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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 ‘기전본색’전] 단순함 뒤에 숨은 스펙타클 한국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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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3호 김연수⁄ 2016.09.30 13:32:03

▲'기전 본색'전 중 '전시 속 작은 전시 - 내 인생의 10가지 보물’이 전시된 방의 일부 이미지.(사진=김연수)


경기도미술관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9월 29일~12월 4일 ‘기전본색(畿甸本色): 거장의 예술을 찾아서’를 개최한다. ‘기전’은 조선시대 경기도의 별칭이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에서 태어났거나 20년 이상 거주한 1950년 출생 이전의 원로 시각예술인 10인의 단체 초대전이다.

“한국 현대 미술사 지층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사례”

수도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는 넓은 지형만큼 타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지역 고유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미술관 측은 “작년부터 기획한 이 전시는 한국 현대 미술 지형에서 경기도만큼 작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이 드물다는 데 착안했다”며, “경기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세계 연구는 한국 현대 미술사 지층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대 미술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며 현재도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작가를 우선으로 고려해 참여 작가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광우, 김용철, 김인순, 민정기, 박관욱, 방두영, 손장섭, 오용길. 정문규, 한영섭 작가는 미술비평가, 미술사가, 미술기획자, 미술 전문기자 등의 전문가 그룹과의 자문회의를 통해 선정됐다.

전시 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서문과 같은 첫 번째 방은 각 작가들의 경기도 내 출신지역 및 거주 지역 지형도와 함께 그들을 대표하는 작품 한 점씩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이어 개인전 형식의 전시가 10명의 작가들에게 고루 분배된 전시 공간이 이어지는데, 현재 66~83세인 작가들의 초기작에서 근작까지의 작품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방에 선보이는 ‘전시 속 작은 전시 - 내 인생의 10가지 보물’은 작가들이 자신의 소장품 10점씩을 출품해 작은 박스 공간을 꾸며 놓았다.

▲전시장 초입에 그려진 경기도 내 작가들의 거주 지형도. (사진=김연수)


진지하거나 귀엽거나

깔끔하고 커다란 규모의 경기 미술관의 전시장 안에서 펼쳐진 원로 작가들의 작품 세계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작품의 나열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간결함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의외로 풍부하다. 우선 ‘원로’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가 그것이 가진 선입견을 깨고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세대의 작가들이지만 입체, 동양화, 콜라쥬, 설치 등의 다양한 작업 방식을 기반으로 리얼리즘(민중 미술)부터 페미니즘(여성주의), 물성 실험, 추상 표현에 이르는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미술의 철학이나 기법이 주류가 존재할 뿐 항상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 작가의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작품 배치방식은 그 사실을 더 확실히 해주는 동시에 작가 개인의 역사가 담긴 작품이 작가를 둘러싼 환경, 즉 국가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한국 전쟁과 유신시대를 겪은 작가 중 일부는 젊은 시절 형성했던 정치적 노선과 및 열정을 현재까지도 이어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인순, '땅에는 천의 여성이'. 캔버스에 아크릴, 200 x 250cm. 2004.


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 포인트는 작가들이 이 전시를 위해 그린 자화상과 마지막 방의 ‘전시 속 작은 전시 - 내 인생의 10가지 보물’같은 아기자기한 노력의 증거들이다. 특히 경기도미술관의 학예사들이 작가들의 집과 작업실을 탐방하며 기획한 마지막 방에선 작가의 손때와 추억이 묻어있는 화구를 비롯해 책, 인형, 포스터, 작업복 등 작가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물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회로 바쁜 세상을 살아온 자신의 겉모습과 그 겉모습을 만든 시간들을 주섬주섬 되짚었을 작가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지점이다.

아쉬운 것은 작가 섭외를 위해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넒은 경기도 지역을 종횡무진 다닌 노력과 시간에 비해, 다양한 지역의 문화가 공존하고 한국 현대사를 담고 있다는 것 이외의 경기도만의 역사-문화적 특성은 많이 찾기 힘든 느낌이라는 점이다. 수도 서울에서 제작된 작품에도 해당될 수 있는 이런 특성은 이번 전시 참여 작가의 당위성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일뿐더러 수도 서울의 위성 지역으로 여겨지는 경기도의 독립성을 마련하기에도 약해 보인다. 지역 문화에 대한 연구가 조금 더 이뤄졌더라면 이번 전시처럼 원로 작가해 통한 한국 현대사 및 미술사를 조망하는 데 더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가능했을 듯 하다.

▲김용철. ‘서울 아리랑 1989 - 그대와 함께’. 캔버스에 아크릴, 반짝이, 162 x 307cm. 1989.

▲김광우, ‘도망자’. 나무, 오브제, 137 x 217 x 70c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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