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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이걸 인공지능이 "꽃"이라면 꽃으로 보이나요?

신승백 김용훈이 바라본 인공지능의 미래 '플라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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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9호 윤하나⁄ 2016.04.15 18:12:16

▲신승백 김용훈, '플라워(Flower)'. 인터넷, 구글 클라우드 비전 API, 커스텀 소프트웨어. 2016. (사진 = 아트센터 나비)


위의 뒤틀린 이미지에서 원본을 연상해보자.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불분명하게 왜곡된 이미지를 그래도 꽃으로 볼 수 있는 이는 그래도 사람뿐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이미지는 이미 인공지능 시각이 꽃이라고 판단한 후 우리에게 공개된 것이다. 만약 이 이미지가 꽃으로 보이지 않았다면, 당신은 인공지능의 답에 설득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트센터 나비, 미디어파사드 코모(COMO)에서 전시


신승백 김용훈 작가(이하 작가들)는 그간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해왔다. 특히 인공지능의 눈에 해당하는 컴퓨터 시각(computer vision)을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작 플라워(Flower)' 연작을 아트센터 나비에서 선보인다. 이 연작들은 모두 작가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뒤틀고 추상화한 꽃 이미지들을 인공지능 시각에게 보인 후 인공지능이 "꽃"이라고 판정한 이미지들의 모음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인지적 추론적 능력을 모방해 프로그래밍을 통해 이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인간 능력에 대한 모방과 구현이 핵심이 된다. 현재 아트센터 나비에서 선보이는 '플라워(Flower)' 시리즈는 인간지능이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질문들에 주목한다.

 

▲신승백 김용훈, '팻차(FADTCHA)'. (사진 = 신승백 김용훈 작가)


신승백 김용훈은 작년까지 프로그램을 통한 자동가입을 막는 보안문자로서, 인간끼리만 소통 가능한 '캡차 트윗(CAPTCHA Tweet)', 컴퓨터 시각만이 구분할 수 있는 일종의 색약 테스트 '팻차(FADTCHA)' 등의 작업을 선보였다. 이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명확히 구분되는 경계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제시하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들 작가 듀오가 그로부터 1년 만에 선보이는 새 작업 '플라워'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확실한 구분보다 둘 사이의 불명확한 경계에 보다 집중한다. 불분명한 의견 불일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할 때 인간은 과연 인공지능의 의견을 거스를 수 있을까? 신승백 김용훈 작가를 만나 이들의 이전 작업에서 현재로 이어진 관심의 변화를 들어봤다.


"인공지능도 사람처럼 '파레이돌라이 실수'"


신승백 김용훈 작가는 각자 컴퓨터 그래픽스 공학과 사진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아트라는 서로 다른 전공 분야를 바탕으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졸업 후 스튜디오를 꾸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협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안경, 카메라, 현미경 등 과거 시각 기술의 발전이 이후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듯이, 현재의 인공지능 시각기술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함께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엔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한국어로는 얼굴인식 기술이라고 표현하지만, 얼굴을 찾는 얼굴 검출(Face Detection)과 그 얼굴이 누구인지 판별하는 얼굴 인식(Face Recognition)은 기술적으로 구분된다. 둘은 첫번 째 의미의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했는데, 2010년 당시의 기술 수준은 인간에 비해 미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작가가 주목한 부분은 기술의 정확성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지치지 않고 얼굴을 찾으며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특성'이었다. "이 특성을 활용해도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작가들은 말했다.


'아바타', '매트릭스', '올드보이' 등 한 편의 영화 속 등장인물의 얼굴을 모두 찾아 이들의 평균 얼굴을 찾아낸 초상(Portrait)’ 시리즈는 평균 얼굴 이미지를 통해 영화의 분위기나 등장인물의 인상을 암시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미숙했던 당시의 기술은 사람 얼굴이 아닌 것까지 얼굴로 인식하는 에러를 발생시켰다. 이 예상치 못한 에러는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신승백 김용훈, '클라우드 페이스(Cloud Face)'의 설치 모습. (사진 = 신승백 김용훈 작가)


이 얼굴인식기술의 에러를 적극 활용해 하늘의 구름에서 얼굴을 찾게 만든 것이다. 기계가 얼굴로 인식한 구름 이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도 이 이미지에서 얼굴의 형상을 추측할 수 있다. 파레이돌리아(구름 등 모호한 형태에서 동물이나 사람 얼굴을 떠올리는 등의 인지 오류와 착각) 심리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김용훈 작가는 설명했다. 파레이돌리아가 사람을 모방한 기술에서도 나타났고, 우린 기계의 오류와 착각에 동감하게 된다.

 

이후 둘은 컴퓨터 시각 라이브러리를 통해 인공지능에 보다 자유롭게 접근하고 논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컴퓨터 시각기술을 도구로서 실험해왔다면, 구름 작업 이후부터 인공지능의 눈을 주제로 접근했다. 컴퓨터 시각이 인간의 시각과 어떤 관련이 있고,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을 보다 깊게 고민했다고 한다.

