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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차지연] “복면가왕 벗고 스타다운 첫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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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6호 김금영 기자⁄ 2016.03.28 10:59:34

▲배우 차지연이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 마녀 엘파바로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사진=클립서비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12년 뮤지컬 ‘아이다’에 출연한 차지연과 만났었다. 당시 인터뷰 기사의 첫 시작은 이랬다. “전 사실 아이다가 뭔지 몰랐어요.” 그리고 뮤지컬 ‘위키드’ 출연을 앞둔 그녀를 어언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한 마디는 “저는 위키드 라이선스 공연을 본 적이 없어요.” 이것은 데자뷰인가?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황당할 것이다. 출연이 확정된 마당에 작품에 대한 정보가 이리 없을 수가? 하지만 ‘아이다’ 때 예상했던 답변을 다 비껴간 그녀의 좌충우돌 돌발 매력을 이미 접해봤기에 이번엔 황당하지 않았다. 그녀의 대답엔 캐릭터 해석에 대한 그녀 나름의 고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작품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차지연은 5월 대구 계명아트센터, 7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위키드’에서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을 맡는다. ‘위키드’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각색한 그레고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동화는 오즈에 떨어진 도로시가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없는 사자와 함께 모험을 하는 내용을 그린다.

하지만 뮤지컬 ‘위키드’는 ‘도로시가 오기 전 오즈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극 전개 중 도로시의 존재가 살짝 언급되기는 하지만, 주요 흐름을 이끌어가는 건 두 인물이다. 바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 금발 마녀 글린다, 그리고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초록 피부의 마녀 엘파바. 극은 왜 이들이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로 불렸는지, 정작 그들의 속내와 성격은 어땠는지라는 색다른 시선으로 마녀들에게 접근한다. 국내엔 2012년 첫선을 보였다.

▲뮤지컬 ‘위키드’ 캐릭터 포스터. 차지연이 연기하는 엘파바는 내면은 누구보다도 따뜻하지만 초록색 피부 탓에 사람들의 편견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사진 = 클립서비스

차지연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최강 싱크로율이다” “미친 캐스팅이다” 등 기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출연한 옥주현과 박혜나가 이미 초록 마녀의 표본을 만들어 놓았지만, 차지연이 보여줄 엘파바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 것. 하지만 정작 차지연은 엘파바에 대해 잘 몰랐고, 동화 속의 용기 없는 사자처럼 오디션에 지원해볼 시도조차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저는 그간 신파적인, 애절하고 처연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어요. ‘서편제’ ‘아이다’ ‘더 데빌’ 등에서 밝다기보다는 어두운 인물들을 연기했죠. 그런데 엘파바는 어둡지만, 접근하기 힘든 또 다른 측면을 간직한 인물로 느껴졌어요. 또 고음보다는 중저음에 강하고 탁성이 특징인 제 음색도 역할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고요.”

캐릭터 구축 위한 그녀만의 철칙은? 눈 가리기

용기를 가지게 된 계기는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작업을 함께 한 양주인 음악감독을 통해서다. ‘위키드’ 오디션이 한창 이뤄질 당시 ‘잃어버린 얼굴 1895’ 작업을 함께 하던 양 음악감독이 초록 마녀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며 ‘위키드’의 노래 한 소절을 불러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혹평을 받았다. ‘왜 나는 이게 안 될까’ 하는 좌절과 동시에 오기가 생겨 보컬 디렉팅을 하는 친구에게 조언을 얻고 피 말리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전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양 음악감독은 다음날엔 차지연의 노래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뮤지컬 ‘위키드’는 도로시가 오기 전 오즈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사진 = CNB포토뱅크

“제게 큰 도전이었어요. 10년 동안 가꿔온 제 이미지와 목소리가 있는데, 전혀 다른 창법으로 노래했을 때 제작사 관계자들과 관객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 고민했죠. 한(恨)을 담은 노래는 불러봤지만, 디즈니 뮤지컬 성격의 아름다운 노래는 보여드린 적이 거의 없거든요. 마법사를 연기하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았어요. 용기를 갖고 공식 오디션에 지원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합격한 거예요!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합격 후에도 그녀는 ‘위키드’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다. 첫 시작부터 함께 작품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창작 뮤지컬을 제외한 모든 공연 출연이 확정됐을 때 그녀 스스로가 지키는 철칙이다. 건방지거나 게을러 보인다고? 천만의 말씀! 그동안 지켜봐온 차지연은 누구보다 극속에 몰입하고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 붙이는 배우다. 여기엔 그녀만의 사정이 있다.

“어떤 작품을 처음 대면했을 때 그 이미지가 바로 제게 각인될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선배들이 훌륭하게 공연이 이끌어와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저만의 엘파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컸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선배들이 연기하는 엘파바를 따라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싶은 마음에 꾹 참고 백지 상태에서 연습에 들어가요. 그래서 위키드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봤지만, 한국 버전의 라이선스 공연은 보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부담감도 크고 극도의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밀어붙여서 차지연만의 엘파바를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2012년 뮤지컬 ‘아이다’에 출연했을 당시 차지연(오른쪽)의 열연 모습. 뮤지컬 배우로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그녀는 꾸준히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사진 = CNB포토뱅크

