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추가하면 더 동물보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올림픽 양궁 대표 기보배 선수의 SNS에 한 연예인의 어머니가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올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개고기’와 관련된 것인데요, 몇 년 전에 기보배 선수의 아버지가 개고기와 관련된 인터뷰를 한 것을 갖고, 뜬금없이 기보배 선수 본인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입니다. 개고기를 먹느냐의 문제를 떠나,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굉장히 곤혹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MBC의 ‘리얼 스토리 눈’에서 ‘도둑맞은 우리 개, 왜 장터에 있나’ 주제의 방송을 했습니다. 필자도 프로그램 녹화에 자문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방송의 주된 내용은, 여름철에 절도범이 동네 개를 훔쳐다가 장터에 팔고, 장터에 팔린 개들은 다시 도살장으로 가서 보신탕집으로 팔려나간다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에서는 비인도적인 개 매매 과정과 비위생적인 개 도살 과정이 부각되었습니다. 필자도 프로그램 녹화 과정에서 자료화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견육을 먹는 문화에 대해 여러 찬반 의견이 있습니다. 여름만 되면 등장하는 것이 개고기 합법화 논쟁입니다. 개고기 합법화 논쟁은 사실 간단합니다. 개고기를 합법화 하자는 것이 개고기를 먹는 것을 법 규정에서 널리 장려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에 ‘개’라는 한 글자를 포함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 축산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보면서도,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유독 개를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시키느냐가 이른바 개고기 합법화 논의입니다.
‘개’ 자 한 글자만 넣으면 되는데…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가축의 사육·도살·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 및 검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법률입니다. 이 법은 도축장, 사육장, 가축을 도살하는 방법, 유통하는 방법 등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축산물의 위생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계란, 우유부터 베이컨, 육포 같은 가공식품까지 그 가공과 유통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5일 오전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동물보호단체 카라 주최로 열린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주요 인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런데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제2조 제1호에서 “가축이란 소, 말, 양(염소 등 산양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돼지(사육하는 멧돼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닭, 오리, 그밖에 식용(食用)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행령에서 사슴, 토끼, 칠면조, 거위, 메추리, 꿩, 당나귀를 식용을 목적으로 한 동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고기 합법화라는 것은 이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에 ‘개’라는 한 글자를 추가하면 됩니다. 굳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대통령령인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만 개정해도 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입니다.
법에 포함시켜야 개 밀도살·절도 줄어
동물보호단체가 많이 거론하는 개도살장의 비위생적인 문제, 잔인한 개 도살 문제, 병걸린 견육의 유통 문제는 이 축산물관리법이 개를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개도살장이나 견육 유통을 더 위생적으로 규제하고 싶어도, 법에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습니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5일 오전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동물보호단체 카라 주최로 열린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컨퍼런스에서 행사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생존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나아가 축산물 이력제를 적용하면 몰래 훔친 개를 합법적으로 유통할 경로가 없어지기 때문에, 개 도둑이 훔친 개를 처분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개 절도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개 도살장·견육 유통을 직접적으로 규제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개도살장에서 개를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도살하는 경우 동불보호법 위반으로, 개 도살 후에 나온 부산물을 함부로 버리는 경우 가축분뇨법이나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전염병이 있는 개를 도살하여 판매하는 경우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비위생적인 음식점에 대해 식품위생법위반으로 규제하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개를 먹는 문화가 혐오스러운 것이라면,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 점차 줄어나갈 것입니다. 실제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보신탕을 즐겨먹지 않아, 보신탕 음식점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음식 문화에 우열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으면 자연히 도태되도록 내버려두면 그만입니다.
사회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현상에 대한 찬반 논란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상을 법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 들여 보호할 것인지 규제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될 것입니다.
무조건 개고기 합법화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에 개를 포함시켜 비인도적인 도살을 막고, 비위생적인 도살장을 규제하며, 개를 사육하는 데 있어 위생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라는 동물을 더 위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