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만화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그림은 만화보다 훨씬 더 진중하게 그려지고, 내용은 더 심각하고 무거운 책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환시를 보는 주인공 비우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직업은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림 그리기를 탐탁해 하지 않는 주인공의 경직된 가족 분위기와 악몽과 환시에 시달리는 연유가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하던 언니의 죽음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편, 비우와 겹쳐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인 김지은 역시 환시를 보는 소설가다. 그는 유명 소설가고 자신의 환시를 작품 속에도 드러내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비우와 김지은은 서로 환시를 본다는 것을 알아보지만, 각자 서로를 드러내지 않고 아픔을 나누지 않는다. 결국 이야기가 전달하는 것은 환시나 악몽 같은 주인공들의 특이성이 아니라 인간의 외로움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아픔은 말하고 나눠야 함을 드러낸다. 상처를 받았을 때 침묵하고 말하지 않는 사회가 정말 무서운 사회며, 자신의 고통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힘주어 말한다.
한 컷 한 컷 유화 작품을 만들어내 듯 손이 많이 간 그림이 먼저 눈에 띄는 이 그림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인 일러스트레이터 비우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작가 본인이라는 것을 눈치 채게 만든다.
이대미 지음 / 1만 4.800원 / 미메시스 펴냄 / 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