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2015 바다미술제] 시와 현대미술이 다대포에 두둥실
▲친탄 우파드야이의 ‘생성시키다’ 작품. 사진 = 왕진오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태종대·해운대와 더불어 부산의 3대(臺)로 알려진 낙동강하구 최남단의 다대포에 현대미술 작품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특히 해질녘에 파도와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은 900미터 길이의 백사장 곳곳에 자리하며 서부산에 새로운 문화예술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보다 - 바다와 씨앗(Sea - See & Seed)’을 주제로 한 2015 바다미술제가 9월 19일부터 부산광역시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대단원의 막을 올리고 16개국 34점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바다를 품은 바다미술제는 1987년부터 개최된 오랜 전통의 미술 축제다. 2012년 부산비엔날레로부터 독립해 단독으로 열리는 미술제는 그동안 해운대, 광안리, 송도에서 개최됐었다.
2015년 전시 장소로 다대포를 선정하게 된 이유를 부산비엔날레 임동락(61) 집행위원장은 “바닷가에서 미술제를 개최하는 것은 세계 유일의 행사로 생각됩니다. 자연환경이 좋은 다대포를 선정해 작품을 설치해보니 주변과 너무 잘 어울려 관람객의 호응을 받을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대포 해수욕장에 설치된 ‘대기의 대양’과 ‘씨앗들’ 설치 모습. 사진 = 왕진오 기자
▲2015 이종균 작 ‘물고기-쓰레기 탐색자’ 설치 모습. 사진 = 왕진오 기자
또한 “관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고의 전시를 만들기보다는 다대포에 예술의 씨앗을 심고 발아시켜 낙후된 서부산 지역을 문화 발신지로 만들어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바다미술제에 없던 퍼포먼스와 멀티미디어도 선보여
앞에는 바다, 뒤에는 아파트 밀집 지역인 다대포에는 일몰이 아름다운 몰운대가 있다. 이를 살리자는 취지에 따라 친숙하거나 실험적인 작품 선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대포 해변에 들어서는 길목에는 고은(82) 시인과 오태원(42) 작가의 컬래버레이션 작품 ‘천 개의 빛, 천 개의 물방울’이 도심에서 자연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열어준다.
바다와 맞닿은 해변에는 관객의 소원 문구를 키우는 오노 요코(82)의 ‘소망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창작 그룹 VGABS의 ‘상상염전’ 설치 모습. 사진 = 왕진오 기자
또한 관객들의 사진으로 완성되는 앤디 드완토로의 ‘100명의 사람들’과, 전국 어린이 대상 공모를 통해 완성한 노주환 작가의 바람개비 작품 ‘사랑해요, 천 개의 꿈’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예술을 참여 가능한 소통의 장으로 변신시킨다.
모래 해변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피터 린 카이트의 ‘대기의 대양’ 애드벌룬 작품은 2015 바다미술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 작업이다. 커다란 가오리와 돌고래, 꽃게 풍선이 파란 하늘을 바다처럼 누비는 장면을 연출한다. 넓디넓은 다대포 해변을 압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풍선 수량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성호(49) 바다미술제 전시감독은 “현대미술을 총망라한 미술제로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일주일만에 전시를 마치거나, 기록으로만 남는 작품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문화예술 불모지인 다대포에서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예술의 씨앗이 발아해 예술 향유의 장으로 변한다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바다의 여유와 함께 시민들이 명상하듯 현대미술을 감상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 동안 작가들의 퍼포먼스도 있을 예정이다. 조덕현(58) 작가는 그의 작품 ‘시(示)’를 통해 수차례의 발굴 퍼포먼스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종균(44) 작가도 관람객이 직접 망태기를 메고 다니며 작품을 완성하도록 하는 예술 체험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바다미술제 김성호 전시감독이 출품작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이 외에도 주말과 공휴일을 중심으로 2015 바다미술제의 전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트 토크, 18개 팀으로 구성된 공연이 준비돼 있다.
또한 축제 행사장 일대에 조성되는 아트 큐브에서 축제 행사 안내와 도슨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평일과 주말에 시간대 별로 예정돼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움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랑海 체험 존’에서는 만들기 활동을 통해 직접 축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부산 지역 단체들이 참가하는 아트 마켓도 개최돼 전시 외의 재미를 제공한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천 개의 물방울’ 작가 오태원
“하늘과 땅의 세계를 지나 바다를 보는 서막을 꾸몄죠. 다대포에 펼쳐진 현대미술 작품을 보시려면 제 작품을 반드시 거쳐야 됩니다.”
2015 바다미술제의 입구에 설치된 ‘천 개의 빛, 천 개의 물방울’ 작업을 꾸린 오태원 작가의 말이다.
▲오태원 작가가 '천 개의 빛, 천 개의 물방울' 작업을 설치하고 있다.
오 작가는 “우주 공간을 터널 형태로 만든 작품입니다. 하늘의 별자리, 그리고 그 아래의 물방울이 모여 구름을 만드는 것을 형상화 했죠. 작품 안에 인간 세계를 이야기하는 고은 시인의 시 중 발췌한 105개 글귀를 반사판에 적어 넣었습니다”고 설명했다.
건축용 비계를 이용해 만든 작품에는 거울 같은 반사판이 붙어 있다. 여기에 고은 시인의 시구가 오태원 작가에 의해 적힌다. “고은 시인의 글귀가 주는 메시지를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왜곡된 자아를 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구성했습니다. 자신을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의도에서 하늘과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고 말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