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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25시 - 김영종 종로구청장] “도편수 마음으로 ‘명품 종로’ 만들기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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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6호 심원섭 기자⁄ 2016.03.31 08:59:43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3월 21일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도편수의 마음으로 책임 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종로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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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종로는 조선왕조의 수도로서 경복궁, 창덕궁을 비롯한 종묘, 사직단, 문묘, 도성 등 수 많은 문화재와 북촌 한옥마을 등 전통문화를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그리고 전통문화 거리인 인사동 문화지구,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 문화지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산재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이 많아 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1983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이래 27년 동안 소위 ‘잘나가는 건축가’로서 쌓아온 명성을 뒤로 하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선5기 종로구청장에 당선돼 ‘종로 목민관(牧民官)’으로 제2의 삶을 선택한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의 말이다.

“도편수의 장인정신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행정을 구현하겠다”고 소신을 밝힌 김 구청장은 21일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 종로 주민들이 긍지를 갖고 생활할 수 있는 종로구를 만들어 세월이 지난 후에도 부끄럽지 않도록 정성껏 일을 하고 싶다”며 “장인 정신은 프로 정신이요 혼이다. 예술, 기술, 학문, 행정 그 어느 것에든 장인의 혼이 담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 구청장은 “저의 구정 철학은 구정 목표인 ‘사람중심 명품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며 ”명품도시란 안전하고 편리하며 아름답고 장인의 혼이 깃든 도시다. 할머니가 어린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를 걸어 갈 때 어떤 위험이나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사람 중심의 도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산업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 환경설계학과 석사과정을 이수 한 김 구청장은 자신의 이름을 건 건축사사무소를 차리며 건축사로서 남부러울 게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종로에 살게 되면서 근사한 건물만이 아니라 ‘좋은 도시’를 설계해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구청장에 도전했고 재수 끝에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도심 속 전통문화 공간인 무계원이 지난 2014년 3월 종로구 부암동에서 개원했다. 사진 = 종로구청 제공

당선 후 무엇부터 시작할지 궁리하는 그의 1400여t에 달하는 쓰레기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48개 마을의 공터 관리에 대한 위임권을 넘겨받아 산처럼 쌓여 악취를 풍기며 주민들이 산책을 방해하던 쓰레기를 치운 뒤 좋은 퇴비를 뿌려 총 2500여 평의 텃밭을 만들었다. 거기서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담궈 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는 등 차원이 다른 도시 관리를 시작했다.

“지켜야 할 건 지킨다”는 소신과 신념

김 구청장은 건축가라는 자신의 전문성을 접목시켜 명품 도시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구민들의 이해부족으로 민심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실패한 뒤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을 기회로 삼기 위해 자비로 행정과 지방자치를 공부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해외 답사에 나서기도 했다. 2010년 7월 당선됐을 때는 행정에 대한 배움과 건축가로서의 전문성, 종로에 대한 애정이 합쳐져 단단한 자질을 갖춘 뒤였기에 그런 바탕 아래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했다.

그는 건축사다운 꼼꼼함으로 마을경관 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등 도시 바꾸기에 나섰다. 이화동에는 계단의 높이가 제멋대로인 데다 경사가 심해 산동네 주민들이 장을 보고 올라가다 넘어져 흩어진 채소와 과일을 보며 눈물 흘렸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눈물의 계단’이 있었다. 김 구청장은 계단 때문에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일률적인 높이로 반듯하게 재정비해 눈물을 지워냈다. 차가운 벽면에는 따뜻한 벽화를 그려 그곳을 하늘계단, 바람계단으로 불리게 만들었다.

이어 김 구청장은 많은 사랑을 받는 ‘윤동주 문학관’을 건립했다. 당선 직후 ‘윤동주 문학관’ 건립 계획을 세웠지만 사업추진비가 부족했다. 수소문 끝에 청운아파트 철거 후 고지대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했던 청운가압장이 방치돼 있음을 알고 이를 활용해 문학관을 지었다.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의 느낌을 재현한 영상관을 만들어 흉물로 방치됐던 곳을 감각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처럼 종로 곳곳에는 김 구청장의 애정 어린 손길이 스쳐 간 장소가 많다.

그의 특기는 건축사다운 발상의 전환이고, 취미는 끊임없는 토론과 조언이다. 따라서 크고 작은 건축·공사 관련 조언을 듣고자 구청장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잘나가던 건축사가 설계에 대한 조언부터 도면 수정까지 무료로 도와주니 방문자의 만족도는 최고일 수밖에 없다. 김 구청장은 자신의 조언을 거쳐 간 작품들 중 가장 애착을 갖는 것으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 소녀상’을 꼽았다.

▲김영종 구청장은 쓰레기 악취가 심하던 곳에 2500여 평의 도시텃밭을 조성했다.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뻐하는 김 구청장(왼쪽 세 번째). 사진 = 종로구청 제공

2011년 5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한 관계자가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해 비석을 세우겠다고 그를 찾아왔다. 이때 김 구청장은 소녀상을 역제안했다. 일본 군에 끌려갈 당시의 앳된 모습, 사과를 기다리며 평화적으로 앉아 있는 모습, 나무 걸상 등은 모두 김 구청장의 아이디어였다. 제목도 ‘기다림’으로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김 구청장의 소녀상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최근 “중앙정부의 요청이 있어도 소녀상을 철거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크게 다루기도 했다. “지켜야 할 건 지킨다”는 소신과 신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청렴도 전국 1등’이라는 자부심

김 구청장은 ‘비움’을 통해 정돈된 도시 만들기에 적극 나섰다.

