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분석 ③] “최초” 마니프 vs “편하게” 호텔 아트페어
▲마니프 서울 국제 아트페어가 열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사진 = 마니프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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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MANIF: 20년 명맥 이어온 ‘원조’
1995년 대한민국 미술계에 처음으로 ‘아트페어’라는 형식을 선보인 ‘마니프서울 국제아트페어’(이하 마니프)는 초대된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군집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이 아트페어의 부스 개인전을 거쳐 간 작가는 무려 2000여 명에 이른다. 현재 활발한 활동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대부분 작가들이 마니프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니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평소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원로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마니프 측은 매년 전시실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은 물론 각 장르별 대표 원로작가들을 최소 10명 이상 초대하고 있다.
마니프가 여느 아트페어와 달리 관심을 끄는 것은 작가들의 역량을 살펴볼 수 있는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진행 형식은 아트페어이지만, 각 참가 부스에는 10호 이내 소품부터 100호 이상 대형 작품까지 참여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개최 취지와 맞닿는 특징이다.
▲마니프 서울 국제 아트페어가 열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사진 = 마니프 조직위원회
관람객은 개인 부스에 상주하는 작가에게 작품의 제작 과정이나 주제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남다른 볼거리와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형태로 마니프는 여느 아트페어와 달리 관람객 참여로 완성되는 소통형 아트페어를 추구한다.
행사 기간 동안 가장 돋보이는 작가를 선정해 시상하는 순서도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주요 작가를 미술 애호가가 함께 선정하는 열린 교감의 장이다.
‘김 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란 전시 부제도 미술 대중화를 위해 마련됐다. 과장 명함을 소지한 사람은 본인은 물론 동반 가족까지 무료 입장할 수 있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다. 과장 직급은 기업이나 사회에서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하면서도 사회적 약자 또는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이들을 미술의 세계로 끌어들이겠다는 마니프의 의지를 담았다. 올해는 10월 30일∼11월 17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김 과장, 전시장 가는 날’을 진행한다.
▲마니프 서울 국제 아트페어가 열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사진 = 마니프 조직위원회
새내기 미술 애호가를 위해 여는 ‘100만 원 소품 특별전’ 역시 마니프 20년 역사를 상징하는 특별전이다. 전시장 한편에 특별 전시공간을 마련해 초대 작가의 역량이 집약된 소품을 특별 가격에 판매하는 형식이다. 100만 원으로 구하기 힘든 원로작가의 소품부터, 중진 유망 작가의 내실 있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년 큰 인기를 끈다.
올해 마니프서울 국제 아트페어 1부는 10월 30일∼11월 4일, 2부 전시는 11월 5∼10일 열린다. 또한 신진 작가들을 위한 아트서울이 11월 5∼10일 마련되고, 구상전-한국구상대제전은 11월 11∼17일 만날 수 있다.
마니프 조직위원회 김영석 이사장
“원로작가 초청해 세대 연결”
해마다 작품 2000∼3000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마니프 아트페어를 20여 년째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연구소 이사장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긴장과 설렘은 여전하다. 한국 미술 시장을 만들고자 한 것이 벌써 20년이 됐다”며 “그동안 2000여 작가와 함께한 시간이 굉장히 행복했다. 한국 미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마니프가 걸어온 발자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각 장르별 대표 원로작가 초대전을 꼽았다.
▲마니프를 주최하는 김영석 이사장. 사진 = 왕진오 기자
“원로 작가는 한국 현대 미술의 뿌리이자 근간입니다. 최근 한국 현대미술이 다양한 트렌드로 세계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 역시 원로 작가들의 남다른 열정과 역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니프 아트페어가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세대를 초월한 한국 현대 미술의 정체성 확립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논리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미술의 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헌신한 선배 작가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담아냄으로써, 후배 미술가들에게 예술가로서의 긍지를 더하는 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호텔 아트페어: “1개층 털어 대작 전시”
대형 전시 공간이 아니라 은밀한 호텔 방에서, 마치 집 거실이나 안방에 그림을 건 실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게 호텔 아트페어의 특징이다. 이 같은 특징 덕에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관심을 갖게 된 장소 특정형 아트페어의 효시가 호텔 아트페어다.