전체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구상 중인 엘파바의 모습은 날카로운 가운데 반전 있는 모습이다. 4~5kg을 감량해 외모적으로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차지연은 “차가워 보이는 인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을 간직한, 반전 있는 인물로 보였으면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근 진행된 공연 포스터 촬영 현장에서는 엘파바의 상징인 초록 피부 분장과 빗자루 모두를 한꺼번에 접했다. 차지연은 “초록 분장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땀이 많은 편이라 공연 도중 주르륵 분장이 흘러내릴까 걱정이지만 기대도 된다. 빗자루를 들고 깔깔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본격적으로 초록 마녀가 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인터뷰 당시는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약 일주일 전이었다. 그녀는 함께 연기할 배우들에 대한 설렘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같은 초록 마녀로, 먼저 출연했던 박혜나가 다시 캐스팅 됐고, 호흡을 맞추는 글린다 역엔 기존의 정선아, 그리고 이번에 새로 합류한 아이비가 함께 한다.

“박혜나 배우는 인품도 훌륭하고 배울 점이 많아요. 이번 공연에 함께 하게 돼서 무척 기대돼요. 정선아 배우의 경우 굉장히 사랑스러운 자유분방함을 지닌 배우예요. 각자 열심히 작품을 해왔고, 오랜만의 재회에서 어떻게 성숙해져 있을지 기대돼요. 아이비 배우와의 만남도 설레요.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가수 활동을 활발히 할 때도 여성스러우면서도 힘 있고, 수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다채로운 면을 봤기에 기대돼요. 그러고 보니 ‘위키드’에 절세 미녀들이 모였네요(웃음).”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 못지않게 차지연도 유명세를 탔다. 뮤지컬 분야에서는 이미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그이지만, MBC 노래 경연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캣츠걸로 출연해 5연승을 달성하며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됐다. 방송 출연 이후 “처음 연예인 체험을 하는 것 같다”며 스스로 놀랐음을 털어놨다.

대중적 사랑 안겨준 복면가왕-영화와의 인연

“의도치 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5연승이요? 미세먼지 한 톨만큼도 욕심이 없었고, 예상도 못했어요. 정말 출중한 실력을 지닌 분들이 쟁쟁한 대결을 펼치고, 저는 기술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부르자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정말 온 힘을 다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런 데빌 런’을 부르고서는 분장실에서 무릎 꿇고 울기도 했어요. 그만큼 사력을 다해 불렀거든요. 정말 값진 경험이었고, 보내주신 사랑에 머리 숙여 감사드려요.”

본래 가수를 향했던 그녀의 꿈이 ‘복면가왕’을 통해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이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작품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가수로서는 정확히 음색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 값진 경험이다. 스크린에서도 활약했다. 영화 ‘간신’(2014)에서 팜므파탈 장녹수를 연기했고, 4월 개봉하는 ‘해어화’에서는 1940년대 국민가수였던 실존 인물 이난영 역을 맡았다. 차지연은 “뮤지컬을 10년 해왔는데 영화 촬영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경험이더라. 아직 헤매고, 연기하고 나서도 더 대담하게 할 걸 하며 후회도 하지만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다시 만난 차지연은 털털한 말투와 행동까지 여전히 솔직함이 매력적인 배우였다. 사진 = 클립서비스

차지연의 활발한 활동 뒤에는 조력자가 있다. 4살 연하 남편 윤은채 또한 같은 뮤지컬 배우다. 이전 인터뷰 때 “혼자 살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던 그녀가 2015년 11월 배신(?)을 하고 품절녀에 합류했다. 만나자마자 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력히 들었고, 호감을 갖고 만나다가 결혼했다. 차지연은 “정식으로 사귄 게 2015년 5월이었고, 6월부터 결혼 준비를 했으니, 아직 사귄 지 1년도 채 안 됐어요”라며 웃었다.

“좋은 사람은 정말 갑자기 나타나더라고요. 남편은 제가 활동할 때 가장 큰 조력자이자 조언자예요. 아무래도 같은 배우다 보니 개선했으면 하는 사항을 정확히 짚어주죠. 이번에 ‘위키드’ 오디션 때도 제가 자신 없어 하니까 ‘어울리는 역할인데 왜 그래?’ 하며 응원해주더라고요. 그런 점이 좋아요. 뮤지컬 ‘레베카’엔 함께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각자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거여서 서로 출연 사실도 몰랐어요. 나중에 알고 많이 놀랐죠. 당시엔 비밀 연애를 하다가 중간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귄다고 고백했는데, 농담하지 말라고 다들 웃더라고요(웃음).”

지난 2015년에 이어 올해는 유독 차지연에게 뜻 깊은 한 해일 듯하다. 결혼을 했고, 방송 출연을 했으며, 영화와 뮤지컬 활동도 바쁘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데뷔한 뒤 1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10주년 감회는 글쎄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요. 더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그간 에너지를 발산하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위키드’에서 기존의 엘파바와 다른, 힘 있고 멋있는 차지연만의 엘파바를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고요. 10년이나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요. 늘 해오던 대로, 꾸준히 성숙해지는 단계를 밟아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베풀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더 생기면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릴 방법을 생각하려 해요.”

4년 만에 다시 만난 차지연은 변함없이 유쾌했고 호탕한 웃음도 여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세팅된 상태였지만 걸걸한 목소리로 “아이쿠!” 하며 거침없는 추임새와 털털한 말투. 왠지 ‘언니’라기보다는 ‘형’이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할 것 같은 배우다. 그만큼 친근감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추후 또 그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고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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