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스바겐 사태, 친환경차 시장 재편에 영향 줄까?
추석을 앞두고 터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국내서도 그칠 줄 모른다. 리콜 대상 차량은 계속 불어나고, 국내의 폭스바겐 운전자들이 미국 현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등 일파만파다.
20일 환경부는 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 판매한 ‘유로5’ 차량과 관련, 기존 계획보다 4484대 더 리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브랜드별로 폭스바겐 3334대, 아우디 1150대가 추가됐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를 눈속임하는 임의설정 장치가 장착된 28차종, 12만 1038대가 리콜 대상이라고 9월 30일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 9만 2247대, 아우디 2만 8791대였다. 모두 문제의 EA189 엔진이 탑재된 차종이다.
이번에 추가된 차량을 포함하면 리콜 대상은 폭스바겐 9만 5581대, 아우디 2만 9941대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내 리콜 대상은 총 12만 5522대에 이른다.
같은 날, 폭스바겐 차량의 국내 구매자들은 미국 대형로펌과 손잡고 집단 소송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국내엔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아 미국 소비자들과 동등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때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따라서 미국 현지 소송에서 이기면 손해배상액이 국내 법원이 결정한 액수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폭스바겐 구매자 695명이 이 소송을 준비 중인 것이다.
▲10월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감사에서 배출가스 논란과 관련, 수입차 대표들이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 토머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폭스바겐 사태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국내외 자동차 시장의 재편과 향방에도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자동차 산업의 친환경 문제가 이번 사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실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은 이른바 ‘클린 디젤차’의 친환경 전략에 발목을 잡힌 측면이 없지 않다. 클린 디젤차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데 반해 연료 소비 효율과 출력 등 성능은 좋아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주목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컨슈머인사이트의 폭스바겐 사태에 대한 설문조사는 향후 친환경차 시장의 변화를 예상케 한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 다수는 이번 사태가 비단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폭스바겐만의 문제일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 남짓에 불과했고, “모든 유럽차들이 그럴 것”이라는 답변은 50%에 육박했다. 70% 넘는 응답자들이 “국산차도 동일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디젤차를 대신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하이브리드’였다. 아울러 어느 국가의 차를 살 의향이 커졌는지 묻는 질문에는 ‘국산차’라고 답변한 이들이 전체 32%에 이르렀다. 그 다음으로 일본차(11%), 미국차(9%), 독일 외 유럽차(5%), 독일차(2%) 순으로 나왔다.
폭스바겐 조작 파문이 친환경차 시장에 당장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수습하면서 리콜 차량 규모나 손해배상 액수 못지않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방향이 어딘지는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안창현 기자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