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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의 세계 뮤지엄] 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미술 여행

일본 테시마 & 이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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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4호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2015.10.29 08:47:5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지난 번 칼럼에 카가와 지역의 나오시마 섬을 소개하며 베네세 미술관, 지추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그리고 ‘이에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미술관들이 있다. 바로 고속페리로 30분 미만 거리의 테시마 섬과 이누지마 섬의 미술관이다.

테시마 미술관

테시마 미술관은 기존의 미술관 개념을 완전히 깨뜨린다. 벽에 그림도, 좌대 위의 조각도 없다. 무엇이 미술 작품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 바로 발바닥 아래로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작은 물방울들이 바로 작품인 곳이기 때문이다.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일본 대표작가로 참가한 레이나이토(Rei Naito, 54)의 작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형상화했다. 조용한 이 공간에 들어서면 그 누구라도 잠시 말을 잃고 물방울의 생성과 이동-소멸을 관찰하며 명상에 잠기게 된다.

물방울들이 흘러가며 서로 모이고 합쳐져 바닥으로 다시 내려가고, 다시 솟아오른다. 그 모든 과정은 조용히 천천히 조금씩 이뤄져, 일상에서 느껴지는 시간과는 다른 차원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작가의 작품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놀라운 건축물이다. 바닥에서 물방울이 올라올 뿐 아니라, 미술관 천정이 중간 중간 뻥 뚫려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뉴욕의 뉴뮤지엄 건축으로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일본의 젊은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Ryue Nishizawa, 49)의 작품이다. 중간에 기둥이 없는 이 놀라운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흙과 콘크리트를 이용하는 특별한 기법이 사용됐다. 

▲이누지마 미술관의 외부. 사진 = 이안아트컨설팅 권경용

테시마는 벼농사로 유명한 비옥한 섬으로 나오시마 못지않은 크기의 섬이다. 한때 산업 폐기물이 버려져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현재는 테시마 미술관을 비롯해 빈 집을 미술 전시장으로 변화시키는 여러 프로젝트가 곳곳에 설치되면서 다시 섬이 살아나고 있다. 세계인들의 심장소리를 녹음해 둔 크리스티안 볼탄스키의 ‘심장음 아카이브’ 작품이 해변의 빈 집에 설치된 것을 비롯해 마리코 모리, 피필로티 리스트, 자넷 카디프 등의 작품이 섬 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하루 정도 머물며 천천히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항구 근처의 작은 카페 방문을 추천한다. 토비아스 레베르거가 건물 내부를 통째로 작품으로 바꿔버린 공간이 압도적이다. 각 공간의 이동은 셔틀버스나 항구 앞에서 대여하는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이누지마 세이렌쇼 미술관

이누지마는 나오시마에서는 약 40분, 테시마에서는 약 20분 거리에 있는 섬이다. 셋 중에 가장 북쪽에 있다. 섬의 규모도 작고 섬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할 정도로 두 시간 동안 천천히 걸으며 모든 미술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섬에 들어서자마자 멀리 보이는 높은 굴뚝의 건물이 세이렌쇼 미술관이다. 제련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꿨다. 구리 제련 산업이 활발하던 20세기 초엽 지어진 건물로, 오래도록 버려진 폐허로 남았던 것을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개발한 베네세 하우스의 후원과 작가 유키노리 야나기의 아이디어로 미술관으로 바꿔 2008년 개관했다.

미술관을 나서 동네를 한 바퀴 천천히 돌다보면 A부터 I까지 5개의 ‘이에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코헤이 나와의 대형 프로젝트를 비롯해 섬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은 나오시마의 이에 프로젝트와는 달리 야외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는 공공미술의 성격을 띤다.

▲테시마 미술관의 아트샵. 사진 = 이안아트컨설팅 권경용

작품을 따라 섬 마을 곳곳을 산책하며 숨은 보물찾기를 하듯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골목 어귀마다 잠시 쉬어가며 작품을 보라는 의미에서 통일된 디자인의 동그란 모양과 토끼 모양의 예쁜 의자를 놓아두었다. 돌이 많이 나던 지역의 특성에 맞게 석관묘가 보이는 것도 흥미롭고, 섬이 개를 닮은 모양이라고 ‘이누지마(개섬)’라는 이름이 붙여졌듯 개 모양의 커다란 조각상을 만들어 놓은 것도 흥미롭다.

예술로 지역 재생하고 커뮤니티 발전하고  

일본은 이미 각 지방의 전통과 문화를 미술관이나 기념관으로 발전시켜 관광산업과 연결지었다. 이로써 지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지역 문화를 세계화시키고 과거를 현재와 미래로 잇는 문화산업을 발전시켜왔다. 그 중에서도 작은 시골 어촌 마을에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한 미술관을 수십여 개나 갖고 있는 카가와 현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관광명소다.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이 지역의 섬들에 지속적으로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는 행사다. 2010년 시작돼 2013년에 이어 2016년에도 봄(3월 20일∼4월 14일), 여름(6월 18일∼9월 4일), 가을(10월 8일∼11월 6일)에 걸쳐 108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다카마츠 지역에는 일본의 3대 정원이라고 손꼽히는 리츠린 공원이 있다. ‘시코쿠 우동’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유명한 우동의 원조 지역으로, 우동 체험학교도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 해외여행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다카마츠를 생각해볼 만하다.

올 10월 일본정부관광국은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 섬 중 한국 관광객이 가장 적게 방문하는 시코쿠 지역의 문화명소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인 관광객 열 분을 무료로 초청하는 아트 투어를 진행했다. 놀라운 건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이어도 이곳을 다녀가면 예술 애호가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한 번 방문하면 반드시 가족이나 친구를 불러 다시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나오시마만 변한 게 아니라 이곳 방문자들도 마음속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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