“집을 아름답게 꾸민다고 벽에 무조건 좋은 액자를 여기저기 걸어 놓으면 공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답답하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도시경관도 지금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져 복잡하다. 특히, 거리 곳곳에 관광·교통 안내 표지판, 전신주, 신호등, 펜스, 가로 판매대, 간판 등이 즐비해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보행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필요할 때마다 시설물을 설치하는 데만 신경썼지 보행자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정비하는 일에는 소홀한 결과다. 어떻게 하면 시설물 간의 조화를 이루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을까를 궁리한 끝에 그래서 김 구청장은 ‘도시 시설물 비우기’ 사업을 건강한 종로 건설 차원에서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종로는 ‘청렴도 전국 1등’이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이란 목민관의 본무이며, 모든 선의 원천이요, 모든 덕의 근본’라고 말씀하셨다. 현 시대의 모든 공직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청렴한 마음으로 공직업무를 수행하고, 열심히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또한 “내가 생각하는 청렴과 남이 생각하는 청렴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격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청렴 교육을 강화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 소규모 집합교육을 2014년부터 매년 21회에 걸쳐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도 ‘청렴 The Best’라는 주제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옥-한글-한복-한식 ‘4韓’ 보급에 전력”

원래 종로구청에는 매월 부서별로 자체 실시하는 청렴의 날 행사가 있긴 했다. 그러나 김 구청장은 이를, 감사담당관 직원이 직접 부서를 방문하여 함께 참여하는 ‘찾아가는 청렴의 날’로 개선했다. ‘종로 청나비’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종로구 청렴은 나로부터 비롯된다’의 줄임말이다. 

또한 건축·주택 인허가 등 청렴 취약 분야의 민원인을 대상으로 상시 모니터링을 하는 ‘청렴 ARS’ 제도와 ‘청렴 Recall’ 제도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김 구청장은 ‘한국적인 문화가 종로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한다. 

“종로는 도심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어 공기가 맑고 살기 좋은 곳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1300만 명 중 900만 명(2014년 기준)이 한국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종로를 찾고 있다. 한마디로, 종로는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갖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도시다. 따라서 한글, 한복, 한식, 한옥이야말로 잘 보존하고 계승-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종로구에는 북촌 한옥마을과 경북궁 서측에 위치한 세종마을에 전통 한옥 약 1870채가 밀집해 있다. 따라서 종로구는 북촌과 세종마을을 한옥지정구역, 한옥권장구역으로 지정해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또한 공공건축에 한옥의 요소를 입혀 한옥의 우수성과 보존 가치를 알리고 있다.

▲종로구청은 매월 둘째주 화요일을 ‘전통 한복입는 날’로 정했다. 사진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한복입기 캠페인 행사. 사진 = 종로구청 제공

공공건축에 한옥의 디자인 요소와 장점을 도입한 사업으로는 △무계원 건립 △청운문학도서관 건립 △도담도담도서관 건립 △헌옥체험관인 상촌제 건립 등이 있다. 또한 종로구에서 철거 되는 한옥 자재들이 외부로 유출돼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한옥의 신축-개보수 때 필요한 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도 운영 중이다. 

또한, 설날과 추석 연휴 때엔 민원부서와 간부들이 한복을 입는 것은 물론, 매월 둘째 주 화요일을 ‘전통 한복 입는 날’로 정해 한복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종로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터가 있는 역사적인 곳인 만큼 구민과 공무원의 올바른 한글 사용을 촉진하고 한글의 보전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2010년엔 ‘한글사랑 조례’를 제정했다. 세종마을 세종주간축제, 세계문자 심포지아 등 행사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사업도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그는 ‘건축 분야 멘토 구청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의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등에 제안된 건축 관련 사항에 대해 관계자들의 이해를 돕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건축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건축쟁이 구청장 하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김 구청장은 “좋은 건축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건축사들이 건물을 만드는 데 있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구정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화 구청장’을 꿈꾸는 김 구청장은 올해 또 하나 역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하문밖(부암·평창동 일대) 창의예술마을’ 조성이다. 북한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미술관, 갤러리 등이 밀집해 있고 예술가들도 많이 살고 있다. 이곳을 세계적인 아트밸리로 만들기 위해 복합 문화시설, 종로문학관 등을 건립하고, 자연과 문화-이야기가 있는 예술마을로 만드는 계획이다. 

‘청진구역 스토리텔링화 사업’도 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지하철 1호선 종각역까지 이어지는 지하 보행로가 현재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행로가 완성되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곳에 ‘책의 거리’를 조성해 이야기를 입힐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종로와의 인연에 대해 “종로는 제가 제일 살고 싶어 했던 곳으로, 1990년 대학로 인근 동숭동으로 이사를 와 벌써 25년이 넘게 종로 구민으로 살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담양 소쇄원처럼 자연과의 조화가 뛰어나다. 소쇄원을 닮은 종로의 골목을 걷다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 정다워 저절로 웃음이 나고 기운도 솟는다. 621년 역사의 도시답게 곳곳에서 만나는 문화재와 한옥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마을들까지 반하고도 남는 곳이 종로다”라고 자랑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도편수 같은 구청장을 만나 더욱 아름다워지고 있으니 세종대왕의 넋이 크게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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