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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 아야 타카노] 슈퍼플랫 이미지로 대지진 뒤 평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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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2호 왕진오 기자⁄ 2015.10.12 10:36:02

▲10월 1일 조현화랑에서 작품과 함께한 아야 타카노.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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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안개가 걷힌 바닷가에서 보는 몽환적인 색채를 연상케 하는 전시장 조명. 그 아래 가로 6m, 세로 2m의 대형 그림이 시선을 압도한다. 

자극적이거나 추상적이지는 않지만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들로 인해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화면 안에 놓인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 또한 이채롭다. 현실 세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상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프레스코화를 연상시키는 기법으로 판타지를 떠올리는 일본 현대회화 작가 아야 타카노(39)의 ‘오월에는 모든 사물이 바다 속에서 축복 받는다’ 작품이다.

▲아야 타카노, ‘The Adventure Inside’. 캔버스에 오일, 218.2 x 291cm, 2015.

그가 작년 부산 방문 때 바다를 보고 얻은 영감을 토대로 작업한 신작 17여 점이 10월 2일∼11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조현화랑 전관에서 진행되는 아야 타카노의 한국 첫 개인전에 공개된다.

타카노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미술이라는 고급문화에 접목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일본의 전통 미술과 대중문화를 원천으로 ‘슈퍼 플랫’의 개념을 만들어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53)의 첫 어시스트로서, 일본 망가와 애니메이션의 특성과 일본 소비문화를 작품에 담는다.

바다 안에 녹아든 숭고와 평화의 의미를 몽환적 이미지로 드러내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보낸 작가는, 서재에서 주를 이룬 자연 과학 및 SF 소설에 영향을 받는다. 자연과 동물의 비정상적인 생김새에 매료돼 작품 안에 그러한 형태를 담으려 했다.

▲아야 타카노, ‘The Ocean Inside’. 캔버스에 오일, 170 x 400cm, 2015.

데즈카 오사무(일본 만화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만화가)의 SF 소설은 그녀의 작품세계에 또 다른 초기 영향을 미쳤다. 그녀가 현실을 꿈처럼 인식하는 데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 

타카노는 일본의 망가와 SF 소설적 세계관, 그리고 에로티시즘과 변형된 자포니즘(19세기 중반 이후 20세기 초까지 서양 미술 전반에 나타난 일본 미술의 영향과 일본적 취향 및 일본풍을 선호하는 현상)을 중심으로 작업을 펼쳐왔다. 

또한 주로 소녀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밝고 팝적인 일러스트에 에로틱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요소가 섞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한국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에는 기존 작품과 달리 여성도 남성도 아닌 양성적인 외모로 바다 속을 부유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여기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한다.

타카노는 “전설 속의 동물들이라기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멧돼지와 사슴 등 여러 동물들이 물 위를 떠다니는 것을 봤습니다. 그들이 천국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을 저만의 표현으로 그려낸 것으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주로 양성적인 외모에, 부분적으로 옷을 입거나, 아예 옷 없이 가상의 현실세계를 떠다닌다. 소녀로 보이는 인물은 창조에 대한 갈망과 자유지향적인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아야 타카노, ‘Regeneration of Ocean Flowers’. 캔버스에 오일, 130 x 162cm, 2015.

타카노는 “양성적인 인물은 태아와 같이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낸 저만의 캐릭터이자 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연예나 향락적인 생활에 관심이 많아 그렸던 에로틱한 표현과는 달리 새롭게 등장한 이미지들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자연과 함께 영예로운 것들이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에서 바다 속의 모든 것이 숭고하다는 의미를 찾았다는 이야기다.

재난 이후 그녀의 작품에선 강렬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더욱 신화적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지만, 결국은 정신적, 육체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아야 타카노라는 작가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슈퍼 플랫’과 무라카미 다카시다. 그녀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 플랫’ 계열 대표 작가로 20여 년간 활동해 왔다. 다카시가 기획한 ‘슈퍼 플랫(Super Flat)’, ‘리틀 보이(Little Boy)’전에 주요 작가로 참여하며 2002년 프랑스 파리 나노갤러리 개인전, 2003년 파리 엠마누엘 페로텡 갤러리 개인전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슈퍼 플랫 이후 일본 현대 미술의 차세대 블루칩 작가로  

일본의 ‘슈퍼 플랫’ 창시자 무라카미 다카시는 1996년 예술 공장, ‘히로뽕(Hiropon)’을 설립하며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와 같은 블록버스터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현재 카이카이 키키라고 불리는 이 회사는 도쿄, 롱아일랜드 시티, 퀸즈에 위치해 있으며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그의 그림, 조각품, 루이비통 가방, 비디오, 티셔츠, 키 체인, 고급 장난감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 무라카미는 루이비통과 협업해 인기 절정의 핸드백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LA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 특별한 루이비통 기프트 숍을 구성해 전시했다. 

▲조현화랑에 설치된 아야 타카노의 드로잉 작품. 사진 = 왕진오 기자

아야 타카노는 14세기 이탈리아 종교화, 우주인의 유적, 혹은 MTV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지향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여성적인 관점과 익살스럽고 모호한 미래의 환상은 현실의 사슬로부터 자유로운 그녀만의 신화를 창조하는 통로가 됐다.

초자연적이 모티브를 기반으로 여성의 욕망과 수 없이 변화하는 공상을 생태학적 배경에 배치시킨 그녀의 작품에는 천재적인 감각과 자유로움이 동시에 배어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현대미술 속에서 변두리로 치부되던 애니메이션 작업의 오늘을 재발견함과 동시에 소더비, 크리스티 등 글로벌 미술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는 그녀의 신비로운 초현실적 세상을 경험할 기회다. 

2002년 타마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타카노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끄는 작가 집단 ‘카이카이 키키’ 소속으로 도쿄에서 거주하며 작업한다. 주요 개인전으로 200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LACMA) ‘아야 타카노, 디지털 갤러리를 위한 웹 프로젝트’전, 2006년 프랑스 리옹 현대미술관 ‘아야 타카노’전, 2007년 스페인 미로미술관 ‘전통과 현대’전, 2010년 독일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 ‘아야 타카노’전 등이 있다. 


해운대 조현화랑은? 

1990년 ‘갤러리 월드’라는 이름으로 부산 광안리에 문을 연 조현화랑은 2005년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상징적인 미술 거리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그간 한국 현대회화에서 선구적 역할을 끈 김종학, 박서보, 정창섭, 윤형근 등 단색화 대표 작가들의 전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전시를 시작으로 한국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를 해왔다. 

피터 짐머만, 야오이 쿠사마 등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국내외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다. 국내외 추상미술을 중심으로 전시에 집중한 조현화랑이 3년여 공을 들여 일본 현대미술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아야 타카노의 신작을 국내에서 처음 공개해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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