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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佛작가 3인방이 보여주는 추상 세계

톰멘·필리피·이수경 3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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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4호 김금영 기자⁄ 2016.03.15 08:54:42

▲(왼쪽부터) 장 마르크 톰멘 작가, 올리비에 필리피 작가, 이수경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점, 선, 면, 색채가 화면 위에 자유롭게 뒤엉킨다.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4월 6일까지 열리는 ‘플러스 이퀄 마이너스(Plus Equal Minus)’전에 프랑스 추상작가 3인이 모였다. 장 마르크 톰멘, 올리비에 필리피, 이수경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형태의 단순화를 대표적 특징으로 한 회화 30여 점을 최근작 위주로 선보인다.

전시명 ‘플러스 이퀄 마이너스’는 작품을 그리며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행위를 플러스(+), 그리고 그 연속을 이퀄(=)이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점, 선, 면, 색채의 순수조형 요소로 구성되는 그림이 무언가를 더한 결과가 아니라, 표현의 절제와 함축성으로 태어난, 즉 마이너스(-)를 의미함을 이야기 한다. 작가들은 점, 선, 면이라는 기본 조형 요소와 색채의 조화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한다.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장 마르크 톰멘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그는 감각적이면서도 리듬감이 살아 있는 선을 화면 위에 구성한다. 그리고 그 사이 점들이 자유로이 찍혀 있기도 하다. 칠흑 같은 어둠을 지닌 검은색, 또는 강렬한 빨간색, 순수한 무(無)를 보여주는 흰색으로 구성된 면은 이 모든 요소를 담은 채, 점과 선이 신나게 뛰놀도록 장을 마련한다. 이것이 그의 세계다. 화려하지 않지만 결코 정적이지 않고, 리듬감이 있어 역동적이다.

톰멘은 “몇 년 전부터 내 작품은 페인팅, 드로잉의 교차점을 왔다 갔다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교차점이 내게는 추상적이라고 생각된다. 구상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선의 굵기와 길이에 따라 여러 형태의 선이 나온다. 그 선과 점, 여기에 특별한 색채가 더해져 화면이 지닌 공간적 한계를 뛰어 넘는다. 이 점과 선, 그리고 면이 보여주는 화음 때로는 불협화음을 화면 위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리비에 필리피, ‘주황색 황색 파란색 녹색(Orange Jaune Bleu Vert)’.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 x 130cm. 2015. 사진 = 아트사이드 갤러리

지하 1층엔 올리비에 필리피와 이수경의 작업이 기다린다. 톰멘 작품의 특징이 역동적인 리듬감이라면, 필리피의 작품은 부드러운 표면이 인상적이다. 한층 잔잔해진 세계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얼핏 보면 캔버스에 하나의 은은한 색을 칠해놓은 것 같지만, 그 화면을 자세히 보면 색면의 분할이 정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을 것 같지만, 모두 그의 손기술로 탄생됐다. 시리즈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는데, 그렇다고 이 시리즈마다 단절돼 있는 것이 아니다. 시리즈끼리의 확장성, 이것이 그가 만드는 공간이자 세계다.

역동적인 리듬의 세계, 평화로운 색면의 세계,
생각의 흔적들이 모인 세계까지

올리비에 필리피는 “작품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한 작품마다 닫혀 있는 게 아니다. 예컨대 세 캔버스가 따로 걸려 있지만, 이 캔버스는 모두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작업한다”며 “작은 판넬로 작업한 시리즈, 큰 작품으로 작업한 시리즈, 서로 성격이 달라 보이는 화면으로 구성한 것까지 크게 세 시리즈를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세 시리즈라 하지만, 이 시리즈들끼리 또한 공간을 뛰어넘어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올리비에 필리피의 작품 맞은편에는 프랑스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이수경의 작품이 전시됐다. 다른 두 작가의 작품에 비해 또렷해 보이는 형상이 화면에 등장한다. 그녀는 그리는 행위 속에서 발생하는 생각의 흔적들을 다양한 색채와 선, 그리고 면의 형상으로 표현한다. 그녀의 세계는 즉흥적인 생각이 주요 모티프다. 캔버스에 그려진 형상들은 무엇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특정한 대상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 또 뚜렷한 주제를 내포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즉흥적인 의식의 흐름을 따른 결과물이다.

▲장 마르크 톰멘, ‘세 개의 점 - 황색(Trois Points Jaune)’. 종이에 아크릴릭, 연필, 52 x 42 cm. 2015. 사진 = 아트사이드 갤러리

수경은 “직감적으로 생각하는 걸 언어로 다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는 많은 과일을 깔때기 안에 넣어서 짰을 때 나오는 주스 같은 걸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즉, 수많은 즉흥적인 감정 속에서 영감을 받은 생각들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품에서 형태가 뚜렷하게 보여 이 형태의 의미를 물어보는 경우도 많은데, 형태는 내 생각을 걸러주는, 즉 깔때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색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이수경은 “그림이지만 조각처럼 겹치는 레이어 작업이 많다. 색은 하나의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릴 때 형태를 가장 먼저 구상할 것 같지만, 색이 우선이다. 색에서 예쁘다, 좋다는 개념은 없다. 다만 내 생각을 드러나게 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소통의 매개체와도 같다”고 말했다.

“한국·프랑스 추상화 교류의 장 기대” 

추상화로 뭉친 3인방은 실제로도 친한 사이다. 장 마르크 톰멘과 올리비에 필리피는 파리에서 같은 국립대학, 같은 학부에서 공부했다. 이수경은 그들과 만난 지 어언 15년이 흘렀다. 파리 동쪽 옛날 공장 지대의 작업 공간에서 서로의 작업을 마주했다. 이들은 “추상이라는 장르가 우리를 만나게 해줬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이들이 갖는 두 번째 전시다. 지난 2014년 아트사이드에서 6인전을 열 때도 함께 했다. 아트사이드 갤러리 측은 “당시 참여 작가 중 3명을 다시 조명하는 자리다. 회화 장르의 소재 표현 양식이 정형화 돼가는 시점에서, 국내 추상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수경, ‘녹색 올리브(Olive Verte)’.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 x 89 cm. 2015. 사진 = 아트사이드 갤러리

작가들 또한 지난번 전시와 비교해 이번 전시의 감회가 색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프랑스와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국 화단에 추상 작품이 많이 없다는 걸 느꼈다. 프랑스 작가들이 추상 작품을 가지고 와서 서로 대화하고,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특별한 전시가 마련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상에 대한 소신과 애정 또한 밝혔다. 장 마르크 톰멘은 “한국에서 온 학생들을 파리에서 많이 만났다. 그들은 매우 재능이 뛰어나고, 습득이 잘 돼 있었지만 그걸 다 버려야 하는 것이 시작 같다. 버리는 게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잘 그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사회는 개성과 다양성을 중요시 한다. 아카데믹한 것을 많이 버리는 추세다. 프랑스에 추상주의가 있지만, 미국에서 추상표현주의가 일어났듯 여러 행위를 통해 추상성을 보여줬다. 기존의 것을 습득한 데서 그치고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초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세계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을 전시장에서 확인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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