 

▲신승백 김용훈, '캡챠 트윗(CAPTCHA Tweet)'. (사진 = 신승백-김용훈 작가)


대표적으로 위에 언급한 캡차 트윗의 경우 인간이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컴퓨터가 인식할 수 없는 보안문자를 다룬다. 보안문자란 컴퓨터가 자동 인식할 수 없도록 뒤틀고 왜곡한 문자다. 작가는 작품과 동명의 웹페이지를 만들고 그곳에 메시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보안문자화 해 트위터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작가는 캡차를 가리켜 "인간만의 공간을 위한 방어막 또는 테스트"라고 언급하며, "테스트를 통과하면 인간으로, 통과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으로 구분해내는 프로세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캡차트윗이 인간만의 소통 공간을 만들지만 앞으로 지속되기 힘들 거란 전망은 내놨다. 뒤틀린 문자는 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뒤틀림이 더욱 왜곡되고 있는 추세고, 이제는 극도로 뒤틀려 더 이상은 인간도 식별이 불가능한 정도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작가는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 속도를 바라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 작업은 현재 전시 중인 플라워 연작으로 발전했다.

 

플라워 연작은 그레이 존(중간 영역)”을 탐색하는 작업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전까지는 기계나 인간이 서로 보지 못하는 부분을 확실히 구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구분이 애매하고 중첩되는 경계가 늘어났다. 인공지능이 꽃이라고 인식한 이미지들은 인간의 관점에서는 다소 익숙하지만 낯선이미지들이다. 작가는 이런 인공지능의 예외적인 지각 현상을 제시하며 컴퓨터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을 드러낸다. 작가는 우리가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인공지능 시각의 현재를 보여주며 우리가 인공지능화된 삶'을 예비할 수 있게 돕는다.


▲'Flower' 작업의 인터페이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플라워(Flower)'의 기술적 구현 프로세스. (사진 = 아트센터 나비)


"또 다른 '탈 인간중심 사고'의 계기가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불쑥 다가왔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인공지능 알파고의 압도적인 승리로 귀결되는 것을 지켜본 우리는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그것이 앞으로 우리 삶에 미칠 영향부터 고민하게 됐다. 여기서 두 작가는 우리가 아직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먼저 상기시켰다.

   

▲신승백(왼쪽)과 김용훈 작가 듀오. (사진 = 윤하나 기자)

 

김용훈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세돌-알파고 대국 전에 승부를 예상했다며 인공지능에 관한 경각심과 기대를 언급한다. “나는 내심 알파고가 4 대 1로 이기기를 바랐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이어서는 안 된다. (중략) 4 정도의 조심스러움과 1 정도의 희망이 적절하다고 본다. 4번의 경기를 이긴 알파고의 실력은 인공지능의 힘에 대한 경각심을 충분히 일깨워 줬고, 이세돌의 놀라운 1승은 인간성의 가치에 대한 희망을 지켜주었다.”

 

또한 우리가 아직 인공지능에 대해 잘 모르는 동시에 그것이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에게 도덕이나 윤리 등을 가르려 해도 막상 우리조차 이러한 문제를 정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는 인공지능을 사용한 예술이 아니라 인공지능화 된 삶을 위한 예술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성, 도덕 등 여러 가지 가치들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시각적인 매체와 기능을 대입해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이어 설명했다.

   

▲신승백 김용훈, '플라워(Flower)'. 천장 30,300 x 1,280mm, 기둥(4개) 1,024 x 6,144mm, LED 패널, 인터넷, 구글 클라우드 비전 API, 커스텀 소프트웨어. 2016. (사진 = 아트센터 나비)

 

'플라워' 전시를 담당한 안성은 아트센터 나비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에 대하여 소프트웨어적 인지보다 기계 같은 하드웨어 이미지를 갖고 접근하는 인식이 있다며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의 프로세스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시대에서 가장 발달한 기술이라 여겨지는 인공지능은 매끈하게 가공된 형태의 고도 기술로 인식되는 측면이 강하지만, (신승백 김용훈의 작업은) 그 속의 뒤틀린 무언가를 바라보게 만드는 지점이 있어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작가노트에서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인간은 알파고에게서 가까스로 1승을 따냈지만 베타고를 상대로 인간은 전혀 승산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보다 우월한 어떤 개체와 함께 사는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 인간성에 대한 미약한 희망을 품고.”


"인간은 더 이상 가치가 없는 게 아닐까"라고 낙담하는 기자의 한탄에 작가 듀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인류의 위대한 발견은 인간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났을 때 발생했다고 하죠. 지동설(지구가 중심이란 고정관념의 타파)과 진화론(다른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서의 인간이란 신념의 붕괴)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을 계속 보면서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요. 인공지능을 대단한 무언가로 여기기보다는 인간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새로운 발견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는 결국 단 한가지로 충분해요. 바로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특별한 게 아닐까요?”


▲신승백 김용훈, '플라워(Flower)'. 인터넷, 구글 클라우드 비전 API, 커스텀 소프트웨어. 2016. (사진 = 아트센터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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