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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시공간 바꾸는 빛의 변주곡

‘아홉개의 빛, 아홉개의 감성’전 vs ‘생각하는 빛’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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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2호(송년) 김금영 기자⁄ 2015.12.24 08:53:57

▲툰드라, ‘마이 웨일(My Whale)’. 사진 = 디뮤지엄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빛의 예술. 라이트 아트(light art)의 최신 경향을 볼 수 있는 전시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조명 장치를 이용해 생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가 하면, 빛이 반사 및 투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까지도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역동적인 그 느낌이 흥미롭다. 온 자연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는 빛이, 이번엔 그 힘을 작품에 발한다.


빛이 상상을 만나면?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처음엔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 같다. 그런데 빨강, 초록, 파랑의 빛이 벽에 쏘아져 빛으로 그린 그림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면 처음과는 정반대의 공간이 홀연 펼쳐진다. 양초 하나 켜자 순식간에 방 안이 빛으로 가득 찼다는 전래동화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전에 소개된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의 작품이 주는 감흥이다.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 ‘크로모새투레이션(Chromosaturation)’. 사진 = 디뮤지엄

이번 전시는 순수한 빛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 점차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 경험으로 발전되도록 구성됐다. 설치, 조각, 영상, 사운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9개의 독립적인 방에서 빛을 재료로 각양각색의 작품을 선보인다. 어떤 방에서는 빛이 소리와 함께 표현되고, 빛이 색을 만나면서 다채로운 색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백색광 네온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세리스 윈 에반스의 작품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빛과의 만남으로 전시는 시작된다. 그리고 빛과 조각이 결합된 형태를 통해 빛이 분리되고 다시 혼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플린탈봇의 작품에서 빛 속에 숨겨진 다채로운 색을 찾아본다. 촘촘히 둘러싸인 광섬유로 구축한 어윈레들의 작품은 무형의 빛과 유형의 구조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빛이 세운 공간을 경험하게 이끈다.

빛의 삼원색(빨강, 초록, 파랑)으로 인공적인 환경을 조성한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의 작품은 빛이 만들어내는 환영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공간에서 스튜디오 로소는 ‘미러 디스크’ 연작 중 하나를 선보인다. 원형 금속 조각을 나뭇가지 모양의 구조물에 매달아 놓고 빛의 반사를 보여주는 식이다. 수천 개의 육각형 타일로 이뤄진 아치형 천장에 투사되는 툰드라의 작품은 다양한 패턴과 사운드가 결합된 빛의 또 다른 변신을 목격시킨다.

그리고 마치 종이가 바람에 하늘로 휘날리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는 폴 콕세지의 작품에서 빛이 선사하는 우아함과 즐거움을 느껴본다. 이어 데니스 패런의 작품이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그림자를 따라 움직이다보면, 마지막으로 올리비에 랏시 작품이 빛과 사운드에 의해 새로운 차원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세리스 윈 에반스, ‘네온 폼즈(Neon Forms - after Noh II and III)’. 사진 = 디뮤지엄

9개의 공간을 통과하는 동안, 관객은 때로는 햇살처럼 부서져 내리는 빛의 숲 속을 걷고, 일렁이는 빛의 물결에 몸을 실어보게 된다. 빛에 흩날리는 바람을 느껴보며, 빛의 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다.

디뮤지엄 측은 “빛이 만들어내는 9개의 스펙트럼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빛이 ‘라이트 아트’라는 예술의 한 장르로서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색다른 자극을 제공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려 한다”며 “빛의 가치를 새로 일깨워 시각적 빛을 넘어 온몸으로 경험하는 빛의 의미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9명의 작가들이 완성한 빛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홉 개의 감성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사색에 잠기게 하고, 강렬한 소리와 함께 전율을 선사하며 온몸으로 빛을 경험하는 색다른 기회”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디뮤지엄에서 2016년 5월 8일까지.


해 지면 펼쳐지는 빛 세계
‘생각하는 빛’ ‘리얼 라이트’전

개관 4주년을 맞은 양평군립미술관은 겨울 프로젝트로 ‘생각하는 빛’전, 그리고 ‘리얼 라이트’전을 실내외 공간에서 연다. 빛과 작가들의 상상을 결합한 전시다. 사진과 평면 회화, 미디어 아트, 조각, 설치 등 빛을 직접적인 매개로 삼은 작업이 전시된다. 그리고 빛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모티브로 삼은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구성됐다.

▲강민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족을 위해’. 섬유, LED, 60 x 110 x 75cm, 2014. 사진 = 양평군립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측은 “현대인은 빛을 의지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에서 자아를 찾는다. 이처럼 빛은 우리 삶과 늘 함께 해왔다”며 “이런 빛을 생각하는 예술혼의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고자 했다. 빛을 통해 바라본 신세계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테마에 따라, 그리고 공간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생각하는 빛’전은 색채의 빛, 상상의 빛, 자연의 빛, 예술과학의 빛 등 4개 테마로 이뤄진다. 지층에 있는 제1공간 O2 스페이스에서는 ‘색채의 빛’을 주요 테마로 잡는다. 국대호, 김익모, 김지민, 문성원, 문형민, 신미혜, 양주혜, 조성일, 주성욱, 티나킴, 하태임 작가가 참여한다. 색의 구성-심리-대비-하모니를 기본 콘셉트로, 빛이 만들어내는 착시 효과가 공간에 연출된다.

▲조영학, ‘오래된 미래’. 혼합 점토, 물레 성형 후 커팅, 투명유, 1265℃ 산화 소성, 금속, 나무, LED, 200 x 105 x 200cm. 사진 = 양평군립미술관

제2공간인 슬로프에서는 ‘상상의 빛’ 테마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영상 미디어가 설치미술과 융합하는 과정에서 빛이 투사되며 어떤 다채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맹욱재, 이성욱, 임채욱, 장욱희, 조병섭, 김재성 작가가 참여한다. 

제3공간 ‘자연의 빛’의 작가들(김건일, 김보중, 김양선, 박경식, 박순철, 이동형, 이철량)은 현대인의 삶을 빛으로 상상의 공간 속에 담아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제4공간 ‘과학예술의 빛’은 빛의 조각을 중심으로 한 현대 미디어 작품을 선보인다.

▲김지민,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사진 = 양평군립미술관

야외 공간에서는 ‘리얼 라이트’전이 진행된다. 라이트 아트 작가 12명이 빛을 이용해, 첨단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2m 이상의 대형 조형 작품들을 설치한다. 이 작품들은 특히 해 진 뒤 야경에 빛을 온전히 발하며 낮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양평군립미술관 측은 “첨단기술과 빛을 매개체로 활용한 예술 작품들은 일반 회화 작품보다 주목성이 강한 측면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에 빠져들게 한다”며 “빛을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풍경 속에서 창의력과 그 가능성이 빛을 더욱 발하길, 그리고 라이트 아트 작가들의 예술 정신에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양평군립미술관에서 2016년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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