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층·지역 불문 주거 문제, 사회적경제로 해결책 모색한다
“최근에는 청년 주거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 돼서 많이 논의되고, 또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형편이지만, 초기에는 그렇지 못했다. 청년들 스스로도 문제가 있는 주거 환경에 처해 있었지만,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게 대부분이었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만난 임소라 팀장은 초기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청년들은 부당한 계약이나 비용, 부적절한 환경에도 자신들의 주거 문제를 그냥 넘겼고 옥탑방, 반지하, 고시원 등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주거 문제를 개선하고자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현재 민달팽이 협동조합은 정부와 협력해 사회투자기금을 지원받아 재원을 마련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면서, 청년 조합원들과 함께 공동체 사회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4인 가족 위주로 맞춰진 정부의 주거 정책에서 1인 가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현장에서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이런 주거 문제가 청년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또 한국만의 문제도 아닐 것이다. 최근 서울시청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국제포럼은 아시아 지역에서 계층과 지역을 불문하고 다양하게 제기된 주거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나간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번 포럼을 통해 공통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주거 문제에 정부와 공공의 대응이 미치지 못하거나 미흡한 영역이 늘면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과 같이 다양한 민간단체들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포럼에서 세계 최대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인 ‘아쇼카재단’은 인도에서 2008년부터 ‘하우징 포 올’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50만여 가구의 가난한 이들이 자기 집을 갖도록 도운 사례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건설 회사나 부동산개발자 등 기업과 함께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들이 광범위하게 협력했다.
또 홍콩의 사회적기업 ‘라이트비’는 빈집, 정부 임대, 시설 기부 등을 통해 싱글 맘을 위한 주거서비스인 ‘라이트홈’을 운영했다. 이들은 임차료는 형편이 닿는 만큼만 받으며, 3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했다. 시민단체, 복지기관과 협력해 싱글 맘에게 일자리 교육, 건강 상담 등 생활 안정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했다고 한다.
한국, 인도, 홍콩, 대만, 일본,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총 9개국 청년 사회혁신 기업가들이 참가한 이번 포럼은 결코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도 다양한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이를 극복한 사례들을 풍부하게 들려줬다. 완연한 가을 날씨에 이사철 전세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목소리 아닐까.
안창현 기자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