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김일권] 로스코 같은 극도의 절제로 그린 한국美
클린턴 쿠어퍼스 뉴욕 파슨스 디자인대학 미술관 관장
(CNB저널 = 글: 클린턴 쿠어퍼스 뉴욕 파슨스 디자인대학 미술관 관장) 김일권은 풍경, 대기 그리고 대지에 관한 추상적인 문제에 관하여 다소 고전적인 관념에 기초를 두면서, 대단히 절제된 공간적 틀 안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 이런 작품은 진부하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니멀 아트적이거나 단순하게 보이며, 또 지루하다고 여겨질 것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세련되며, 그 표현이 뛰어나며, 하나의 이미지에서 다른 이미지로 오고 가면서, 각각의 미묘한 차이를 경험토록 해주고, 각 작품이 어떻게 아주 다른 감정과 시각적인 감수성을 내뿜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작가의 작품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성찬이다. 여러분이 준비만 되어 있다면, 여러분은 매번 상이한 방식으로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똑같은 작품 크기에, 제목도 날짜만 있지만
매번 상이한 풍경으로 관람자를 끌어들여
김일권은 모두 같은 크기와 같은 포맷으로 이런 작품을 200편 이상 그려왔다. 이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인데, 그럼에도 각각의 이미지는 신선하며, 각기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그는 다른 날에, 다른 계절에, 그리고 하루 중의 다른 시각에 이런 작업을 했다. 우리는 날이 바뀌면 얼마간은 다른 사람이 된다. 세계와 우리의 환경도 매일 다른 것이다.
▲김일권, ‘2012.1.31’. 캔버스에 오일, 50 x 50cm, 2012.
김 작가는 인간적인 경험의 이런 측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화가로서 자신의 삶과 동료 인간들을 묘사함에 있어서 그는 시각적인 대화를 통해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감상자와 공유하려 한다.
한국 역사의 정수와 문화적 뿌리는 자연, 생명, 단순한 우아함, 감수성, 인간적 정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한국 문화의 원초적인 요소가 그의 작품 속에 세밀히 표현돼 있다.
그의 작품은 민감한 감수성을 보이며, 뛰어난 표현력을 나타내며, 감상자와 영적인 교감을 나눈다. ‘화가 중의 화가’라는 용어는 종종 ‘선구성’, 미묘한 채색과 착색, 자신의 기예를 통해 진정으로 교감을 나누는 내재적인 수단에 통달한 자에게 쓰이는 용어다.
▲김일권, ‘2015.2.27’. 캔버스에 오일, 130 x 94cm, 2012.
▲김일권, ‘2014.5.23’. 캔버스에 오일, 130 x 84cm, 2012.
김일권은 이런 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의 기초 채색, 바탕 채색, 덧칠, 붓놀림과 착색은 홀연히 우리를 초대하고, 잡아끌며, 매혹시킨다. 그의 작품 속에서 대기 혹은 하늘이 지구 혹은 땅과 만나는 방식은, 대지의 풍경이 지닌 두 측면을 ‘경계선’에 의해 경이롭게 절제하여 결합하고 있다.
나는 마크 로스코(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의 작품과 그의 절제된 포맷을 생각하며, 그가 정말 정곡을 찔렀을 때 그의 작품이 얼마나 힘차게 다가왔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작가의 작품은 이 같은 의도를 갖고 있으며, 상당히 다르면서도 미묘한 방식으로, 그리고 자기 스스로 부과한 훨씬 더 절제된 포맷으로 이를 성취하고 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와 감수성, 완고함과 끈기가 요구된다. 이런 경탄스러운 자질은 그의 창조적 정신의 기저이고, 이 예술가를 묘사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뉴욕 파슨스 디자인대학 학장인 로즈메리 오닐(Rosemary O’Neil)은 공간 시학에 관한 가스통 바슐라르(프랑스의 과학 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의 견해가 김일권 회화에 매우 적절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일권, ‘2014.10.30’. 캔버스에 오일, 259 x 164cm, 2012.
색채가 양분된 작가의 캔버스는 계절적인 변화 리듬에 의해 미묘하게 조절된 풍경을 환기시킨다. 그는 캔버스의 반복적인 포맷에서, 자신의 작업을 동서양의 낭만적으로 초월적인 예술가와 시인들의 역사와 결부시키는 예술적 확신을 보여준다.
“관람자에게 고요함과 힐링을 주기 위해
작가는 처절한 몸부림과 고통을 겪는다”
우리의 물질주의적인 세계에서 더욱 더 분리되고 있는 육체와 정신의 이중성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안정적이고 가변적인 경험에서는 여전히 그 구분이 흐릿할 수 있다. 작가의 회화 언어는 인식가능하며, 시공을 초월하여 공간에 대한 모더니스트의 열망에 집착한다. 그의 회화는 그의 선언대로 보다 깊은 내용의 전달을 추구한다.
김일권 작가는 “그림을 보는 이에게 고요함과 힐링, 평안해지는 마음을 드리기 위해 작가로서 보다 더 인간다움의 완성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 고통, 내면의 벽을 깨어내는 고뇌를 통해 삶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고 설명한다.
대부분 그의 작품들에는 일정한 연월일로 표시된 제목이 있다. 온 카와라(일본 출신의 개념주의 미술가) 같은 작가들의 엄격한 개념주의와 구분되는, 기록된 감각의 시각적인 일기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컬러 빛이 풍부한 표면에 의해 형성되고, 미묘한 바탕 그림에 의해 완성되는, 깊게 공명하는 에너지에 관한 시각적인 경험에 침투하는 어떤 것도 배제한다.
▲김일권, ‘2014.12.17’. 캔버스에 오일, 130 x 194cm, 2012.
또한 바슐라르는 “지평선에 의존하는 공기로 숨 쉰다”고 선언한 방대함에 대한 샤를르 보들레르의 개념과 관련해 공간의 친근함과 방대함의 공존을 생각했다. 관객에게 부드러우면서 효과적인 시각적 활력을 제공하는 것은 김일권의 작품에 편재하는 지평선이다. 그의 작품에는 어떤 영적인 낙관주의가 있다. 그것은 마음이 물질과 유한성이 잠간동안 나타나는 곳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 관계의 시이다.
김일권 작가는 뉴욕 아트 스튜던트 미술학교와 뉴욕미술학교 대학원에서 MFA(순수미술 석사)를 마치고, 서강대 영상대학원 예술 공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뉴욕시립대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전남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 이상의 기획단체전에 참여했다.
(정리 = 왕진오 기자)
클린턴 쿠어퍼스 뉴욕 파슨스 디자인대학 미술관 관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