주최 측은 “전시장 벽면에 작품을 내거는 것과 달리 가정집 실내처럼 집기들이 비치된 호텔방에 작품을 전시하면 실제 작품을 집에 걸었을 때의 느낌을 미리 알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내세운다.
▲올해 호텔 아트페어가 열린 콘래드 호텔 객실 모습. 사진 = 왕진오 기자
호텔 아트페어는 기존의 대형 아트페어가 열리는 시기에 이벤트 성격으로 시작됐다. 고가의 참가비 부담 때문에 대형 아트페어에 참여하지 못하는 화랑과 작가들이 미술 시장에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자리를 별도로 마련한 형태였다.
2008년 호텔 아트페어가 시작된 이후 핑크 아트페어, 도어즈 아트페어, 위드 아트페어, 반얀트리 아트페어 등 전국적으로 수십여 개의 호텔 아트페어가 등장했다.
국내에 호텔 아트페어라는 브랜드를 도입한 것은 2008년 일본 뉴오타니 호텔에서 출범한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Asia Hotel Art Fair, 이하 AHAF)를 꼽을 수 있다. 이후 신라호텔, 하얏트, 조선호텔, 롯데호텔 소공동 본점 등 국내 특급호텔에서 다채로운 주제로 행사가 진행돼왔다.
▲호텔 아트페어에 출품된 작품들이 침대 위에 놓여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는 초청장을 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프리미엄 호텔 아트페어를 지향했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주요 금융권의 PB(프라이빗 뱅킹) 고객, 국내외 미술 관계자 및 컬렉터, 그리고 AHAF 홍콩과 연계된 홍콩 및 대만, 일본의 해외 컬렉터를 주요 고객으로 초청했다.
올해 호텔 아트페어는 기존 호텔 아트페어가 가지지 못한 대형 스케일 전시를 위해, 호텔 1개 층을 단일 전시공간인 ‘The A Space’로 바꾸어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제한된 호텔 객실 공간과 짧은 전시 기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전시를 도입함으로써 호텔 아트페어의 발전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기존 호텔 아트페어가 갖지 못한 대형 스케일 전시를 가능케 함으로써, 호텔 아트페어에서는 인테리어 위주의 가벼운 작품 구입이 용이할 뿐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주최 측의 묘안이었다.
▲호텔 아트페어를 방문한 관람객. 사진 = 왕진오 기자
또한 VIP 전용 라운지를 비롯해 럭셔리 브랜드와 아트의 컬래버레이션, 마스터피스 전시, 선별된 저명인사의 문화예술 강좌 등 호텔 아트페어가 가진 고유한 프리미엄 페어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 선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측은 “해를 거듭하며 함께 호흡하고 있는 기성 아트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들을 그대로 흡수함은 물론, 작년부터 힘을 기울여온 초보 컬렉터의 발굴과 육성이라는 취지 아래 대폭 강화된 아트 페어 안내 서비스 및 VIP 데이의 확대, VIP 라운지의 확장 등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황달성 AHAF 운영위원장
“선두주자로서 계속 새 시도”
“호텔 아트페어의 원조로서 미술 시장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기획 전시, 그리고 해외 유명 작품의 소개에도 주력하려 합니다.”
2008년 국내에 호텔 아트페어라는 브랜드를 도입하고, 운영 중인 황달성 운영위원장이 밝힌 장기 목표다. 다양한 호텔 아트페어들이 등장한 가운데 브랜드 수성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황달성 AHAF 운영위원장. 사진 = 왕진오 기자
그는 “기존 호텔 방을 중심으로 진행한 전시에서 벗어나 복합 문화 콘텐츠 공간을 꾸리고 확장된 형태의 전시를 보여준 것이 새로운 시도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8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선보인 ‘The A Space’는 11개의 스튜디오와 보드 룸을 이용해 전시장을 꾸몄다. 국내에 선보이지 않았던 해외 유명 작가들의 특별전, 그리고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들었던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계획 아래 시도된 아이템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대형 스케일 전시를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가장 주목할 만한 아트 마켓으로 자리 매김하겠다”며 “다른 호텔 아트페어와의 차별화를 위해 일본,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아시아 미술시장을 확대하는 노력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