 10월 개막 예정이다.
영화의 공연화, 공연의 영화화에 대해 한 공연 관계자는 “매력 있는 소재를 영화와 공연 각 분야가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개성 있게 표현함으로써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며 “영화와 공연의 매력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어 관객의 호응도가 좋은 편이다. 앞으로도 영화와 공연의 활발한 교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ART 3. 영화관에서 느끼는 공연장의 땀과 열기
HJ컬쳐·메가박스 등 공연 실황 상영세 번째 케이스는 영화관에 공연을 끌어들인 형태다. 영상화 작업을 거쳐 무대 위가 아닌 스크린 위에서 공연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국내 공연 뿐 아니라 해외 공연 실황까지, 공연장을 직접 찾기 힘든 관객에게 공연장의 열기를 전달한다. 10만 원대를 넘는 공연 입장티켓과 달리 1만 5000원대의 영화 입장권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립극장은 2014년 3월 NT 라이브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NT 라이브는 영국 국립극장이 영국의 대표 연극을 촬영해 공연장과 영화관에 생중계 또는 앙코르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2009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후 전 세계 500여 극장에서 150만 관객을 동원했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이 프로그램을 국립극장이 도입해 현재까지 ‘워 호스’ ‘코리올라누스’ ‘리어왕’ ‘프랑켄슈타인’ 등을 상영했다.
▲메가박스가 올 8월 극장에서 상영한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의 한 장면. 사진 = 메가박스
공연 제작사 HJ컬쳐는 국내 공연을 외국에서 상영하고 있다. 올해 자체 제작 뮤지컬 ‘살리에르’와 ‘파리넬리’의 상영회를 일본에서 열었다. 외국에서 첫 공연을 선보일 때 부담감을 줄이고, 공연에 대한 관심을 미리 고취시키기 위해 본 공연 진출 이전에 자막을 곁들인 공연 실황 영상을 먼저 선보이는 전략을 택했다. 3월 일본에서 선보인 ‘살리에르’의 경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해 8월 재상영 되기도 했다.
저렴한 영화 티켓 가격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공연 관람하는 재미
HJ컬쳐 측은 “뮤지컬 상영회를 먼저 열어 현지 관객에게 보다 쉽고 가깝게 다가가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추후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순차적으로 다가갈 예정”이라며 “현재 공연 계획을 긍정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살리에르’가 개봉된 일본 도쿄 영화관 현장. 사진 = HJ컬쳐
국내에서는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이 해외 유수의 오페라,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의 실황을 상영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올해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라 트라비아타’ ‘세비야의 이발사’ ‘호프만 이야기’ ‘가면무도회’ 등의 공연 실황을 상영했다. 롯데시네마도 오페라 ‘파우스트’ ‘아이다’ ‘후궁탈출’ ‘토스카’ 등 공연 실황을 상영했다.
이 같은 공연 실황 상영은 영화관을 자주 찾는 영화 팬에게 공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공연 팬들도 다각도에서 촬영된 클로즈업 화면을 통해 새로운 만족감을 준다. 배우의 생생한 숨소리와 얼굴에 흐르는 땀 한 줄기까지 큰 화면으로 전달되는 또 다른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